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아비키 Aug 08. 2018

디즈니(Disney)가 그리고 있는 미디어 시장전략은?

디즈니가 NYT와의 회담에서 밝힌 OTT 서비스 관련, 두 가지 힌트.

2018년 8월 현재, 국내 미디어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일 겁니다. 매일 관련기사만 몇 편씩 접하는 것 같아요. 관련 세미나도 많이 열리고 있지요. 워낙 불확실성이 큰 곳이 미디어 시장이니, '넷플릭스'라는 허리케인급 변수가 국내 시장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현상인데요.


하지만 넷플릭스 때문에 '디즈니'를 잊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세계 최고이자 최대의 콘텐츠 공룡 기업. '디즈니'라는 석자만으로도 모두가 머리 속에 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상상하도록 만드는 기업. '스토리'와 '사회 배경'이라는 내/외부 요인에 따라 흥행이 좌우되는 콘텐츠 시장의 생리속에서도, '디즈니표 콘텐츠'라고 기업명 자체를 '콘텐츠화' 또는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 바로 '월트 디즈니'죠. 경쟁자들에게는 존재만으로도 위압적인 디즈니가 슬슬 내부 소식을 한 두개씩 흘리기 시작하네요.



개인적으로는 현재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내년에 런칭할 디즈니 서비스가 자리잡지 못하게 미리 선점하는 전략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상하게 현재 두 회사의 행보를 보면 디즈니는 '긴장이 포함된 여유'가, 넷플릭스는 '긴장이 포함된 초조함'이 느껴지거든요. 아무리 넷플릭스 콘텐츠가 인기가 있다고 해도, 디즈니의 팬덤과 맞붙는다는 것은 부담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넷플릭스가 작년에 코믹북 회사인 '밀러월드(Millarworld)'를 인수한 것도 그렇게 읽히더군요.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2017년 디즈니와 결별하고 코믹북 회사 '밀러월드'를 인수한 넷플릭스.



디즈니의 OTT 사업부장이 어제 NYT와 만난 모양입니다. 그 만남에서 디즈니가 몇 가지 힌트를 알려줬다는 내용입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디즈니는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2개로 운영할 거라고 하네요. 하나는 훌루TV(Hulu TV), 또 하나는 신규 서비스 런칭이 그것입니다.



스트리밍 시장을 노리는 미디어 공룡들.


디즈니는 최근까지 컴캐스트와 '21세기 폭스' 인수를 놓고 혈전을 벌였었죠. 디즈니가 710억 달러(한화 약 81조)라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며 인수자격을 지킨 것은, '마블' 라인업도 있지만, 스트리밍 시장 진출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미디어 이용 행태의 변화로 OTT 시장이 급성장했고, 특히 미국에서는 코드 커팅(유료방송 해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OTT 시장이 전통의 유료방송(케이블TV)점유율을 완전히 역전했지요. 올해 들어서는 만족도 조사에서도 OTT가 이겼고요.(관련글: https://www.facebook.com/jinhee.yu.524/posts/1700397926693986 )



경쟁자였던 컴캐스트 또한 콘텐츠 유통 채널을 보유한 미국의 대표적인 유료방송 사업자인데도 거액을 제시하면서까지 폭스사 인수를 추진했던 배경은 역시 스트리밍 시장 진출 때문이었습니다. 디즈니나 컴캐스트 중 한 곳이 폭스를 인수할 경우, 그 회사는 '훌루TV'의 대주주가 되거든요. 현재 '훌루TV'는 약 2천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의 대표적인 OTT 플랫폼으로, 넷플릭스와 달리 라이브방송(케이블 채널) 서비스를 한다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SVOD만 서비스하는 넷플릭스는 우리시장에서는 원래 없었던 모델이죠. (지금은 '왓차플레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OTT는 TV채널의 라이브 서비스도 같이 하고 있는데요. 훌루TV는 우리나라 OTT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해요.

(*참고로  현재 미국의 5대 OTT 라이브 플랫폼은 훌루TV, 슬링 TV, 디렉TV, 유튜브TV, 플레이스테이션뷰 입니다.)



