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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Jul 24. 2017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규제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규제시도, 사회적 합의 기준부터 정립하는 게 관건



인터넷 시장이 규제가 없어서 성장했으나, 이제는 완전히 성장했으니 규제해야 한다? 시장이 충분히 성장했다고 보는 기준은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 포털? #이용자 환경?


오세정 의원이 팟캐스트를 언급하며 규제 정당화를 주장한 것에 대한 맞장구인 걸 생각하면,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발언은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느낌이 드는데, 이럴 경우 앞서 '충분히 성장'이라고 한 발언과 상치되는 것 아닌가? (일단 오세정 의원님, 이러지 말아주세요 ㅠㅠ)

(관련기사 -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 "인터넷시장, 이제는 규제 필요"  http://m.newspim.com/news/view/20170719000233)


'플랫폼 중립성'을 검토하겠다는 발언도 있었다. 매일경제 용어사전의 정의를 빌려오자면, 플랫폼 중립성은, 스마트폰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글, 애플, 삼성전자, MS 등의 업체가 콘텐츠 사업자들을 차별할 수 없는 제도다. 플랫폼이 자사가 인수한 회사에 특혜를 주거나 검색에 잘 보이도록 상위에 노출시키는 것은 플랫폼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구글이 자사의 검색엔진만 사용하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경쟁사의 검색엔진을 배제하는 것은 플랫폼 중립성 위반이다.

<2016년 방통위가 공개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 '플랫폼 중립성'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붉은색 부분)>


플랫폼 중립성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얼핏 보면 포털 규제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두 대형포털이 국내 인터넷 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는 특정 기업의 시장 독과점을 막는 합리적인 시도로 보일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내 상황상, 인터넷 시장이 충분히 성장했다고 여기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플랫폼 중립성을 도입하는 것은 이제 막 개화한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들이 객관적으로 콘텐츠 배열/노출할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콘텐츠를 노출시킨다고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누군가는 해당 플랫폼이 중립성을 어겼다며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플랫폼 중립성이 도입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자에게 과도한 규정을 요구하고, 논란이 발생할 경우 콘텐츠 사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콘텐츠 게시의 차별을 없애겠다는 취지임에도 실제적으로는 오히려 콘텐츠 사업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쉽다. 우리나라에서 콘텐츠 사업으로 안정적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기업이 있나? 콘텐츠 사업으로 배불러지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CP 기준에서 볼 때도 인터넷 시장은 과연 성장했는가?


인터넷 시장의 성장 기준은 '포털', 반면 규제를 언급할 때는 CP? 개인들이 스스로 미디어화 되어가는 시대에서 CP 규제에는 개인도 자유롭지 못하다. 콘텐츠 규제는 필연적으로 '내용규제'와 이어진다. 물론 방통위를 비롯한 그 어느 규제기관도 CP규제를 하겠다고 말하는 곳은 없다. 인터넷 규제논의가 나올때 대부분은 플랫폼, 구체적으로는 포털이 표적이 되는 게 다반사다. 포털을 편들자는 건 아니다. 그동안 포털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갑질한 사례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기억 못하는 사람들, 별로 없다.


그러나 인터넷 시장엔 포털만 있는 게 아니다. 콘텐츠 또는 서비스/솔루션을 다루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존재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자본력을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영세하다. 일부 이름이 알려진 곳들도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일매일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곳도 많다.


결국 이 시장은 콘텐츠와 플랫폼을 칼로 무 자르듯 딱잘라서 구분할 수도 없을 뿐더러, 크고 작은 부침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면서 사업을 이어가는 중소 ISP(인터넷 동영상 사업자, 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시장 획정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일부 거대 포털의 존재감이 강하다고 그들만을 규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No. Never!


그런데 자꾸 '규제' 얘기가 나온다. 지금은 인플루언서의 시대라고 했던가. 고위 관리자분들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가 또 있을까? 그래서 윗분들일수록 '규제'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도 최대한 아껴주시면 좋겠다. 이런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는 수많은 CP, ISP 사업자를 생각해서, 그리고 후보자께서 말하셨듯이 규제 없는 환경에서 이런 사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여 시장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도록 말이다.


