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왠지 모르게 서촌이 참 좋았다.
행복했던 기억들이 많은 곳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먹을곳이 많아서 일까.
사실 이러한 주관을 최대한 빼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봐도 서촌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곳이다.
우선 앞서 말했듯 밥먹을 곳이 정말로 많다.
괜찮은 일식집 과 피자집도 있고
조금 내려가면 시장 까지 나와서
어떤 음식이 먹고 싶어도 금방 대처할 수 있는 천혜의 요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서촌이 먹을 곳만 가득한가? 그것은 결코 아니다.
윤동주가 살고있던 하숙집 터를 비롯해 이상이 살던 집 주소를 바탕으로 꾸며놓은 ‘이상의 집‘
그리고 박노수 가옥을 활용한 미술관까지.
오감을 만족시킬수는 없어도 눈과 입만은 확실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곳이 바로 이 서촌이다.
이런 서촌의 명소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이상의 집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물론 이는 내가 이상의 열렬한 팬인 것도 있겠지만
서촌의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큰 축이 바로 이상의 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길들과 곳곳에 보이는 기와지붕, 감성 넘치는 가게들과 발길을 사로잡는 건물들까지.
그런 분위기를 따라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길은 이상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장점 때문에 이상의집은 묻히곤 한다.
이곳 저곳 구경하면서 발길을 옮기다보면
사람들이 살고있는 집일까 혹은 가게 영업에 방해가 될까 조용히 지나치게 되는데
이상의 집 역시 정말로 지나치기 좋게 생겼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상을 그린 그림과 그의 작품들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내부에는 큰 책상과 의자가 있어 이상과 관련된 작품, 연구, 신문 등을 읽어 볼 수도 있으며
이상의 글을 활용한 간단한 기념품등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내 발길은 매번 그의 작품들로 향하게 된다.
이상 작품의 복사본이 있는 책장 걱정말고 당기면 열린다.
랍을 한 칸씩 열면 이상이 썼던 글의 복사본을 살펴 볼 수 있다.
박제가 되어비린 천재를 아시오? 라는 문장이 유명한 날개.
나는 이 소설을 정말 좋아했다.
어린 시절에는 남들은 어려워 못 읽는 것을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는 사실에 좋아했고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소설 속 그의 문체가 너무나도 좋았다.
툭 툭 내뱉는 그의 말들과 담담하게 그려내는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볼때마다 어떻게 이런 천재가 있을까 하고 감탄하곤 했다.
그 다음 발길은 자연스럽게 커다란 철문으로 향한다.
몇몇 사람들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 지역인가 라는 생각에 고스란히 발길을 돌리지만 걱정말고 문을 열어 나아가면 된다.
문을 열면 캄캄한 공간속 작게 이상의 생애에 대한 영상이 재생된다.
백부 김연필의 집
통인동 154번지 바로 지금 이상의집이 위치한 공간
이상은 20년의 시간동안 이곳에서 살았다.
그의 영상을 다 보고나면 이렇게 계단을 통해서 바깥 풍경을 살펴 볼 수 있다.
이상의 집 건물과 붉은 벽돌의 빌라들이 같이 있는 이 광경을 보면
퍽 오묘한 감정이 든다.
날개의 마지막처럼
'날개야 돋아라' 라고 외치긴 민망한 높이지만
뭐 어떤가
박제된 천재가 지냈던 공간에서
이정도 위트와 패러독스를 갖는것쯤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것인데.
날개가 돋아난 심정으로 이렇게 서촌을 바라보고 있는것도
퍽 재미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