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CN 산업의 현재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시장의 흐름
본 글은한국엠씨엔협회(KMCNA)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함께 발간한 [2018 미디어 산업 보고서 시즌 2] 스낵미디어 산업 동향 Vol.1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이 외 다른 9명 필자들의 원고들을 포함한 웹진 전문은 아래 링크와 한국엠씨엔협회 홈페이지(www.kmcna.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웹진 <2018 미디어 산업보고서> 1호 (비드콘 US 2018 참관기) 다운로드
2) 웹진 <2018 미디어 산업보고서>1호 (통합본) 다운로드
뜨거움과 냉철함이 공존하는 축제의 장이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탄생하는 곳.
2018년 6월 20일부터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LA 근교의 애너하임이 들썩거렸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과 영상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설레게 만드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축제 ‘비드콘(VIDCON) U.S. 2018’이 개최된 것이다.
비드콘이 열리는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의 분위기는 흡사 놀이공원을 연상시켰다. 야외 광장과 1층에서 행사기간 내내 1분 1초가 멀다하고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고, 크리에이터들은 2층과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애너하임 도시 전역에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그렇다고 흥분과 들뜸만 있던 것은 아니다. 전 세계 MCN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모인 3층에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과 협업을 위한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고민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은 ‘비드콘’은 크리에이터 영상을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시장의 글로벌 트렌드와 향후 시장을 전망하는데 있어 필수코스로 여겨진다. 10년도 안 된 행사가 단기간에 글로벌 행사로 자리 잡은 건, 그만큼 현재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온라인 동영상 중심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실제로 비드콘은 이제 온라인 동영상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마케팅 프로모션, 신규 플랫폼과 IT 솔루션, 비즈니스 모델 등이 모두 소개되는 종합적인 미디어 축제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2018년 비드콘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들은 어떤 것일까? 2018년 비드콘에서 확인한 몇 가지 특징들을 통해, 미국 MCN 시장 및 글로벌 온라인 미디어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2018년 비드콘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MCN 사업자들이 다시 크리에이터를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국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MCN 사업자들이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를 대폭 축소하며 ‘탈(脫)MCN’, ‘탈(脫)크리에이터’를 시도하는 분위기였다. MCN 1위 기업이었던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가 디즈니의 ‘디지털 콘텐츠 사업부’로 축소·편입되었고, ‘풀스크린(Full Screen)’은 자체 유료 플랫폼을 선보이며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으로 비즈니스 전환을 시도했다. 어썸니스TV(AwesomenessTV), 스타일하울(Stylehaul), 디파이미디어(Defy Media) 등의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기업들은 스스로를 MCN 사업자로 포지셔닝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고, 그러면서 미국 시장에서 크리에이터 중심의 MCN 비즈니스는 성장 동력을 잃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2017년 후반부터 다시 바뀌게 된다. 그 중에서도 2017년 11월, 풀스크린이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실패했다”며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것은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크리에이터 중심의 비즈니스가 다시 중요해지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후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는 크리에이터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커머스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여기에 2018년 들어와서는 풀스크린, 어썸니스TV 등 주요 MCN 사업자들은 물론이고, 아마존, 구글,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사업자들도 미디어 커머스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비드콘이 열리기 이틀 전 풀스크린 사무실에서 만난 ‘파커 존스(Parker Jones)’ 부사장은 ‘미디어 커머스’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풀스크린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굿즈(goods)’들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대표 MCN 회사인 어썸니스TV는 아예 아마존에 자사 크리에이터들의 굿즈를 파는 머천다이즈 공간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커머스는 비드콘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던 주제였다. ‘수익화(monetization)’가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다뤄진 가운데, 수익화 방법으로 ‘미디어 커머스’, ‘머천다이즈’, ‘인플루언서 마케팅’ 관련 세션이 대거 기획됐다. 크리에이터 트랙(Creator Track)에서는 ‘Making the right Merch Choices’, ‘Launching Beauty Products’, ‘Feed the Fandom: The Website Your Audience is Asking for’, ‘Making Money Moves’, ‘Alternate Avenues of Monetization’, ‘Monetizing your Content’ 등의 세션들이 열렸는데, 주로 콘텐츠나 팬덤을 활용한 ‘다이렉트 커머스’(C2C)를 다루고 있었다.
