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번 약 타러 가는 날
사람이 없는 한적한 시간을 맞춰 병원에 갔다.
어쩐 일인지 진료받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카운터에 휠체어를 탄 할머니와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할아버지만 계셨다. 할머니는 옅은 진달래색 카디건을 입고 계셨고 거동이 조금 불편해 보이는 듯했다.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계셨는데, 대충 들어보니 요양원에 가셔야 한다는 얘기 같았다.
내가 진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그 자리에 계셨고, 그 모습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순간, 나의 부모님 모습이 투영되었던 것이다.
자식들과 멀리 떨어져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부모님의 일상은 나에게 맞춰져 있었다. 엄마는 새벽 6시 30분에 아침밥을 차려주셨고, 미술학원 마치고 밤 12시가 넘어 동네에 도착했을 때도 버스 정류장에 항상 마중 나와 계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도 피곤하고 밤길도 무서웠을 텐데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나를 기다려주셨다.
아빠는 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하실 정도로 가족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강한 분이시다. 어릴 적엔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 아빠처럼 슈퍼맨 같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장 존경하는 분은 나의 아버지이다.
나에게 헌신적이었던 분들인데, 난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지가 않다.
이게 당연한 부모의 역할이라면 좀 가혹한 것 같다.
서둘러 약값을 지불하고 병원을 나왔다.
공방으로 돌아오는 내내 땅만 보고 걸었다.
나는 나의 부모님 딸로 태어난 게 행복하고 감사한데, 우리 엄마아빠도 내가 당신의 딸로 태어난 게 행복할까? 나와 같은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