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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ji Aug 01. 2024

프러포즈를 받다.





남편과 연애 2년 차 때 같이 파리에 여행을 갔다. 코로나 사태가 거의 끝나가면서 해외여행이 비교적 자유로워질 때쯤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4년 만에 다시 가는 파리였고, 혼자서 외로워하며 지냈던 곳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간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설렜다. 파리에 있는 친구들에게 오빠를 소개해주고,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프러포즈를 받았다.


파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오후였다. 루브르 박물관 앞의 카루셀 다리에서였다. 그날은 각자 가고 싶은 미술관에 갔다가 퐁 데자르(pont des arts)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카루셀 다리(pont des carrousel)가 더 가까워서 그쪽으로 간다고 했다. 다리를 건너는데 반대편에서 건너오는 오빠가 보였다. 걸어가면서 손을 흔드는데 오빠는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며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가 다리의 중간에서 만날 때쯤 내 손가락을 잡고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리고 우리 결혼하자고 말했다.


오빠는 저녁에 하려고 했는데 내가 다리를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그때 반지를 주고 싶었다고 해서 우리의 프러포즈 장소는 그곳이 되었다. 나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프러포즈를 받은 순간에는 '갑자기? 당연히 해야지! 근데 반지가 갑자기 어디서 난거지?' 하는 생각을 잠깐 하고 그저 신나서 헤헤 웃으며 방방 뛰었다. 센느 강변을 따라 걸어가면서 계속해서 반지와 오빠를 번갈아 쳐다보며 방방 뛰었다. 결혼이라는 말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며칠 뒤 한국에 돌아와서야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농담처럼 결혼 얘기를 자주 했지만, 오빠 입에서 결혼이라는 말이 나온 건 2년 만에 처음이었다. 새삼 그 말의 무게가 느껴져 감동적이고 행복하면서도 왠지 모를 긴장감과 책임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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