인더스트리 트랙(Industry Track)은 ‘The Creator Business Model Grows Up: New Revenue Streams, New Platforms, New Reality’, ‘Amazon: Enabling Creators Through Innovative Merchandising’, ‘Secret of Influencer Commerce’, ‘Brian Solis and the State of Influencer and Creator Marketing’ 등에서 ‘커머스’가 다뤄졌다. 크리에이터 트랙과 달리, 인더스트리 트랙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이용자 반응과 판매율 간의 관계가 언급되는 등 최대한 구체적인 수치로 수익모델 효과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도 2018년에 본격적으로 커머스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인스타그램은 2018년 5월 이미지에 태그를 삽입한 ‘태그_쇼핑샵’ 서비스를 오픈했고, 비슷한 시기에 구글도 이미 커머스 사이트를 구축해서 여러 실험들을 진행 중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에 앞서 아마존은 2015년 9월, 크리에이터 굿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머천다이즈 전문플랫폼 ‘머치’(Merch by Amazon)를 런칭했다.
아마존 머치는 크리에이터나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디자인 이미지를 플랫폼에 올리면, 고객 주문이 올 때마다 아마존이 접수부터 제작, 배송까지 모두 진행해주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유튜브가 창작자와 광고주를 연결해주는 것처럼, 아마존 머치는 창작자(디자이너)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번 ‘비드콘 2018’의 인더스트리 트랙에서 ‘머치’ 독립 부스를 운영하며 머치 홍보를 위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렇다면 ‘아마존 머치’는 왜 커뮤니티 트랙(Community Track)이나 크리에이터 트랙이 아닌, 인더스트리 트랙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했을까? 이유는 명백하다. MCN 사업자들의 커머스 비즈니스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머치’ 부스에서 담당자와 짧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머치는 2015년 9월 오픈 이후로 미국 내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이번 비드콘 이후에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시장반응을 살펴보는 기간이었고, 본격적인 MCN 커머스는 이제부터 시작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미국 MCN 기업들의 커머스 비즈니스는 아직 초기 단계다. 풀스크린의 존스 부사장 또한 국내의 미디어 커머스를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먼저 피력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이 어떤 곳인가. MCN 사업자들에 대한 대기업의 자본과 강력한 크리에이터 팬덤, 글로벌 플랫폼이 협력하는 곳이 미국 시장이며, 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글로벌 트렌드가 된다. 게다가 아마존 머치도 있다. 2019년 미국 시장에서 미디어 커머스가 어떻게 발전되고 있을지,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장르는 단연 ‘음악’이다. 설립 1년 만에 드림웍스의 투자를 받으며 MCN 붐업을 일으켰던 어썸니스TV는 특히 음악 크리에이터들이 선호하는 MCN 회사로, 몇 년 전부터 비드콘의 페스티벌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비드콘 2018에서도 어썸니스TV는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앞 야외광장 한 쪽에 대형 무대로 채우고는, 자사 소속의 음악 크리에이터들을 출연시켜 3일 동안 무대를 구성했다. 웬만한 팝가수들의 무대에 버금가는 퀄리티는 물론이려니와, 팬들의 반응을 봤을 때 빌보드 산업도 긴장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비드콘에 앞서 방문했던 ‘리포스트 네트워크’는 EDM 계열의 음악을 유통하는 음악 전문 MCN 회사로, 2017년 설립되었다. 2017년이면 앞서 말한 대로 ‘탈 크리에이터’ 분위기가 강했던 때였다. 더구나 설립자인 ‘제프 폰칙(Jeff Ponchick)’은 창업 직전까지 풀스크린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MCN 사업을 축소하려던 풀스크린 기조에 익숙했을 법한데도, 그는 과감히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를 하는 음악 MCN 회사를 설립했다.
이유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정착으로 음악 산업이 다시 뜨고 있기 때문이었다. 2015년과 2016년의 음악 시장을 비교하면, 전 세계적으로 음반은 물론이고, 음원 다운로드 수익이 무려 21%나 감소했다. 하지만 스트리밍 수익이 60% 증가하면서 전체 음악 시장 규모는 오히려 6%가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음원의 디지털화’가 진행된 배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덕분에 제작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음원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고, 이것이 음악 콘텐츠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미국 MCN 사업자들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서 비즈니스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미국 시장은 기본적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가 시장 규모도 크다. 게다가 유럽 시장은 문화적 배경이 비슷한 덕분에, 미국 사업자들이 진출하기가 쉽다. 즉, 미국과 유럽을 합친 거대 시장에서는 메이저 음악이 아닌 음악이라도, 비즈니스를 하기에 충분조건인 ‘수요’가 확보되어 있다.
