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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희 Sep 23. 2023

쓰임 있는 사람

  나는 누군가에게 쓰임이 있을 때 나의 존재 가치를 느끼곤 한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바꾸려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내 성향이다. 


 요즘 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도예, 회화, 사진, 글! 내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장르의 예술을 다 때려 넣었다.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아도 충분했을 텐데 나는 왜 이렇게 '다양한 매체'에 집착했을까?

 기획의도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럴듯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있을 때, 밖에 나가기조차 꺼려졌을 때, 취미생활이 없어 삶이 무료했을 때 이들을 만나 활력을 얻고 감정이 잔잔해질 수 있었다. 내가 느꼈던 이 좋은 느낌들을 나만 알고 있기 아까웠다. 결국 예술이나 매체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나를 위한 시간'

 

 모두가 그렇겠지만, 특히 내 또래는(30~40대)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결혼, 출산, 육아, 이직, 집 장만 등 인생의 가장 큰 변화를 맞는 시기라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일주일에 2~3시간 근사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요."


 내 생각에 다들 동요했는지, 짤막한 설명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다. 지금이 무언가가 되어주고 싶은 내 이상한 기질이 발현되어야 할 때라 생각한다. 속을 게워내기 바빴던 시간을 지나, 나를 채우기 위해 인내했던 시간들이 의미 없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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