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더 잘 만드는지도 모른다.
우리 집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에 회의적인 편이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늦게 사주자는 주의다. 안 사줄 수는 없으니, 최대한 늦게. 그렇다 보니, 첫째는 중학교 입학할 때, 스마트폰을 사주었고, 둘째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스마트폰은 없다. 둘째의 휴대전화기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만 가능한, 인터넷이나 카톡 등은 전혀 안 되는 키즈폰이다. 첫째의 경우에도 스마트폰이기는 하나, 앱은 거의 깔려있지 않다. 무언가를 깔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해서, 정말 기본적인 앱(지도, 카톡, 영어사전, 네이버, 메일 등)만 깔려있다. 이렇다 보니, 두 아이의 폰 모두에 게임은 전혀 깔려있지 않다.
그래서, 주말에 외출을 하면, 지하철 안이나, 카페 등에서 둘째가 살며시 내 옆에 와서 물어본다.
'아빠, 아빠 휴대폰으로 게임해도 돼?'
내 휴대폰에는 3가지 정도의 게임이 깔려있다. 일종의 퍼즐게임인데, 무료로만 사용하다 보니, 죽으면 광고를 봐야, 계속할 수 있는 게임들이다. 둘째에게 내 휴대폰을 주면, 둘째는 신이 나서, 첫째 옆으로 가서, 게임을 같이한다.
둘이 내 휴대폰을 교대로 가지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다가 아이들끼리 어떤 규칙을 만들어서 교대로 게임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둘째에게 물어보았다.
'언니랑 게임 교대로 하는 거, 어떻게 정해서 해?'
'A게임은 언니는 한번 죽으면, 내가 하고, 나는 2번 죽으면, 언니가 해. B게임은 내가 5번 죽으면, 언니가 하고, 언니가 한번 죽으면 내가 해.'
'왜 두 게임의 규칙이 달라?'
'응, 나도 A게임은 언니만큼은 못하지만, 꽤 잘하거든. 그래서, 내가 2번 죽을 때까지 게임하는 시간이랑, 언니가 한번 죽을 때까지 게임하는 시간이 비슷해. B게임은 나한테는 어려워서, 사실은 내가 5번 죽는 시간보다, 언니가 1번 죽을 때 시간이 더 길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5번 죽는 것보다 더 오래 하는 건 언니한테 미안해서, 내가 다섯 번 죽으면, 언니가 하기로 했어.'
내가 처음 내 휴대폰을 게임하라고 주면서,
'게임하다 싸우면, 아빠가 휴대폰 가져갈 거야.'
라고 했더니, 나름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기들끼리의 규칙인 것 같았다.
오늘이 수능이다.
얼마 전 어떤 사람이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그것도 강남의 특정 구 출신의 수험생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지역별 할당제를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당연히 찬반양론이 있었고, 올해는 변한 것 없이 수능을 치르는 것 같다. 사실 이미 농어촌특별전형 등의 제도가 있으나, 현재의 제도가 서울의 특정구 출신이 서울대입학생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초등학생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자매도, 서로의 능력차를 고려한 규칙을 세울 줄 안다. 아니, 규칙을 세울 줄 아는 것만이 아니라, 그 규칙이 각자 능력 수준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benefit을 누군가에게는 penalty를 주는 것이어야 공정하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또한 benefit을 받는 아이는, 그 benefit이 지나치면 오히려 공정하지 않음을 알기에, 그 benefit을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공정한 규칙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지를 아이들은 아는데, 어른들은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교육'을 받으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위말하는 가방끈이 길어져가면서, 아이 시절에는 할 수 있었던, 공정한 규칙을 정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받으며 자라온 교육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겨울이 다가오는데, 사회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그 기울어짐이 더 가팔라지는 것 같아서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