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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Aug 09. 2021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전략, 'D2C'와 '구독서비스'

푸드 및 신선식품 시장을 중심으로

 고는 한국해양연구원이 발간하는 정기간행물에 실린 원고 원문입니다. 글로벌 이커머스 동향  3세대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푸드 분야 시장 규모와 함께, 이커머스 최신 전략으로 부상중인 D2C(자사몰) 구독서비스에 다뤄보았습니다. 편집된 부분은 후에 별도 링크를 공유하겠습니다.





이커머스(eCommerce)전성시대

이커머스 전성시대다.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19년 3.4조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2020년 4조 달러를 돌파했고, 2024년에는 전체 커머스 시장의 22%에 해당하는 6.4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eMarketer, 2021.1.14.).


디지털 환경이 대중화되었음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전체 상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까지도 그리 높지 않았다. 일례로 최대 소비 강국인 미국의 이커머스 비중은 2019년만 해도 상거래 시장의 15.2%에 불과했다(유료모니터; 김현수, 2020). 그러나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외적 변수는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을 ‘온라인’으로 전이시키며 이커머스 시장을 폭풍 성장시켰다.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이커머스 시장은 북미 31.8%, 전 세계적으로는 27.6% 성장했다 (eMarketer, 2021.1.14).


<2019-2024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규모 및 2020 대륙별 이커머스 성장률   (출처: eMarketer, 2021)


온라인 쇼핑은 ‘상품 검색’,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과 물류’, ‘다양한 제품’과 ‘맞춤형 추천’, ‘가상공간 활동(검색, 구매)과 현실 공간 활동(제품, 서비스 사용)의 연결’ 등 오프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자의든 타의든 온라인 쇼핑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갈수록 온라인 쇼핑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디지털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과거 아날로그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는 신선식품과 간편식, 건강식품 등 ‘푸드 제품군’이다. 이러한 현상은 장보기 또는 외식을 꺼리게 된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 배달 앱과 구독모델 등의 도입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식품군의 온라인 쇼핑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크다. 실제로 닐슨에 따르면, ‘식품’ 분야는 최근 1~2년간 온라인 소비량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군이었다(Nielsen, 2018). 이커머스 전성시대를 맞아 ‘푸드’ 분야가 이커머스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것이다.


 글로벌 온라인 소비량 증가 품목(좌) 및 아시아 지역의 온라인 소비량 증가 품목(우)  (출처: Nielsen, 2018)


국내 푸드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온라인 거래 비중이 더 높은 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푸드 온라인 시장은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며, 2020년 시장 규모는 40조 원가량으로, 2019년의 26조 7천억 원을 가뿐히 넘어섰다(남라다, 2021.1.2.). 배달식, 도매 거래 등이 포함된 규모라고 하더라도, 푸드 시장의 이커머스 거래량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소비자 인식과 유통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2018년부터 F&B 및 가공 식품군에서 먼저 거래량이 점차 증가했고, 2019년부터는 밀키트(Meal kit), HMR(가정 간편식: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국내 HMR 시장 규모가 2020년 4조 5천억 원이며, 2021년에는 5조 원을 돌파한 후 2025년까지 매년 9.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이재현, 2021.6.3.).


국내 푸드 이커머스 시장 추이.  *2020년 거래액은 추정치임  (출처: 통계청; 남라다, 뉴스핌, 2021.1.2.)


신선식품에 부는 이커머스 바람

식품군의 온라인 거래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신선식품(농수산물)’이다. 신선식품 시장은 태생적으로 이커머스와 근본적인 괴리가 있는 분야다. 현장에서 직접 물건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장이라 대부분 로컬 오프라인 지역 중심으로 소비되어 왔기 때문이다.


신선식품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IT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 19의 요인도 있지만, 유통 플랫폼들 사이에서 ‘물류 및 배송 전쟁’이 치열해진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신선식품의 핵심조건인 ‘신선도 유지’와 이커머스의 강점인 ‘편의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면, 물류 시스템의 고도화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선식품의 이커머스 수요 증가는 앱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2020년 9월 기준으로 국내 신선식품 앱 사용자 수는 지난해보다 무려 76%가 증가한 203만여 명에 달했으며(이윤화, 2020.10.29.), 2021년에는 300만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구매 주기가 짧은 신선식품이 주요 온라인 소비품목으로 자리잡을 경우,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오프라인을 추월하는 ‘제1의 소비 채널’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신선식품으로 영역 확장하는 이커머스  (출처: 이윤화, 이데일리, 2020.10.29)


신선식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2019년에는 제철 수산물 전문기업인 ‘커머스 오늘회’가 4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고, 2020년에는 한우 브랜드 ‘설로인’이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들은 빅데이터에 기반하고, 주요 원재료 센터를 확보하여 이커머스로 판매하는 ‘푸드테크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벤처스퀘어, 2021.2.18.).