방송통신 관련한 다른 발언들까지 봤을 때, 전체적으로 방송(그것도 지상파 중심)의 입장에서 통신과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광고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 여파로 타격을 입게 되는 건 애꿎은 중소 ISP 사업자와 콘텐츠 창작의 주요 세력으로 올라선 '다수의 개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하나의 기준으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시장이 통신 미디어 시장이고, 경우에 따라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내용'에 대한 규제다.


내용 규제는 가치관, 문화배경, 경험, 사회정서 등이 작용하여 이루어지는 분야다. 다시 말해, 시스템이라는 물리적 요소를 도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법령은 성문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물리적이고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 '주관적인 내용규제'를 '객관적인 제도규제'로 성문화하려면, 모두가, 아니, 적어도 사회의 2/3 또는 과반 이상이 동의할 수 있는 '합의된 사회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과 사업자들이 내용규제는 자율규제에 맡겨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 외의 추가 대안도 제시하는 게 필요할 듯 싶어, 언제부턴가는 국회나 정부부처에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창작자의 '미디어 윤리교육'이 초등교육부터 필수과정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드리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미디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며,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분석, 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쏟아져나오고 있는 콘텐츠를 잘 선별해서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콘텐츠의 양적 증가는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만, 반면 불건전하고 유해한 콘텐츠들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해지는 것은, 이처럼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개개인에게 점점 더 요구되기 때문이다. 창작자의 윤리교육은 말 그래도 건전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회적 윤리를 함양하고, 콘텐츠(미디어)를 활용해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을 말한다. 주로 '언론' 기능을 가진 기존 미디어에서 중시되었으나,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현재 시대에는 개인들에게도 미디어 윤리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분들이 교육부에게 전달하겠다고 답변해주시지만, 규제관련해서는 다양한 부처와 입법기관이 언급하면서, 교육은 교육부만의 소관으로 두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CP와 ISP는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개인들의 미디어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내용규제'를 민-관-학이 협력해서 푸는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물론 방통위원장 후보 청문회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은 발언이 없던 것은 아니다. '포털 임시조치제도' 개선.


'임시조치제도'는 인터넷에 게시된 정보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될 경우, 피해자의 신고로 인터넷 포털 사업자가 해당 정보를 삭제 또는 임시조치 등 처리할 수 있는데, 임시조치가 현재는 30일 기준으로 되어 있다. 임시조치 제도는, 해당 콘텐츠로 피해를 보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자율규제이지만,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는 때로 억울하게 자신의 콘텐츠가 삭제/임시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의 우려도 있다.


이효성 후보자는 임시조치제도의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30일은 너무 길고 이용자 권리기준이 모호하니 기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좋은 취지이긴 한데, 플랫폼 중립성 발언과는 또 안 맞는 느낌이다. 결국 전체적으로는 평소 '포털'이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반면, 방송- 정확히는 지상파-은 애틋한) 시각이 있었고, 이를 근거로 규제검토나 연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겠다 싶었다.



그 외 기억나는 방송통신 관련 정책 발언들은 다음과 같다. (생각나는대로 적느라 중구난방임.)

- 지상파 중간광고 적극 검토
- KBS, MBC 사장 교체 강제 불가.
- 종편 축소방안 검토.
- 플랫폼 중립성 연구
- 반면, 망중립성 발언 관련 기사는 못 찾음. (이 부분에 대한 발언이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 포털 임시조치제도 개선(30일보다 줄일 가능성 높음)
- 현행 광고제도(코바코) 변경계획 없음.
-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 및 분리공시제 적극 시행.
- 통신료 인하 검토.
- 통신과 휴대전화 유통을 분리하는 '휴대전화 완전자급제'는 유통채널에 영향을 중 수 있으므로 보다 신중히 검토 예정.


PS) 그나저나 단통법은 곧 폐지되는데, 국민적 지지를 거의 못 받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왜 그대로인지. 오히려 강화를 검토하는 분위기인데, 문체부 장관이 시인이셔셔 그런가.



#미디어 #규제 #정책 #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 #인터넷서비스사업자 #플랫폼 #콘텐츠사업자 #CP #ISP



본 글은 페북에 적었던 글을 수정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jinhee.yu.524/posts/1398241483576300?pnref=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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