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쏜살문고 '동네서점 독점판매' 2종의 D2C 유통전략과 관련하여
동네서점에서만 판매하는 책이 나왔다.
민음사 쏠쏠문고가 '동네서점 독점판매'를 기치로 출간한 2종의 서적이 그것이다. 국내 최초 사례다.
(관련기사 http://bookedit.tistory.com/618)
해당 콘텐츠는 다름 아닌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다. 출판사는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의 콘텐츠 파워를 앞세워, 전국구를 기반으로 한 대형 서점에 유통하는 것을 과감히 포기했다.
원인은 달랐지만, "옥자" 상영을 보이콧했던 국내 3사 멀티플렉스 덕분에 독립극장들이 모처럼 활기를 띠게 된 상황이 오버랩된다.
영화 쪽은 대형유통사가 거부해서 중소유통사에게 기회가 간 케이스고, 출판 쪽은 애초부터 출판사와 중소유통사가 협업해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동네서점에만 전략적으로 유통한 케이스라, 상황도, 진행과정도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두 사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고 싶어지는 건, 콘텐츠의 '유통 방식'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각 분야의 지배적 유통 플랫폼을 완전히 배제한 채 마이너 플랫폼에서만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또는 구체적인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미디어/콘텐츠 시장뿐 아니라, 교육, 제조, 금융 등에서도 그랬다. 대기업의 싹쓸이, 골목상권침해, 독점적 위치에 대한 불만의 가장 큰 대부분 원인은 이들의 독과점 수준의 '유통'이었지, '생산'(혹은 창작)이 아니었다.
유통은 대중과 '무엇 something' (product or contents or whatever...)이 직접 만나는 채널이다. 때문에 대중은 자신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독과점 유통사(또는 현사)에 본능적으로 반기를 들면서도, 동시에 그 유통구조를 벗어난 작은 유통사만 접촉하는 것에 두려움 혹은 거부감을 느낀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사례도 사용자 심리 관점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그것을 조정해보겠다고 정부에서 이런저런 시도나 규제를 해 보아도 독과점 유통을 막기 어려운 것은, 근본적으로 규제가 소비자(사용자)들의 (독점적 유통사에 대한 반감이 내재된) 지지와 (그럼에도 독점적 유통사를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서점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지 못한 마이너 유통망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창작자(출판사, 기획자)의 용기가 놀랍다.
이제 관심은 사용자의 호응으로 넘어간다. 책 내용에 대한 리뷰도 중요하겠지만(사실 '인간실격'과 '무진기행'의 리뷰가 나쁠 리도 없다), 이번 사례에서는 "얼마나 팔리는가", 즉 사용자의 '선택'(판매실적)이라는 물리적인 결과가 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판단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 교보, 예스24, 영풍, 인터파크, 알라딘이라는 온오프 유통강자를 의도적으로 제외한 공급자의 용기가 사용자의 용기로도 이어질 것인가.
- 최근 일고 있는 D2C (Direct-to-Consumer) 흐름이 출판계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프로젝트가 지니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판매량의 많고 적음은 의미를 설명하는 근거가 될 뿐이다.
옥자처럼, 이 책도 많이 팔리면 좋겠다. 출발 원인은 달랐어도, 극장과 서점에서, 작은 동네유통사들의 부활바람이 한번 일어나면 재밌을 듯 하다.
덧붙이자면, 지역서점 살리는 건 도서정가제 같은 규제가 아니다. 유통구조를 국가가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건 늘 탈이 난다. 국민적 불만도 높다.
동네서점의 부활은, 이 책처럼 동네서점에서만 유통시키겠다는 차별화된 유통전략 덕분에 기대해봄직하다. 결국은 다시 돌아, '콘텐츠'다. 매달 일정 권수의 책을 꾸준히 사고 있지만, 도정제는 도무지 의의를 찾지 못하겠다. 단통법도 없어지는 마당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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