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위 '세계지도'와 다리미의 비밀

완전범죄를 꿈꾸며

by 모송 정현숙

어린 시절의 마루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마루는 식구들의 웃음소리와 밥 짓는 냄새가 섞여드는 가장 따뜻한 곳이었다.



마루밑은 어떤가?

우리 집의 신발장이자, 창고이며

밤이 되면 우리들의 가장 짜릿한 비밀 놀이터로 변신했다.


해 질 녘, 숨바꼭질이 시작되면 나의 단골 은신처는 정해져 있었다.

바로 마루 밑,

그 어둡고도 은밀한 아지트였다.


캄캄한 공간이지만, 바깥의 불빛은 희미하게 새어 들어와 세상을 환하게 비췄다.


나는 숨어 있지만, 밖을 훤히 보는 그 짜릿함에 희열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밤이었다.

마루 밑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숨어 있는데, 소변이 너무 마려웠다.


참고 또 참다가 결국 친구들 몰래

마루 밑,

그곳에서 시원하게 실례를 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니

이불속의 요가 축축했다.

결국 어젯밤 마루 밑에서 쌌던 소변은 놀이 속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소변보는 꿈을 꾸다가 나도 모르게 이불 위에 또 한 번 실수를 해 버린 것이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부끄러움과 공포가 밀려왔다.


'엄마에게 혼나면 어쩌지? 혼나는 것은 그나마 낫다.

키를 뒤집어쓰고 소금을 얻으러 동네를 돌아다니라면 어쩌지?'


어린 마음에 생각해 낸 유일한 방법은 다리미였다.

새벽 일찍 일어나 그 축축한 자리를 필사적으로 다렸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그런데,

요는 금세 마르는 듯했지만, 그 흔적인

'세계지도'만큼은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결국 완벽하게 속인 척, 정갈하게 요를 개어 장롱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다.


저녁 무렵,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를 불렀다.

"니, 어젯밤에 오줌 쌌제?"



심장이 쿵 내려앉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크게 뜨고 발뺌했다.


"아이다, 난 절대로 아이다."

하며 손사래를 쳤다.

엄마는 그저 잔잔한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래, 알았다."


엄마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다.

나는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나의 서툰 거짓말과 어설픈 은폐 시도를 모두 알고 계셨다는 것을.


그저 세상 사람들의 조롱보다 어린 딸의 부끄러운 자존심이 더 소중하여

모른 척 넘어가 주신,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따뜻한 사랑이었음을.



마루 밑 비밀과 요 위의 지도는, 지금도 나에게 가장 사랑스럽고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

나를 미소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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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