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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 LA TENGO Jul 15. 2016

15박 16일 엄마와의 유럽여행

14) 에트르타, 옹플뢰르, 몽쉘미쉘 ②

옹플뢰르, 다시 올 수 있을까...? 

든든한 배를 안고 다시 최종 목적지인 몽쉘미쉘로 간다. 


가는 길은 엄청 평온한 노르망디의 초원이고 염소, 소들이 씐나게 뛰어놀고 있다.

프랑스는 원래 방목이 원칙이라고 한다. 아마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 때문이겠지.

그래서 여기 고기는 지방질이 많지 않다고 한다.


우리 집 앞에 곤트란쉐리에라는 빵집이 있는데, 

그 집 버터가 '노르망디 초원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소들의 우유로 만든 버터'라던데

그 소들이 너희들이니??(그 소 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

 

몽쉘미쉘, 천공의 성 라퓨타

아직은 밝은 오후. 드디어 몽쉘미쉘에 도착. 멀리 몽쉘미쉘이 보인다.

들은 바로는 이전엔 몽쉘미쉘까지 들어갈 수 있었고 제방으로 연결해 놓았었으나, 

그 길로 인해서 주변 자연환경이 훼손되어 이전대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 제방을 다 걷어내고 들어갈 수 있는 얇은 길 하나만 내놓은 상태.

그래서 현재는 공용 주차장에서 셔틀을 한번 타고 내려서 조금 걸어가야 들어갈 수 있다. 


몽쉘미쉘은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티브가 됐다고 하는데, 

들어가는 버스 안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의 주제음악을 들으니 더더욱 황홀했다.


낮에 보는 몽쉘미쉘은 야경만큼이나 멋지다. 

어떻게 저런 바위섬에 저렇게 웅장한 걸 지을 수 있었을까. 인간의 힘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이드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근처 성당에 계시던 오베르 주교란 분에게 대천사 미카엘이 꿈에 나타나 바다 위 바위섬에 성당을 지으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2번이나 꿈에 나타나 지시하였는데 진행하지 않자, 3번째에는 미카엘 천사가 인중을 꾸욱 눌러 깊은 자국을 내고 지시하고 나서야 서둘러지었다고 한다.

들으면서 '오베르 주교란 분도 엄청 뭉개셨네. 회사였음 짤 없었겠는데..' 라며 회사원 마인드로 생각했다.

낮에 보는 몽쉘미쉘

몽쉘미쉘은 지정된 프랑스인 가이드와 동행해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가이드는 몽쉘미쉘 곳곳을 설명해주었다. 가이드 따라다니긴 했지만, 

혼자 다니면 이 넓고 웅장한 곳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원 곳곳이 의미 있고, 성스러움이 묻어났다. 

꼭대기의 첨탑의 미카엘 천사상은 현재 보수로 인해서 볼 수가 없었다. 헬기로 얼마 전에 떼어갔다고 했다. 



올라가고 올라가다 보니, 썰물이 빠진 광활한 바다가 보인다. 

그냥 바다. 이거 보면서 수도사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생무상? 

물가에 살면 더 우울하다던데, 우울하지 않고 그냥 하느님께 더 집중할 수 있었을까?

이런 곳에서 수도했던 그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내려오면서, 수도사님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운동도 하고 기도도 했다고 하는 회랑을 지나쳤다. 

이 높은 곳에 이런 초록의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수도원을 다 구경하고 내려와서는 주변의 상점들을 구경할 시간이 있었다. 

몽쉘미쉘에 기대어 살아가는 마을. 보아하니 어둠이 오면 이들도 퇴근하는 것 같았다.

하나 둘 문을 닫고 불을 끄고 있었다. 

우리 팀은 야경을 보기 전, 이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지정된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고, 우리는 젊은 여자 두 분이 같이 온 팀과 메뉴를 같이 주문하고 나누어 먹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여러 메뉴 중, 양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맛은 그냥저냥 먹을만했다. 

7시 반에 시작된 하루는 슬슬 하이라이트만 남기고 끝나가고 있었다.


바다의 중간에 있어 그런지, 어둠도 빠르게 오고 바람도 매서웠다. 

빨리 하이라이트만 보고 가고 싶었다. 

가이드들은 마지막 사진 촬영을 위해 조명도 꺼내고 카메라 렌즈도 갈아 끼고 바빠 보였다.



별 빛이 내린다, 샤랄라~랄라라 라라♬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보러 가면서, 

가이드가 신신당부한다. 본인이 돌아보세요 할 때까지 절! 대! 돌아보지 말라고.

그전에 돌아보면 누구나 다 실망을 할 거라며,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위해 보고 싶어도 참아라,

본인이 가장 아름다운 스팟으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긴긴 도로를 바람을 맞서며 걷는데, 

최고의 순간이고 뭐고 빨리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고 어떤 모습인지 너무 궁금했다.

청개구리 같은 나는 슬쩍, 돌아봤다.


걸아나가는데, 안녕바다의 '별 빛이 내린다'라는 노래가 슬슬 흘러나온다. 

가이드가 "돌아보세요!"라고 외침과 동시에, 귀에서는 '별 빛이 내린다, 샤랄라 랄라라라~~♬' 가 나온다.

그 타이밍을 맞춰 환상적인 기억을 주려고 그러셨나보다. 

이 노래만 들으면, 엄마는 몽쉘미쉘이 생각난다고 하시니, 정말 긍정적인 각인이다. 


셔터를 엄청 눌러댔다.

카메라는 나의 수전증 때문인지 잘 찍히지 않고 다 흔들려나왔다.

갤럭시 S6 엣지의 HDR 기능 때문인지, 아래 사진들을 건졌다.




와우!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성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미카엘 대천사와의 조우가 있을 것 같은 느낌. 


와우! 와우! 하느라 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지금 사진을 보고 있자니 성호라도 그어야 할 것 같다


오베르 주교님, 천사님 말 뭉갰다고 욕해서 미안해요.

이런 멋진 유산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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