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황과 행복의 성찰
요즘 좋은일들이 유달리 많아 근황 정리할겸 에버노트(노트어플)를 켰다. 하지만 이내 쓸데없는데로 생각이 세어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정말 쓸데없는건가 모르겠다. 답이 없으니까 쓸데없다고 생각했을 수도있겠다. 하지만 답이 없는걸 알면서도 나만의 답은 내려야겠다 싶어 마저 써내려가기로한다.
새로움은 항상 나를 움켜쥐고 흥분시킨다. 큰 방송은 아니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떨리고 긴장했지만 나름 재밌었던 라디오 방송. 1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나중에는 긴장도 풀려서 장난도 치고 그랬던듯하다. 이성에 관한 질문, 한국과 중국의 문화차이, 여기 생활과 중국음식 등등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돌이켜보면 불과 1년 반전에 '니하오(안녕)'밖에 못하던 내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다는게 신기하기만 한 하루. 접속자가 1000명이 넘었다고(중국치곤 작은수) 같이 방송한 친구가 신나서 고맙다고 하는 말에 나야말로 진심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직전 학기중 투잡을하며 뼈 빠지게 번 돈으로 동남아 6개국 여행을 떠났다. 처음 투어식으로 여행을 다니며 인생에 귀중한 시간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사진이라도 배워가자고 마음었었다. 하지만 돈도 없고 실력도 없는나. 그래. 아쉬운대로 폰카로라도 무작정 찍기로한다. 그렇게 수천,수만장은 찍은듯하다. 어제와 오늘은 비슷했지만 저번달과 이번달은 확실히 달라져있는 사진을 보면서 점점 더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결국 내가 지닌 사진들을 모아 교환학생을 오게된 이 학교 사진전에 지원하게되었다. 그리고 몇주 후 학교 길거리에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전시 되어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감회가 색다르기만하다. '남한테 보여줄 실력은 아닌데....' 라는 생각부터 '이제는 좀 괜찮나?' 라는 마음까지. 싱숭생숭하면서 나름 좋은 기분이다.
우리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오고싶다는 중국인 친구의 말에 저녁에 따로 한국어를 잠시 가르쳐줬다. 그렇게 몇분이 흐르자마자 내가 쓰는 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치기가 상당히 어렵구나를 느낀다. 하지만 못할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몇개의 단어, 높임말, 자음과 모음을 읽는법을 가르쳐 준 후 돌아가는 길에 문득 하얼빈에 사는 중국인 친구에게 전화온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어 교사로 월 4000위안에 일할 수 있냐고 말이다. 한국돈으로 80만원 가까이 되는 작은 돈이지만 이곳 생활수준에 비한다면 절대 작은 액수가 아니란다. 가르치면서 중국 문화도 늘릴만한 좋은 기회가된다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할일이 많아 아껴두기로했다. 그리고선 아무때나 환영한다는 말에 몇 년 후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몇달 일해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만 남겨두기로한다. 아무튼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기회가 열린다는 이 두가지 일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외에 장기 인턴쉽 서류작성도 순조롭게 진행되고있고 1달후에 돌아가는 한국에서 생활 준비도 나름 문제 없이 나아가고있다. 이렇게 최근 내게 있어서 좋은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지금.
과연 나는 매 순간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불행이도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인간이 느끼는 행복의 속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행복에 앞서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돈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물리적, 화학적으로 실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돈이 존재한다고 알고있다. 아니. 굳게 믿고있다. 이는 인간이라는 사피엔스 종의 특징이 무언가를 공통적으로 믿음으로서 의식을 합치고 어떤 동물보다 유동적으로 소통하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인권, 국가, 회사 이 모든것은 사실 실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한다고 모든 인간들이 믿기 시작하면 그것은 실제로 작용한다. 이를 일반적으로 '상호 주관적' 이라 칭한다. 그리고 누군가 한 사람이 만약 국가,인권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인간을 무시하고서도 충분히 사회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만약 모두가 믿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큰 믿음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이니까.
시대를 바꾼 혁명가, 사상가의 말은 자신이 만든 믿음이 마치 신이 쥐어준것 처럼 이야기하는 성향이있다.
다시 돌아와 그렇다면 행복은 실제한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나의 결론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은 그저 '행복'이란 단어를 만들어냈고 존재한다고 믿는 단순한 허상일 뿐이다.
행복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 없는 것일까? 일단 생물학적으로 인간에게 쾌락은 확실히 존재한다. 성적인 만족감부터 시작하여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도 하나의 쾌락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생각해보면 행복은 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좋은 감정일뿐일지 모른다. 감정. 그 감정은 현재다. 현재 내가 느끼는 바로 그것.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현재. 오늘 나를 예로들어보면 아침에 조금 늦잠을 자서 불쾌했다. 수업은 지루했고 밥먹는 시간은 기쁘진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으며 중국인 친구를 만나며 회화를 할 수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오랬동안 같이 있어 저녁쯤에는 조금은 지루해졌었다. 이렇게 오늘 저녁 나는 하루동안의 나를 돌이켜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 변하고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결국 지금 내게 행복이 결정되는 장소이자 시점은 바로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다.
진화론을 견지하는 입장으로서 인간은 사피엔스의 공통적 특성과 돌연변이 출연 가능성 같이 개별적인 특이성을 지닌다. 앞서 말한 의식의 통합은 인간 공통의 특징이되며 수학자, 과학자, 음악가가 되는 것부터 무슨 음식과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지는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는 개별적 특이성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알기위함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무엇을 믿고있는지 무엇을 싫어하고 선호하는지 즉, 자기끌림을 알기 위함이다. 그것을 안다면 지금 현재에 행복한 일을 잡으며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은 사실상 허상이다. 행복의 시점은 현재다. 행복은 나를 앎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3가지가 20대를 사는 방황하는 내가 내린 답이다. 또한, 나에게 꿈을 물어본다면 꿈을 꾸지않는게 내 꿈이다. 꿈이 없기때문에 지금 순간 행복한 일을 하는것이 미래를 여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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