3대 기획사의 아이돌 음악이 전체 음악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음악시장과 비교해보면, 음악 크리에이터 콘텐츠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미국의 환경은 매우 부러운 부분이다. 저작권 이슈가 강한 음악 산업의 특성상, 유명 가수가 아닌, 무명 크리에이터들의 음악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2018 비드콘에서는 인스타그램의 동영상 서비스 ‘IGTV 런칭’이 연일 최고 화제였다. 인스타그램은 2018년 6월 글로벌 월간이용자(MAU)가 10억 명을 돌파한 데 이어, 비드콘에서 세로형 영상 플랫폼 ‘IGTV’를 선보이며,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2018년 상반기의 가장 ‘핫’한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IGTV는 기존 인스타그램 동영상이 1분까지 가능했던 것에 비해, 팔로어 수에 따라 최대 1시간 분량의 영상 업로드를 지원한다. 하지만 IGTV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세로형’의 영상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세로형 영상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태로,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가 스마트폰에서 소비되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IGTV는 별도의 앱도 있지만, 전 세계 10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내에서도 바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초기 안착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가로형 영상에 익숙해졌던 이용자들에게 세로형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공하는 데 있어,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이점이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이 IGTV에 유튜브처럼 광고수익 배분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IGTV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유튜브를 보완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이에 앞서 스냅챗이 세로형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글로벌 이용자 수나 플랫폼 확장성 면에서 인스타그램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IGTV가 공개되었을 때, 전 세계 미디어 관계자들이 유튜브에 버금가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중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비드콘 3일 내내, IGTV 부스는 관객들로 대성황이었다. 따로 프로모션이 진행된 것도 아니고 그저 영상 콘텐츠만 플레이되고 있었는데도, 관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부스를 찾은 몇몇 관객들에게 물어보니, 한결같이 “세로형 화면이 주는 신선함과 인스타그램의 새로운 서비스라서 기대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이 주는 이미지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했는지 유튜브도 크리에이터 트랙과 인더스트리 트랙에서 새로운 수익모델 계획을 발표했으나 IGTV에 묻힌 느낌이었다. 유튜브는 비드콘의 메인 후원사이지만, 올해 비드콘에서는 산업 관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 반면, IGTV는 비드콘 기간 동안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인스타그램 모기업인 페이스북도 세로형 영상을 반영하는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세로형 영상을 재생하면 화면이 자동으로 세로로 변형되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이러한 변화는 모바일 중심의 시청행태를 고려한 것과 함께, IGTV와의 시너지를 통해 영상 플랫폼으로의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IGTV가 인스타그램의 이용자 대부분을 흡수한다고 가정하면, 향후 글로벌 시장은 가로형 영상의 유튜브와 세로형 영상의 IGTV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비드콘에서 인상 깊었던 또 하나의 특징은 ‘가짜 콘텐츠’와 ‘사이버 폭력’ 문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되었다는 점이다. 미국 정치권이 2016년 대선 이후부터 가짜뉴스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런데 정치적 영역에서 시작되었던 '가짜' 이슈가 이제는 상업적 영역까지 퍼지면서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 비즈니스 중심으로 움직이는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가짜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은 콘텐츠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특히 이제 막 성장세에 접어든 신규 시장에서 신뢰도가 훼손되는 것은 산업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의 매우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관련 세션들이 진행되는 강의실에서는 이러한 위기감이 느껴졌다. 인더스트리 트랙의 마지막 시간이었지만, 참석자들의 태도는 진지했고 열정적이었다. 특히 광고주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방안이 다수 논의되었는데, 브랜드 소식, 제품 리뷰, 신규콘텐츠 런칭 등 여러 상업적인 내용들도 크게 ‘뉴스’ 범주 안에 포함시켜서 ‘내용의 사실성’ 훼손여부와 고의성 여부, 왜곡/과장의 정도 등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트랙별로는 ‘가짜 콘텐츠‘에 대해 집중하는 부분이 조금씩 달랐다. 인더스트리 트랙에서는 ‘This is Not a Prank; Fake Content and the World of Social Video’, ‘How to Spot Fake Influencers’, ‘Defining Influence: Are Influencer REALLY Influential?’ 등, 마케팅 효과 측면에서 가짜 콘텐츠 이슈를 다루는 내용들이 많았다면, 크리에이터 트랙에서는 ‘News and Fake News: Creator Responsibility in Fact Checking, Sourcing, and Reporting the News’ 등, 뉴스를 ‘콘텐츠’로 규정하면서 창작자의 미디어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다뤘다. 크리에이터들에게 창작자로서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키고, 크리에이터들이 문제점 개선을 위해 같이 고민하는 문화가 미국 사회의 기저로 작용하고 있는 듯 했다.