힌트 1. 신규 OTT 서비스 런칭은 2019년 늦여름 또는 가을.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방송, 통신, IT 기업 등이 모두 뛰어드는 가운데, 이제는 OTT 서비스 가입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차세대 미디어 시장 선점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디즈니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이미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훌루TV'를 인수해서 자사의 콘텐츠를 붙이면, 넷플릭스와 충분히 맞붙을 수 있다고 보았을거예요.

이미지출처: 경향신문 (“폭스 인수” 디즈니가 진짜 노린 건 훌루? - 2017.12.17, 박효재/최민지)


그런데 뉴욕 타임즈와의 회담 내용을 보니, 디즈니는 '훌루TV' 외에 자체 개발한 '신규 서비스'도 함께 런칭할 예정인가 봅니다. 시기는 2019년 늦여름이나 가을 경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 3월에 '캡틴 마블' 영화와 디즈니 스튜디에서 제작한 영화들이 개봉되는데, 그 영화들도 모두 신규 플랫폼에서 서비스된다고 하네요.  


신규 서비스가 런칭되면, 디즈니는 극장 개봉작을 거의 동시에 OTT에서도 선보일 거라고 합니다. 기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넷플릭스와 비교하고 있는데, 현재 극장 개봉작이 넷플릭스에서 방송되기까지는 약간의 텀이 있기 때문에, 디즈니의 동시 개봉 전략은 상당한 강점이 될 것라고 암시하고 있습니다.


과연 미국시장은 극장-OTT 간의 역학 구조에 얼마나 내성을 갖고 있을까요?

디즈니도 작년 넷플릭스의 <옥자> 논란과 비슷한 일을 겪게 될까요?

아니면 영화 유통시장의 룰이 디즈니 때문에 바뀌게 됭까요?  


앞으로 흥미롭게 지켜볼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




힌트 2. 훌루TV와 신규 OTT 서비스의 포지셔닝.


또 하나는, 두  스트리밍 서비스의 포지셔닝입니다. 디즈니는 '훌루TV'를 성인 대상의 콘텐츠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인 반면(19금 아니예요. 성년 이상 타겟 대상의 콘텐츠를 뜻합니다), 신규 런칭할 서비스는 '가족 콘텐츠'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폭스사의 대부분 콘텐츠는 훌루TV에서 방영되지만, 일부 가족형 채널(ex.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콘텐츠는 신규 플랫폼에서 방영될 예정이라네요. 또 폭스사가 보유한 영화 아카이브 중에서는, <나홀로 집에>, <아이스 에이지> 같은 영화들은 두 플랫폼 모두에서 방영될 예정인 반면, 폭스가 제작/투자한 가족영화들은 어디서 방영할지 아직 논의중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재밌었더라고요. 디즈니는 자타공인 '가족 중심'의 콘텐츠를 핵심 가치(core value)로 추구하는 대표적인 기업이죠. 콘텐츠도, 캐릭터도, 테마파크도, 기업이 추구하는 모든 전략이 다 '가족향'을 지향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이기도 한데요.


따라서 '가족 콘텐츠'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디즈니의 주력 서비스가 된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그게 훌루TV가 아니라 신규 런칭할 서비스라니, 그렇다면 디즈니가 컴캐스트와 그토록 열심히 자본전쟁을 보인 본심은 역시 '마블'이었던 걸까요? 지역 스포츠채널 22개를 팔아야 하는 등, 인수과정에서 DOJ가 여러 조건부를 제시했는데도 디즈니가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는 걸 보면, 결국 그렇게해서라도 폭스를 갖고 싶었던 이유는 '훌루TV'보다 '마블', 플랫폼보다는 콘텐츠였나봅니다.


역시 디즈니는 '콘텐츠' 기업이죠? ㅎㅎ



디즈니의 콘텐츠 욕심. 뽀로로도 원했던 디즈니.


