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rdinary jin
Jul 05. 2024
2. 억울한 마음이 향하는 곳
어쩔 수 없다면.
“뭔가 억울한 마음 때문인가 이렇게 화가 나는 이유는.
나는 아기를 케어하는 것이 힘에 부칠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 중간중간 집안을 정리하는 일도 크게 어렵지 않고. 단지 화가 나는 것은 나의 이런 수고를 당연히 여기는 남편 그리고 나.
그게 서운해 미워하는 맘이 생기고 거기서 시작된 억울함 그리고 비난의 화살.
그것은 임신 때부터 지금까지 그저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했던 것들을 이제 와서 다시 꺼내 위로와 인정을 받으려는 욕심으로 바뀌었다.
입덧을 할 때 옆에 아무도 없었던 것에 대한 서러움이랄지, 추운 겨울 만삭의 몸으로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로 중무장을 하곤 초등학교 운동장을 외롭게 걸어야만 했던 기억이라든지, 잠투정하는 아기를 겨우 재워 놓고 초췌해진 내 모습을 거울로 바라봤을 때의 서글픔 같은 것들. 아무리 아프다 힘들다 말해도 내가 필요로 하는 위로나 공감을 보여주지 않는 남편의 무심함 속에서 나는 더욱 서글픔을 느낀다.
아기를 혼자 케어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주아는 내 아기이고 내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주아는 남편의 아이이기도 하다.
남편은 본인 몫까지 내가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현실적인 상황이 이러니 네가 해야지, 그런 마인드가 아니라, 내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그걸, 남편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첫째가 백일이 될 즈음 내가 블로그에 비공개로 적어놨던 글이다. 아마 이때부터 내 머릿속에 우리 사이의 불공평함과 내 억울함의 싹이 돋아났던 것 같다.
남편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다.
그 한결같음이 나에 대한 사랑과 배려였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그의 태도 안에서만 발현되었다.
"어쩔 수가 없잖아. 이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해?
나는 내가 할 일을 하고, 안타깝지만 너는 너의 일을 해야지."
남편의 마인드는 이랬다.
남편의 일이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준비하고 회사에 가는 것? 퇴근하고 돌아와 어머님이 차려준 밥 먹고 휴식 시간 갖는 것? 늦게까지 게임하다 야식 시켜 먹는 것?
남편은 주중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태도였다. 그렇다고 주말에 오면 달라지느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한결같았다.
결혼을 했든, 아이가 생겼든, 집에 오든, 안 오든.
그는 나의 수고로움을 인정해주었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내가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자신의 몫까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표현했어야 했다.
장거리 연애, 결혼과 동시에 주말부부였지만 이미 다 알고 시작한 관계라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달라졌다. ‘함께’ 책임져야 할 아이가 우리 가운데에 있는데 왜 나만 아이를 돌보아야 하지? 어떻게 너는 아이가 태어났는데도 잠을 그렇게 푹 잘 수 있어? 어떻게 그렇게 천천히 밥 먹을 수 있어? 나의 억울함은 남편과 나의 상황을 비교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어쩌면 그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너무 지치니까 왜 나만? 하는 억울함이 고개를 들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