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즈 칼럼] 2017.7.9
(원제 : ‘1인’의 시대, 미디어와 문화, 그리고 MCN)
2009년 방송된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와 2016년 방송된 '혼술남녀'는 극 중 인물들이 '혼족'(혼자 사는 사람) 또는 '1인 문화'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결혼 못하는 남자'의 남자 주인공이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를 먹는 장면을 충격적으로 느낀 반면, '혼술남녀'의 극 중 인물들이 바깥에서 혼술과 혼밥을 즐기는 것에는 깊은 공감을 표했다. '1인'의 문화코드가 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7년이 지나서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740만이다. 이는 전체 가구 수의 35%에 달하는 수치다. 이와 함께 1인 문화도 사회적인 코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1인 문화 관련한 국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답변이 70% 이상 나왔다는 한 조사 결과는 1인 문화가 사회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필자는 '미디어의 변화'에 주목하고 싶다. 단언컨대 1인 문화가 대세로 떠오른 핵심 원인은,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콘텐츠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유와 소통들, 즉, '1인들'에 특화된 미디어의 발전에 있다. 유튜브의 발전이 그 예다. '다양한 1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는 유튜브를 TV에 버금가는 플랫폼으로 성장시켰고, MCN(Multi-Channel Network)라는 완전히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탄생시켰다.
MCN은 탄생 자체만으로도 미디어 역사에서 의의를 지닌다. 미디어 산업은 전통적으로 한 명의 화자(방송국, TV채널)가 다수의 대중(Mass)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파하는 '1대 다수들'의 구조였고 힘의 불균형이 전제된 시장이었다. MCN은 미디어 산업에서 약자이던 '다수의 1인들'이 힘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수동적이던 '1인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주체가 됐고, 그 과정에서 MCN 산업의 확장 가능성도 함께 높아졌다. 아직은 작은 뉴미디어 시장에 불과한 MCN을 많은 이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인들의 유기적 결합과 해체, 그리고 확장 가능성은 '소통'(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인 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MCN의 핵심은 '힘의 전위'다. '1인들'은 MCN 산업의 핵심으로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각자의 팬덤을 형성하여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화자(스피커)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다수의 1인들'이 직접 화자가 되어 기존의 화자(대중매체)를 조금씩 압박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힘의 역전현상을 바탕으로 '멀티채널 네트워크'의 MCN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멀티 콘텐츠 네트워크(Multi-Contents Network)'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때의 콘텐츠는 영상물뿐 아니라, 플랫폼과 비즈니스모델, 사람(창작자, 출연자, 제작자)을 모두 포함하는 광의적 의미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이를 MCN 2.0이라고 부른다.
MCN 2.0 시대로 접어들면서, '1인들'이 만들어낸 힘의 전이는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른 느낌이 든다. 미디어 시장의 주체가 되고자 창작의 길로 뛰어든 1인들은 자신들을 향한 팬덤을 바탕으로, 창작 외에도, 마케팅, 컨설팅, 광고, 세일즈, 보도, 교육, 분석 등 자신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영역을 빠르게 증가시키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1인의 문화, 1인의 미디어에서 탄생했고 힘의 전위를 목표로 했던 MCN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더라도 '다수의 1인들'의 영향력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 분명하다. 소극적이던 '다수의 1인'이 주체성을 갖게 되면서 시작된 문화는, 미디어 산업은 물론, 국가의 발전방향을 좌우하는 차세대 산업으로서의 의미도 지니게 되었다.
MCN은 역사상 '1인'이 발생시킨 가장 강력한 나비효과다.
20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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