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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Apr 21. 2022

전남 진도 관매도

-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섬


어느새 세월호 8주기, 진도항은 여전히 ‘세월호 메모리얼’로 다가온다. 초저녁이지만 어둠 속에서 띄엄띄엄 가로등만 쓸쓸한 그곳, 먹먹함의 거센 파고가 가슴속으로 거세게 파고든다.         

           


아직도 세월호 아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진도(팽목)항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길 수차례, 컹컹 사납게 짖어대는 개 짖는 소리에 선잠을 깬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개는 무엇 때문에 저리 짖어댈까? 무슨 못 볼 것을 봤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잊지 않겠다’는 그 약속 얼마나 지키고 살아왔느냐, 문초하는 영령들의 ‘죽비소리’처럼 들린다. 


한국의 하롱베이, ‘조도군도’의 섬들을 360°로 볼 수 있는 도리산전망대 


아침 7시 30분, 무거운 공기를 뚫고 차도선이 진도항을 떠난다. 선실은 비교적 한적한 데 차를 실은 1층 공간은 트럭과 승용차로 거의 만선이다. 배는 8시 10분에 조도군도의 어미섬인 하조도(창유항)에 도착한다.                     

하조도 선착장

이번 섬 트레킹은 조도와 관매도를 1박 2일로 둘러보는 일정이다. 조도는 차량을 이용해 여행의 포인트인 도리산전망대와 하조도등대를 둘러보고, 관매도는 트레킹을 하면서 섬의 정취를 만끽할 계획이다. 먼저, 하조도에서 내려 차를 몰고 상조도에 있는 도리산전망대로 향한다. 창유항에서 도리산전망대까지는 약 30여분이 걸린다.                     

상조도의 도리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도군도

전망대 정상부까지 승용차가 갈 수가 있어 그곳에 차를 주차하고 178개의 조도군도 섬들을 둘러본다. 가히 베트남의 하롱베이에 견줄만하다. 하롱베이는 배를 타고 가면서 보기 때문에 부감(俯瞰)으로 섬 전체의 풍경을 즐길 수는 없다. 그러나 해발 210m의 도리산전망대에서는 발치 아래에 펼쳐진 크고 작은 섬들을 360°로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게시판에는 영국 함선 라이라호의 함장(대령, 28세)인 ‘바실 홀(Basil Hall)’이 1816년 9월 5일 상조도에 정박한 후, 섬 꼭대기에 올라 무수히 펼쳐진 조도군도를 보고 “세상의 극치, 지구의 극치”라 표현했다고 적혀있다. 바실 홀은 10일 동안의 조선항해기에 그동안의 항해기를 더해 '조선 해안 및 류큐성 항해기'란 제목의 책을 1818년 영국에서 출간했다고 한다.                     

최근 완공된 하조도와 나배도를 잇는 나배대교

도리산전망대에서 내려와 최근에 개통된 하조도~나배도를 잇는 ’나배대교‘와 나배도를 둘러본 후 다시 창유항에 도착하니 오전 10시다. 관매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하조도등대를 다녀오기 위해 차는 창유항 인근에 주차하고 10시 30분 관매도행 배에 오른다. 


관매도 트레킹 첫날..꽁돌·돌묘, 하늘다리, 돈두산, 샛배 해변        

            

관매도 입구

관매도는 조도군도의 섬들 중 경관이 가장 빼어난 섬이다. 1700년께 조씨 성을 가진 선비가 제주도로 귀양 가던 중 해변에 매화가 무성하게 핀 것을 보고 '관매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면적은 4.00㎢로 여의도의 1.4배에 이르는데 관매 8경으로 이름난 비경을 보려고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연간 5만명이 찾은 섬이다.                     

'관매 1경'인 관매해수욕장. 2km 이르는 모래사장에 100~400년생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선착장에서 관매마을 민박집(솔밭민박)으로 향하는데 눈앞에 드넓은 관매도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2㎞에 이르는 관매해수욕장과 그 배후의 송림은 ‘관매 1경’에 속한다. 송림은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사림(防沙林)으로 백사장 주위 3만평의 넓이에 100~400년생 소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앙덕기미에서 꽁돌, 하늘다리 가는 길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관매도에서의 첫 트레킹에 나선다. 관호마을~우실~꽁돌·돌묘~하늘다리~앙덕기미·우실~돈두산~샛배~관매마을에 이르는 7.2km의 코스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관호마을에서 하늘다리 방향으로 150m 정도의 언덕배기를 오르니 ’우실‘이 나온다. 남쪽으로는 망망무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데 우실은 이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돌로 쌓은 바람막이다.                     

