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씨앗은 내 탓이오' 남편의 한마디

딸 셋과 어머니

by 모송 정현숙

지난 70년의 삶을 돌아보며, 오늘은 가족 속에서 살아온 나의 작은 이야기 하나를 꺼내본다.


나는 큰딸과 연년생 둘째,

둘째와 넷 살 터울 셋째 딸을 둔

딸 셋의 엄마였다.

세 딸의 웃음소리에 늘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때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이 짙었다.

딸만 셋 낳은 나는 언제나 죄인 같았다.


친정엄마는 시댁 보기가 부끄럽다며

우리 집에 잘 오시지도 않았다.


더 힘든 건 시댁이었다.

시댁과 우리 집은 걸어서 5분 거리.

아침을 드신 어머님 아버님은

매일 우리 집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문이 열리고 어머님의 한숨이 먼저 들어왔다.

"아이고, 아들도 하나 못 낳는 게…”

그 말이 몇 달 동안

매일 아침 나를 찔렀다.


내 인내가 한계에 다 달았다.

남편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그 말을 한 번만 더 하시면

정신병원에 갈 것 같아요.

아니면 당신과 헤어지든지.”


남편은 담담했다.

“그게 힘드나?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가 내일 엄마한테 말해볼게.”


사람은 듣는 자리와 위치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다음 날 아침, 문이 열렸다.

“아이고…”

그 말이 시작되자 남편이 나섰다.

엄마요, 나 좀 봅시다.”


문이 닫히고, 나는 귀를 대고 들었다.

“애들 엄마한테 두 번 다시 그런 말 하지 마소.

아들 씨앗을 못 준 건 나요.

며느리한테 그 말하면 안 되지요.”


그 뒤로 다시는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

집안의 평화가 돌아왔다.


역시, 며느리보다 아들.

그리고 나의 든든한 방패막이된

남편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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