반면 커뮤니티 트랙에서는 ‘사이버 폭력’을 다뤘다. ‘End Cyberbullying’, ‘Let’s Talk About Mental Health’, ‘Racism, Hate Speech, and Using Your Voice’ 등의 세션에서 크리에이터 인권과 명예를 왜곡/훼손시킨 사례들을 보여주며, 이용자들 대상으로 온라인 매너와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규제보다는 교육으로 풀어가는 미국 문화의 단면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세션은 ‘How to Spot Fake Influencers’ 이었다. 이 세션의 발표자인 ‘미디어 킥스(MediaKix)’ 대표 ‘에반 아사노(Evan Asano)’는 인스타그램 중심으로 가짜 콘텐츠, 가짜 계정, 가짜 팔로어, 가짜 공유 등에 관한 사례들과 그의 팀이 2달간 가짜 계정을 만들어 실험했던 결과를 발표했다. 탑 크리에이터들의 추천, 개인 생활을 공개하는 브이로그 방식의 사진과 영상 콘텐츠 등 그냥 보면 전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사례들이 공개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팔로어 1000명에 3~8달러, 댓글 하나에 12센트, 좋아요 1000개에 4~9달러 등, 콘텐츠와 채널 효과는 돈만 내면 온라인에서 너무도 쉽게 살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구독자 한 명을 늘리려고 성실히 노력하는 보통의 크리에이터들보다 편법과 악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MCN 생태계가 좌우된다면, 이 시장의 미래는 없다. 특히 이 모든 것들이 공개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러한 일들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도, 많은 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문제”라는 발제자의 발언은 강렬하게 남았다.
작은 강의실이었지만 사람들이 꽉 찼는데, 참석자들은 대부분이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이었다. 안타깝게도 동양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편법과 악용 시도들이 당장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시장을 잠식하다가 어느 날 생태계를 완전히 교란시킬 수 있다. 그동안 업계 모든 관계자들이 힘들게 쌓아왔던 시장의 질서들이 공고히 자리 잡으려면, 작은 문제점이라도 관심을 갖고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비드콘 U.S. 2018’ 현장은 MCN이 주도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 동안 많은 이들이 비드콘의 매력을 얘기했다. 실제로 가보면 대규모 팬덤과 크리에이터가 보여주는 화려함에 놀랄 거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비드콘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풍성한 곳”이었다. 팬덤은 더 굳건해졌고, 세션 주제들은 다양해졌다. 얼핏 보면 뻔해 보이는 사례와 제안들인 것처럼 보여도, 매년 그랬듯이, 그 과정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는 향후 미디어 시장 변화를 전망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비드콘 2018’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더 강조된 반면,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OTT 플랫폼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인스타그램, 아마존, 트위터, 스냅챗 등, 유튜브 외의 플랫폼들이 이전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았고, ‘미디어 커머스’가 부상했다. 거기에 가짜 콘텐츠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이 산업이 가야 할 방향을 어느 정도는 찾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2019년 비드콘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PS)
이 원고를 쓴 게 2018년 7월 초였는데요.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가짜인플루언서/가짜 계정에 대한 기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8월 중순)에 관련기사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아마도 2018년 하반기, 늦어도 2019년에는 이에 대한 이슈가 산업계 전체의 논의가 되겠다 싶습니다.
아래는 2018년 8월 중심으로 가짜뉴스 관련 기사들 중 일부 링크입니다.
http://m.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875 (가짜 인플루언서, 2018.8.13. 뉴스탑)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13/0200000000AKR20180813104400009.HTML?input=1195m (가짜채널, 2018.8.13 연합뉴스)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813_0000389763&cID=13001&pID=13000# (가짜 채널, 2018.8.13. 뉴시스)
http://slownews.kr/61567 (가짜뉴스 관련, 2017.2.14)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9&aid=0002457327 (가짜뉴스 관련, 2018.4.8)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277&aid=0004189320 (가짜뉴스 괸련, 2018.3.1)
김건우 (20178.31.), <Me-Media Trend, What is next?>, BCWW 2017 뉴미디어 세미나 발표자료. 한국엠씨엔협회, http://bitly.kr/wH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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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스트 네트워크' 웹사이트, https://www.repostnetwork.com/
'비드콘' 웹사이트, vidcon.com/
'아마존 머치' 웹사이트, https://merch.amazon.com/l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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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공식 블로그, http://bitly.kr/d4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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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ew McGuire(2017.6.22.), Watch a Live Stream of VidCon 2017 from the Anaheim Convention Center. Crescent Vale News Network, http://bitly.kr/fIJ6
Nathan McAlone(2017.2.14.), How Fullscreen is trying to build a new Netflix using YouTube stars. Business Insider, http://bitly.kr/OV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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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D SPANGLER(2017.11.13.), Fullscreen Shutting Down Subscription VOD Service, Will Lay Off 25 Employees. Variety, http://bitly.kr/K5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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