옥황상제가 아겼다는 꽁돌

우실에서 해안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니 ’관매 3경‘인 ’꽁돌과 돌묘‘다. 여기에 관한 전설이 전해온다. 하늘의 옥황상제가 아끼는 꽁돌을 두 아들이 가지고 놀다가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상제가 하늘장사를 시켜 찾으러 보내니 관매도 해안이었다. 하늘장사는 왼손으로 공깃돌을 들고 하늘로 오르려는 찰나에 어디선가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묘령의 여인이 타고 있는 거문고 소리에 홀려, 하늘장사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다시 상제가 두 명의 사자를 보냈으나 그들 역시 거문고 소리에 취해 관매도에 머물고 만다. 화가 난 상제는 돌무덤을 만들고 그 속에 세 명을 묻어버렸다. 흥미롭게도 꽁돌 하단에는 하늘장사가 꽁돌을 받쳤을 법한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늘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

’관매 5경‘인 하늘다리는 높이 40m의 정도의 바위를 폭 3~4m로 무 자르듯 칼로 내려친 후 그 위에 설치한 것처럼 보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갈라진 바위틈 사이로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돈두산 정상에서 본 장산평마을의 유채밭

하늘다리에서 우실로 원점 회귀하여 관매도 최고봉 돈두산(해발 220m)으로 향한다. 돈두산 정상에 서니, 멀리 북동쪽으로는 올망졸망한 조도군도의 섬들이 펼쳐져 있고 발치 아래 장산평마을에는 유채밭이 한 폭의 수채화를 이루고 있다.                     

수령 300년의 관매마을 후박나무. 천연기념물 제212호로 지정됐다

샛배 해변을 거쳐 관매마을에 도착하니 옛 관매초·중고 앞에 높이 18m에 달하는 후박나무 두 그루가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12호로, 매년 12월 말이면 주민들이 당제를 지내는 마을의 수호신이다. 


관매도 두 번째 트레킹..샛배 일출, 방아섬 & 벼락바위·다리여 탐방                     


샛배 해변 일출

다음 날 아침 5시에 기상하여 관매도 두 번째 트레킹에 나선다. 샛배 해변~방아섬~독립문바위 코스로 약 7.4km의 거리다. 일출을 보기 위해 5시 40분에 민박집을 나서는데 여전히 바람이 거세다. 사실, 간밤에 바람이 심하게 창문을 두드려 일출은 물론 낮에 배가 제대로 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막상 샛배 해변에 이르니 바람은 조금 잦아들고 날씨도 맑다. 거센 풍랑 속에서도 해안절벽 난대림 숲에서 울려 나오는 새소리는 고음으로 청아하다. 일출시각에 이르자 앞 두 섬 사이로 여명이 밝아오더니 어느새 이글거리는 쇳덩이처럼 붉은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방아섬. 정상에 남근석이 보인다

일출을 뒤로하고 ’관매 2경‘인 방아섬으로 향한다. 방아섬은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야릇한 전설이 전해온다. 장산평마을을 지나는데 경운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리를 앞지른다. 방아섬까지 1km 남짓한 언덕배기 아래에 경운기를 세워놓고, 앞서가던 어르신 한 분과 대화를 나누게 됐다. 


”아침 일찍 어디를 가십니까“ 하고 수인사를 건넸더니, 방아섬 근방의 ’괭생이모자반 양식장‘에 가는 중이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양식장 입구까지 경운기를 다닐 수 있도록 길을 조성해 달라고 해도, 국립공원이 막무가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관매도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묶인 후 주민들에게는 불편만 있을 뿐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관매도 여행 방식에도 이견을 드러냈다.  


“관광객도 받아들이려면 중국의 장가계처럼 개발을 제대로 해놓고 오라고 해야지. 여기 방아섬도 출렁다리로 연결해 남근석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하고, 그래야 관광이 제대로 되는 것인데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가니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할아버지에게 과거 관매도의 삶은 매우 신산스러웠다고 전한다. 6·25 때만 해도 관매도 전체 600여 가구 중 굶어 죽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톳과 모자반 양식장을 하게 되면서부터 아이들을 가르치고 허리를 펴면서 살게 됐다는 것이다.                     

해식 절경 독립문바위

방아섬은 올라갈 수는 없지만 멀리서 봐도 섬 정상에 남근석 모양의 바위가 솟아 있는 게 보인다. 그 묘한 바위는 인근 하조도 신전마을과 청등도에서 잘 보여 그곳에 사는 여심을 뒤흔들어 놓았나 보다. “저 바위 때문에 관매도와 하조도 신전마을과는 사돈을 맺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할아버지는 덧붙였다.

 

방아섬에서 돌아오는 길에 해식동굴인 독립문바위에 들렀다. 썰물 때면 바위 하단까지 내려갈 수는 있으나 급경사인 데다 지탱할 만한 로프가 없어 내려가지 못하고 근거리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선다. 