미국에서도 신선식품이 이커머스 효자품목으로 등극했다. 과일, 채소류의 농산물은 2015년 이커머스 비중이 7%에서 2019년 22%까지 증가했고, 신선육류와 해산물 등의 수산물 또한 온라인 수요가 폭증하면서 2019년 ‘탑 1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선식품 부문에서 온라인 소비를 촉진하려면, 가격보다는 상품 ‘품질’에 주목해야 한다. 간편식 등 다른 식품군을 포함한 일반적인 상품들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을 선보이기 마련이지만, 신선식품은 재료의 퀄리티, 유통 기간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오히려 판매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수한 분야다. 따라서 신선식품 시장에서는 가격 할인이나 쿠폰 발행이 너무 잦은 것은 오히려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다른 부가 혜택을 개발하는 것이 이커머스 활성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 또한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 때문에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만, 신선식품만큼은 ‘신선도 유지’(68%)를 ‘가격’(67%)보다 먼저 고려했으며, ‘할인쿠폰 및 절약기능’ 또한 52%로 하위권에 머무는 등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 조건을 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농수산식 품유통공사, 2020).


2019 미국 온라인 식품 소비 동향 (출처: The Food Industry Association, Invesp;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0)


그렇다면 글로벌 신선식품 시장에서 효과적인 이커머스 수행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핵심 요인은 ‘IT 기술의 접목’이다. 최신 기술이 더해지면서 ‘신선도 유지’를 위한 물리적 장벽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D2C’와 ‘구독서비스’는 식품군 뿐만 아니라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 향후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전략 1] ‘D2C’ 자사몰 운영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식품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를 꼽으라면 ‘D2C(Direct to Consumer)’를 들 수 있다. D2C란 판매자와 소비자가 바로 연결되는 ‘온라인 직거래’로, 제조사가 거대 유통 플랫폼 의존도에서 벗어나 ‘자사몰’을 통해 직접 소비자 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러한 D2C 플랫폼에서는 ‘생산자 (제조)’와 ‘판매자 (유통)’라는 전통적인 상거래 역할분담이 희미해진다.


본래 D2C 현상은 SPA 브랜드(기획, 생산, 유통을 한 회사가 담당하고, 유통을 생략해 가격을 낮춘 패션 제품)가 장악한 패션 업계들이 먼저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Nike)’는 2019년 ‘탈 아마존’ 선언 후 자사몰로 전환한 결과, 2021년 6월 현재 글로벌 전체 매출의 50%를 D2C 사이트에서 벌어들이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나이키 사례에 고무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아마존과 결별을 시도 중이며,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미국 D2C 시장은 2017년 68.5억 달러(약 7조5천억 원)에서 2020년 177.5억 달러(약 23조7천5백억 원)로 3배 이상 성장했다(Statista, 2021).

 

2017-2021 미국 D2C 시장 규모 (출처: statista, 2021)


나이키의 D2C 매출 비중 변화 (Statista, 2020)


D2C 열풍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푸드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 사례이긴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자사몰을 오픈한 동원, HY(구 한국야구르트), CJ, 롯데 등은 D2C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은 2020년 계열사 온라인몰을 통합한 D2C 사이트 ‘동원몰’을 오픈하여 20% 매출 성장을 달성했고, 2019년 오픈한 CJ의 D2C 사이트 ‘CJ 더마켓’은 오픈 1 년만에 연 매출 700억 원을 기록했다(김정우, 2021.6.9.). 2020년 중순 이후부터는 푸드테크 스타트업들도 D2C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중이다.


글로벌 식품업계가 D2C 사이트에 집중하는 것은 크게 다음의 3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첫째,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의 회복, 둘째,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를 통한 다양한 마케팅 전개, 그리고 자사 브랜드 수립 및 고객 충성도 제고가 그것이다.


