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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Aug 29. 2021

디즈니 채널(PP)의 폐업 결정을 보며

채널, 이제는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할 때


지금은 잠시 미디어계를 떠나있지만, 여전히 이런 기사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15년 가랑 미디어 업계에서 있으면서 얻은 오랜 직업병 때문일 거다.

(디즈니코리아 TV 채널 없어진다는 뉴스)



2021년 9월, 디즈니 채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0여년 전 런칭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폐업이라니, 새삼 시간이 흘렀다 싶어 감정이 복잡미묘할 따름이다.


2006년부터 애니맥스 런칭멤버로  있으면서, 카툰네트워크, 디즈니채널, 니켈오디온  글로벌 채널들과 대원미디어의 애니박스 채널 런칭을 모두 지켜봤더랬다.


그런데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달리, 당시 디즈니 채널의 런칭은 오히려 업계에 별다른 기대감을 주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애니메이션 채널은 이미 국내 채널의 절대 강자인 투니버스와 애니원, 그리고 해외 채널인 애니맥스와 비슷한 시기에 런칭했던 카툰네트워크의 4 구도가 거의 완성되어 있었던 것이 이유였다. 아직 유튜브가 올라오기 전인 시절이라 애니메이션 채널들은 지상파 채널을 제외하면 아직 고정 시청층이 있어서 제법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디즈니채널에 대한 방송계의 기대감이 예상보다 낮았던 진짜 이유는 2000년대 후반들어 눈에 띠게 하락세로 접어든 당시 방송 시장 상황에 있었다.


대형 브랜드가 채널 런칭에 뛰어든  2011 디즈니채널이 마지막이었다. 2000년대  잘나가던 게임, 음악, 패션 채널들은 5년도 안되는 짧은 전성기를 거쳐 2000년대 후반에 시청률이 급락하며 이미 듣보 채널들로 전락했고, OCN 같은 영화 채널들도 2000년대 후반부터 하향세가 두드러졌다.


2010년대 들어서는 공고하던 지상파 계열 PP 물론, 지상파오리지널 채널들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은 2010년대 중반 유튜브와 아프리카TV  1인미디어 플랫폼이 부상하면서 갈수록 가속화됐다.


2021년 현재 방송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종편 채널들이 개국한 2011년을 제외하면, 2010년대 들어 런칭한 채널 가운데 현재까지 유의미한 채널로 성장한 사례는 아예 없다.


CJ, 지상파, 종편 언론사, 통신사  대형 기업들이 야심차게 시작한 새로운 채널들은 미미한 존재감과 0퍼센트 시청률이라는 민망한 성적표를 유지하고 있고, 노년층 대상으로 중국 무협 드라마나 SD화면의 옛날 드라마, 옛날 예능만 무한정 돌리는 대부분의 채널들은 인포머셜 광고에 기대고 있어서 방송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은 거의 찾기가 어렵다.



OTT판으로 플랫폼 생태계가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디즈니 선택은 너무 당연한 전략이니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위에사 말했듯 문제는 미디어 업계다. 아직도 업계 전체적으로 PP의 캐시카우가 OTT로 이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깊이 반성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매우 심각한 문제다.


대안 모델이 없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는 그만하자. 수익구조가 당장 바뀌긴 어렵다지만, 방송의 위기가 1,2 있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 소니픽쳐스가 애니맥스 만들 때였던 2006년에도 이미 방송계는 10 후를 걱정했다. 5~6  MCN 붐이 일었던 시절에는  위기감이 극도로 높았다.


그런데 그것 뿐이었다. 걱정과 고민, 그러나 해결은 없는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떠한 실험적 시도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오히려 10 , 5 전보다 채널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자포자기인건지, 마이웨이인 건지 모르겠다. 현재 송출되고 있는  2~300개의 국내 방송 채널들 중에는 콘텐츠 발전은 명목상일 , 인포 광고 수입을 목적으로  채널들이 80% 이상이다.



채널이 200개, 300개면 뭐하나. 그냥 이제는 PP를 허가제로 바꿔라. 그리고 재방송이나 과거 콘텐츠로 편성돌리고 인포머셜에 집중하는 부실 PP들은 과감히 정리하자! 코딱지만한 나라에 채널은 뭐 이리 많은지. 인구도 줄고 있고, 방송 외에도 볼 것도 많은데, 이건 채널 과잉이다. 뭐든 과하면 득이 되긴커녕, 탈만 나기 쉽다.


더구나  많은 채널 중에 볼만한 채널이 없다는  부끄러운  아닌가? 업계인들도, 당국도 모두. 채널 다양화, 콘텐츠 다양화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콘텐츠 돌려막기라도 하듯 다수의 채널들이 같은 콘텐츠를 편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콘텐츠 다양화"는 현재의 PP 구조에서는 핑계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채널이 늘어날수록 방송 시장은 오히려 퇴보하고, 대신 엉뚱하게도 인포머셜 사업자만 웃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인포시장을 키울 거면 아예 커머스 사업자가 방송을 주도하게 내어주는 게 낫다. 그게  콘텐츠 발전에 직접 기여하는 채널들만 남기면 된. 또는 이 두 기준을 조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방송을 커머스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모두 허가하되, 콘텐츠든 커머스든 철처히 산업발전에 기여하는가 위주로 심사/허가하면 된다.


한마디로 방송 채널의 허가 기준을 높여서 소수의 경쟁력 있는 채널들만 남기자는 거다. 대신 채널 브랜딩과 자체 제작, 신규 포맷 개발에 미친듯이 고민하도록 빡빡한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몰아주는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지 않은가.


지금 시점에서는 편성도 본방, 초방, 재방 규정을 다 바꿔서, 그냥 자체 제작과 수급 비율로 편성을 평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싼 돈들여 콘텐츠 제작했는데 채널이 그 콘텐츠를 활용하여 돈을 벌고(광고), 프로그램 브랜드를 알릴 수 있게 몇 번이고 연속 편성하는 것을 용인해줘서, 자체제작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열어줘야 한다. (그런다고 채널이 무한정 연속 편성을 하지는 않는다).


24시간 송출도 필요없다. 굳이 억지로 24시간  채우느라 질낮은 콘텐츠 사서 억지로 편성 넣지 않아도 된다. 예전처럼 밤에 애국가 나오고 화면조정시간으로 넘겨도 그만이다. 어차피 시청자들은 2,3시에 깨어도 TV  틀거든!




레트로는 마케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 또는 심지어 규제 정책에도 적용된다. 이제는 허가제로 돌아갈 때다. 부실 채널들 다 정리시키고, 초창기 케이블 시대처럼 특색이 뚜렷하고 자체 제작 가능한 곳만 남겨서 30-40개 정도로 줄이는 게 맞다.


디즈니 채널도 접는 판국에.

지금은 전파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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