관매도 세 번째 트레킹..관호마을, 다리여, 하늘담(벼락바위) 


아침 트레킹을 마치고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오전 8시 40분이다. 주인에게 부탁하여 아침을 먹고 9시 30분 관매도 세 번째 트레킹에 나선다. 관호마을~다리여~하늘담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왕복 약 7km의 거리로 2시간 30분 소요된다.                     

관호마을 돌담길

관호마을 돌담길을 지나는데 청보리가 피어있다. 그 위에서는 염소 한 마리가 새끼를 찾는지 연신 ‘음~메에’ 하고 울어댄다. 가파른 언덕배기를 올라 엉골잔등에 이르러 서쪽을 바라보니 동거차도와 서거차도가 보이고 능선 끝 지점에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간 다리여가 있다.                     

엉골잔등에서 하늘담 가는 능선. 멀리 동거차도와 서거차도가 보인다

또한 좌측 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어제 다녀왔던 하늘다리로 연결된 능선이 보인다. 엉골잔등과 하늘다리 중간쯤 해안에 방아섬에서 방아 찧던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밥을 지어먹었다는 ‘관매 6경’ 서들바굴 폭포가 있는데 그곳은 도보로 접근할 수 없다.                      

'관매 7경' 다리여

관매 8경 중 ‘하늘다리’ 측면 조망과 서둘바굴폭포, 할미중드랭이굴 등은 배를 타고 해상 관람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배를 빌리는 데는 15만원이어서 동행자가 7~8명이라면 인당 2만원으로 해상 관람이 가능하다.


엉골잔등에서 ‘관매 7경’ 다리여까지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다리여는 바닷물이 많이 빠졌을 때 한 달에 4~5회 정도 건너갈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엔 관매도 특산품인 자연산 돌미역 톳, 돌김, 우뭇가사리 등 해산물이 풍부하다.                     

'관매 8경' 하늘담

다리여 옆에는 깎아지른 단애의 ‘관매 8경’ 하늘담(벼락바위)이 있다. 다리여와 하늘담에도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관매도에서는 매년 청년을 재물로 바쳤는데 제사 전후 1년 동안 그 청년은 처녀를 만나는 것이 금기되었다. 그런데 그중 한 청년이 금기를 어기고 전부터 사귀어온 처녀를 만난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벼락이 내리쳐 섬 한쪽이 떨어져 나가, 깎아지른 절벽이 되었고 그 청년과 처녀가 죽은 자리에 다리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하조도로 돌아와 장죽수로(長竹水路)의 지킴이 ‘하조도등대’ 관람  


총 14km에 이르는 관매도 트레킹을 모두 마치고, 오후 1시 30분 배로 관매도로 나와 2시 10분 하조도에 도착한다. 어제 선착장 인근에 주차해 두었던 차를 몰고, 하조도등대를 향한다. 약 8km의 거리로 걸어서 왕복한다면 약 2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1909년 2월에 불을 밝힌 하조도등대

선암산 동쪽 끝에 위치한 하조도등대는 1909년 2월에 일제가 조선 수탈의 목적으로 세운 등대다. 하조도등대는 남해안과 서해안을 연결하는 장죽수로(長竹水路)의 지킴이로 세워졌다. 그런데 이 일대의 조류는 서남해안에서 울돌목 다음으로 빠르다고 한다. 선박의 안전한 항해, 특히 야간 사고를 막기 위해 등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곳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현재도 등대원이 근무하는 유인등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조대등대 인근의 만물상 바위

하조도등대에서 보는 조도군도와 멀리 진도항이 있는 진도의 산그리메가 아스라히 다가온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하조도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신금산(213m)과 돈대산(234m)을 트레킹 해야겠다.  




《조도와 관매도 1박 2일 여행 일정》 


  1) 1일 차

     07:30~08:10 진도항(팽목항) 출발~하조도 창유항 도착

     08:10~10:00 상조도 도리산전망대 관람(승용차)

     10:30~11:50 하조도 창유항 출발~관매도 도착

     12:30~ 관호마을~꽁돌과 돌묘~하늘다리~돈부산 정상~샛배해변~관매마을~관매해수욕장 

  2) 2일 차

     05:40~08:40 샛배 일출~장산촌마을~방아섬~독립문바위~해수욕장송림~관매마을(민박집)

     09:30~12:00 관호마을~엉골잔등~다리여~하늘담~관매마을(민박집)

     13:30~14:10 관매도 출발~하조도(창유) 도착

     14:20~15:30 하조도(창유) 출발~하조도등대 관람(승용차)

     16:00~16:40 하조도(창유) 출발~진도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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