1 ) 가격 경쟁력과 자율성 회복

‘D2C’는 자사몰을 통한 직접 판매방식인 만큼, 단계별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판매 수수료를 줄임으로써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대형 유통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현재 구조상, 식품업계는 이들 유통사 주도의 최저가 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을뿐더러 각 유통사에 판매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아마존’ 등 강력한 유통 플랫폼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해외 시장에서는 판매자들이 이들 플랫폼을 상대할 때 협상 파워가 약하고 가격설정에 대한 자율성이 국내보다 낮기 때문에, 판매자로서는 매출이 늘어나면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지는 역마진 현상을 감내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하지만 기업이 D2C 사이트를 운영하면 대형 오픈마켓 규정에 구애받지 않는 할인과 프로모션이 가능해진다. 이는 자사 상품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쌓을 수 있는 출발점이자 전제조건이 된다.


2) 고객 데이터 확보를 통한 다양한 마케팅 전개

D2C가 주는 또 다른 매력적인 부분은 ‘데이터’다. 온라인상에서 발생한 모든 고객 행동 데이터가 대형 유통 플랫폼에 귀속되는 현재의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구조에서는 유통사 의존도가 높은 대다수 영세 판매자들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D2C 자사몰은 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각종 행동 데이터(검색, 웹서칭, 클릭, 위시리스트, 카트 담기, 결제, 교환, 환 불, 리뷰 등)를 직접 수집·분석함으로써, 개인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부응하고 고객별로 특화된 맞춤형 마케팅 전략 수립을 가능케 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D2C 성장 트렌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유진희, 2021).


국내 최초의 마케팅 솔루션인 ‘그루비’는 자사몰에 수집된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D2C 기반의 이커머스 사업자들에게 다양한 개인화 마케팅 전략을 제안한다. 가령 고객의 최근 방문(Recency), 방문 빈도(Frequency), 구매 금액(Monetary) 지표를 활용하여 고객군을 분류할 수도 있고(RFM 세그먼트), 또는 사이트 방문 고객들의 구매확률을 ‘예측’하는 고객 분류도 가능하다(구매확률 세그먼트). 또는 고객들이 자사몰에서 검색한 키워드 분석을 통해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상품을 추천하거나(검색 추천), 사이트 내에서의 고객의 ‘실시간’ 움직임(클릭, 페이지 이동, 스크롤, 검색, 찜하기, 구매, 결재 등)을 파악하여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AI 상품 추천).


자사몰에서의 고객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분류 방식 (출처: ‘그루비’ 웹사이트)


이처럼 자사몰에서 수집된 다양한 고객 행동 데이터는 판매자가 ‘고객을 파악’하고, 이들의 특성별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자산이 된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기반의 글로벌 진출에서도 지역별 주 소비품목에 따라 수출품목을 달리했겠지만, 최근의 글로벌 시장은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이 더욱 세분화되고 있어, 보다 정교한 데이터 기반의 소비자와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신선식품 시장은 각자의 입맛이 다르고, 문화권에 따라 주로 소비되는 상품 종류가 다르며, 신선도, 유기농, 영양소 등을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때문에 장기적 판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이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자사몰에서 수집된 방문 고객들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면 지역별 소비패턴과 주요 소비품목에 대한 실시간 분석과 그에 따른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이는 구매 주기가 짧고 다양한 소비자 수요가 존재하는 신선식품 시장에서 D2C가 필수 전략으로 여겨지는 원인이자, 최근 국내 주요 식품 대기업들이 자사몰의 영향력 확대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3) 자사 브랜드 수립에 따른 충성 고객 확보

또한 D2C는 ‘강력한 브랜드’와 ‘충성고객’ 확보에 유리하다. 자사몰은 기업의 상품 판매방식과 브랜드 전략에 맞춘 프로모션 및 마케팅 실행의 제약을 없애고 자율성을 강화한다. 기본적으로 충성고객은 기업이 지속해서 ‘브랜딩’과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때 형성되기 때문에, 자사몰은 브랜드 구축과 충성고객 확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식품군은 새로운 맛이나 가격이 구매를 좌우하기 때문에,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시장이다. 특히 신선식품 같은 원재료 분야는 ‘브랜드 구축’과 ‘충성고객 확보’라는 것이 더욱 요원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맛, 가격이라는 원천적인 영역이라도 얼마나 지속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신선식품군에서도 얼마든지 충성고객층이 형성될 수 있다. HY가 나이키가 신성장동력으로 ‘종합쇼핑몰’ 전략을 선택한 것은 오프라인 시장에서 확보했던 두터운 ‘충성고객층’ 덕분이었다.