뭐, 사실 마블 콘텐츠라면, 디즈니 수준에선 그 정도 경쟁을 해도 될 만하죠. 디즈니가 과거 우리나라의 뽀로로 캐릭터도 사겠다는 제안을 했던 거 아시나요? 1조원에 제안했는데, 국내 제작사인 '오콘'이 거절했다죠(관련기사: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71411004877102). 물론 디즈니는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는데요.(관련기사: 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1/07/15/0901000000AKR20110715040000005.HTML)


폭스 인수처럼 간절하게 매달리진 않았겠지만, 왠지 한 번 정도 찔러보긴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뽀로로는 대단하지만, 그 얘기가 나왔던 2011년엔 뽀로로의 아시아 인기가 막 올라갈 때라 연일 화제였거든요.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요.


지금이야 MCN  시장이 열리면서 '헤이지니', '캐리언니' 같은 크리에이터나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들이 인기지만, 2011년엔 뽀로로 시대였으니, 충분히 디즈니스의 1조원 제안설이 일리있다고 보여져요(금액 등은 다를 수 있겠지만요). 디즈니의 콘텐츠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니 넷플릭스가 긴장할 수 밖에요.


<뽀롱뽀롱 뽀로로>


하지만 솔직히 디즈니가 왜 OTT를 두 개나 운영하려는지는 살짝 헷갈립니다. 훌루에 집중하기보다 분산전략을 선택한 부분이 의외라서, 섣불리 어떠한 생각이나 예측을 안하는게 낫겠다 싶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저런 이유를 생각해 보게는 되는데요.  


어쩌면 승자독식 원리가 작용하는 디지털 시장에서, 훌루TV로 넷플릭스를 이기지 못하면 훌루TV는 그냥 도태될지도 모르고, 그럴 경우 디즈니는 폭스인수에서 기대했던 절반(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보)을 날린 셈이 되니까 백업플랜을 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메인포지셔닝을 신규 플랫폼이 가져갈 거라고 하니, 백업플랜이라고 하기엔 또 어폐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전히 디즈니의 '진심'은 모르겠습니다. 뭐, 세계 최고 콘텐츠 기업이니 여러 변수를 고려했겠지요. 똑똑한 인재들이 많은 기업인 만큼, 분명 우리가 예상 못하는 다른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겠지요. 아니면 정말 임원진들의 '오판'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몀 알게 될테니 궁금증은 여기서 멈춰야겠네요.


직관적으로는 2개 플랫폼 운영이 딱히 와닿진 않습니다만, 그간의 경험상 디즈니는 그냥 움직이는 기업이 아니었으니 지켜보면 될 테니까요.  


기사 마지막에, 디즈니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의견을 남겨달라고 하네요.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은 의견을 남겨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기사는 가볍게 읽어보세요^^


https://www.cordcuttersnews.com/disney-hints-at-a-launch-date-for-their-new-streaming-service/


[ 연관  보기 ]

디즈니채널(PP) 폐업 결정을 보며​​

콘텐츠와 플랫폼, 최종 목표를 위한 전략적 선택은?

OTT 전성시대, 출판 시장의 기회와 과제




------------------------------------------------------------------------------------------------------------


어제 올린 글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이 기사와 관련해서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을 모은 기사입니다.

트위터 반응이 재밌어요. "넷플릭스는 이제 끝났다", "이미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쓰고 있는데 또 디즈니를 구독하기 싫다. 어둠의 경로로 볼 거다",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모든 디즈니 영화, 폭스, 마블까지 볼 수 있다는데 왜케 부정적이냐",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는 당연한 결정" 등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공통적인 분위기는 내년에 벌어질 스트리밍 서비스 대전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https://www.cnet.com/news/marvel-fans-react-to-reminder-disney-leaving-netflix/



#디즈니 #폭스 #OTT #스트리밍서비스 #플랫폼서비스 #훌루TV #신규런칭 #미디어 #미디어전쟁 #미국시장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 #disney #hulu #streaming #launching #media #US #globalmarket #mediawar


매거진의 이전글 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