[전략 2] ‘구독서비스’ 확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소비 변화는 ‘구독 경제’ 성장에서 두드러지게 감지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구독서비스 모델(Subscription)’은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산업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구독서비스를 ‘푸드’ 분야가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D2C를 ‘패션’ 분야가 주도한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2018년도에 132억 달러였던 구독기반의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매년 68%씩 성장하여 2025년 478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기업 주오라(Zuora)는 1,000여 개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독경제 시장의 성장성을 측정하는 구독경제지수(Subscription Economy Index)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구독 경제 기업들은 2012년부터 2020년 2분기까지 연평균 17.8%의 매출 증가를 경험했고, 같은 기간 S&P500 기업들보다 6배가량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심혜정, 2021). 국내의 경우, 구독경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분류되지만 성장세는 빠른 편이다. 국내 구독 경제 규모는 2016년 26조에서 2020년 40조를 넘어섰다(심혜정, 2021).


구독서비스의 성패는 ‘고객의 가치’가 얼마나 높게 인식되느냐로 결정된다. 즉, 구독서비스는 [비용(Cost) < 서비스 가격(Price) < 고객 가치(Customer Value)]가 성립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구독서비스 가격은 반드시 이 범주에서 책정되어야 하며, 고객 가치가 쌓이기 전까지는 마이너스 수익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초기 가격 정책 수립 때부터 이 기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심혜정, 2021).



수익-비용의 구독경제 물고기 모델  (출처: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2021)


그동안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온라인 구독서비스는 아마존, 월마트, 마켓컬리, CJ더마켓, 쿠팡, SSG등 국내외 할 것 없이 유통기업들이 신선식품 경쟁에 뛰어들면서 발전해왔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산물과 수산물의 구독 경제 기반의 판매량은 차이가 있다. 수산물의 경우, 온라인 구독서비스가 조금씩 늘고 있으나 농산물에 비하면 현저히 뒤처진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이 늘어남에 따른 수요의 차이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공급 안정성에서 농산물보다 불안정하다는 글로벌 공통의 소비자 인식이 자리 잡은 탓이다(한국수산경제, 2021.4.19.). 게다가 수산물은 재료 손질, 패키징 등에서 농산물보다 손이 많이 가고, 평균 가격도 더 비싸다. 따라서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각기술 및 현지화된 패키징 개발과, 보관 및 조리법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 유료 멤버쉽 회원들에 대한 혜택 개발 등을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를 선보인다면, 수산식품의 구독 경제 시장도 성장할 부분은 여전히 높다.


구독 경제가 활발한 해외에서조차 수산식품의 구독서비스 도입은 국내 시장과 별 차이가 없다. 수산물의 구독 경제 모델은 해외에서도 HMR 혹은 밀키트 형태에 그치고 있는데(한국수산경제, 2021.4.19.),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밀키트 기업인 ‘블루에이프런 (Blue Apron)’, ‘선 바스켓(Sun Basket)’, ‘퍼플캐롯(Purple Carrot)’ 3곳을 들 수 있다. 이들 3개사는 코로나19 가 심각했던 2020년 3월 한 달 동안 웹 트래픽이 무려 2배 이상 대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 졌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0). 특히 ‘블루에이프런’은 자사몰에서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식품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사 상품에 환경적 가치를 강조한 ‘브랜드 전략’을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한국수산경제, 2021.4.19).



요약 및 제언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일대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오프라인 인프라가 탄탄했던 선진국들은 팬데믹 초반이던 2020년 상반기만 해도 디지털로의 수월한 전환이 쉽지 않아 일대 혼란을 겪었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현재의 이커머스 시장은 기술력에서는 미국 중심의 북미가, 시장 규모면에서는 중국이, 거래 비중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푸드, 그 중에서도 ‘신선식품’으로 한정해보면, 북미나 중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온라인을 통한 상거래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패션/뷰티, 디지털 기기/악세사리, 공산품의 저관여 소비재 산업군에서 활발했던 이커머스는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식품군으로 확대되었고, 그마저도 가공식품, 즉석식품, 간편식품, 건강식품 등에서 확산되었을 뿐 신선식품군은 아직 온라인 거래가 미미한 상황이다. 그나마 북미, 중국, 국내 중심으로 로컬 기반의 대형 유통 플랫폼들이 배송경쟁을 일으키면서 신선식품의 온라인 거래가 늘고 있으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 또한 대형 플랫폼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D2C와 구독서비스는 이런 점에서 차세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려해볼만한 전략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신선식품 쪽에서 이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지만, 글로벌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추이로 보면 D2C 기반의 ‘자사몰’과 멤버십 기반의 ‘구독서비스’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충성고객을 늘리는 시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이키가 쏘아올린 ‘탈아마존’ 시도가 패션, 가구, 가전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다음 타자는 ‘푸드’ 분야가 될 것이라고 보는 전망들이 늘고 있다. 그에 따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유통업자와의 계약은 지금처럼 진행하되, 현지의 ‘충성 고객’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꾸준한 수요 확보를 위해 ‘D2C 사이트’ 기반의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여 신선식품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는 방법을 시도해볼 만하다. 즉, 현지 유통업자와의 B2B 거래로 글로벌 각 시장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함과 동시에, 글로벌 ‘이커머스’를 위해 자사몰과 구독 서비스로 현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만드는 D2C 및 B2C 영역의 전략을 차용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푸드 산업은 원산지와 품질, 신선도 등 재료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분야답게 D2C에 가장 적합한 시장이다. D2C는 가격경쟁력의 확보와 고객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그리고 브랜드 수립과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이커머스 시장의 넥스트 전략으로 통한다. 아직 글로벌 시장은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기업들의 ‘탈 아마존’ 현상이 일고 있는 만큼, 앞으로 대형 유통사와 직접 경쟁을 하게 될 푸드 D2C 기업들은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현재 글로벌 식품업계의 D2C 행보는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다. D2C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식품업계가 섣불리 자사몰을 구축하지 못하는 이유는 구축 및 관리 비용과 함께,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린다는 점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가 발현되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개별 기업이나 판매자가 D2C 전략을 취하긴 쉽지 않다. 게다가 식품군은 일반적으로 고객들의 충성도가 낮은 분야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D2C 전략을 도입할 때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객관적 근거나 구체적 방안, 해외 소비자들의 특성과 라이프스타일 파악, 그리고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매출 손실이 우려된다면, 당분간 오픈마켓과 자사몰을 동시에 운영하되 플랫폼별로 공급 제품을 차별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최저가 경쟁으로 승부하는 오픈마켓에서는 ‘저렴하고 무난한 품질의 식품군’ 위주로 판매하고, 자사몰에서는 유기농, 다품종 기반의 프리미엄, 또는 한정생산물을 판매함으로써(한국수산경제, 2021.4.19.), 자사몰 방문 고객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와 충 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때 자사몰을 구축함에 있어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현지 시장의 언어와 문화를 고려한 사이트 기획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구독서비스’는 브랜드가 충성고객층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유효한 방안이다. 푸드 시장은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 구독 경제 서비스를 시도해왔고, 신선식품 부문은 정기배송 구독서비스를 통해 원재료 공급량과 시장 수요를 안정시키며 푸드 이커머스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수산물의 경우, 농산물보다 구독서비스 확산을 제한하는 요인들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해결책과 소비자들에게 부가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 이 필요하다. 단골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거나, 개인화된 패키징 상품 배송,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등급별 할인 및 적립 제공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구독서비스는 멤버십 회원들 대상으로 차별화된 프로모션이나 판매 정책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특히 국내와 연계한 다양한 글로벌 현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이커머스 영역에서 추진할 만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컬러와 디자인을 고려한 패키지 디자인, 현지인들의 입맛을 고려한 레서피 정보 제공, 현지의 충성고객 대상으로 국내 오리지널 패키지 제품의 추가 발송, 국내 원산지와의 협업을 통한 직배송 서비스 등은 구독서비스와 결합하면 효과가 더 강력해진다.  


이제 D2C와 구독서비스는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구독모델 기반의 D2C 사이트 확보’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식품군이 넥스트 이커머스 시장을 이끄는 핵심 분야로 부상하는 가운데, 특히 신선식품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향후 발전 정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품목이 될 것이다. 월마트, 아마존 등 풀필먼트 경쟁을 펼치고 있는 유통사들은 이미 신선식품의 온라인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는 판매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선식품 기업들이 자사몰과 구독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새로운 혁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식품업계의 과감한 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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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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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2021.1.2.), “[위드 코로나시대 생존법]2 '유통 공식'도 깨졌다...식품제조社, 직접 선수로 뛴다”, 뉴스핌,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01231000825

그루비(GROOBEE) AI 세그먼트(2021) 웹사이트. http://groobee.net/groobeeaise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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