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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Jul 25. 2022

전남 신안 흑산도

- 국토 최서남단, 흑산군도의 대장 섬


홍도원추리와 깃대봉 등산, 붉은 일몰, 하얀 등대 등 홍도에서 1박을 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다음날 오전 흑산도행 쾌속선에 오른다. 10시 30분 홍도를 출항한 배는 40여 분 만에 고래 형상으로 건축된 흑산도항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다.



■ 산도 바다도 푸르다 못해 검은, 흑산도 여행 1박 2일


흑산도항 여객선터미널

흑산도 하면 홍어인데 ‘웬 고래?’ 했는데 알고 보니, 200년 전만 해도 흑산항엔 고래 파시가 열릴 정도로 인근 바다에 고래가 많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희귀성을 인정받는 귀신고래도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1300마리 이상의 고래가 포획되면서 개체 수가 줄어들었고, 1960년대 후반을 끝으로 고래는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목포에서 92.7km 떨어진 흑산도는 문암산(405m)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해안선은 41.8km, 면적은 여의도의 7배 크기다. 흑산면의 소재지이면서 홍도, 가거도, 만재도, 영산도 등 인근 크고 작은 68개의 부속 섬을 거느리고 있다. 섬 전역의 산림이 울창해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검게 보인다 해서 흑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장보고에 의해 개척되었다는 읍동마을

흑산도에는 신석기시대에 사람이 거주한 흔적은 있으나 문헌상의 기록은 없다. 통일신라 시대 흥덕왕 2년(828년)에 장보고(張保皐)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당나라와 교역을 하면서 중간 기착지로 흑산도를 활용했는데 현재의 진리 2구 읍동마을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곳이다.


하지만 왜구의 잦은 침탈로 고려 공민왕 12년(1363년)에 섬에서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공도(空島) 정책'이 시행되면서 흑산도 주민들은 나주 영산포로 집단 이주하게 된다. 당시 ‘흑산도~영산포 뱃길’은 2~3주 정도 걸렸는데 주민들이 먹거리용으로 가져오던 홍어가 선상에서 발효되어 오늘날 ‘삭힌 홍어’의 원조가 되었다고 한다.


■ 흑산도 여행에 앞서 기억해야 할 역사 속 인물들


흑산도 관광을 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몇몇 인물이 있다. 먼저, 정조 대왕의 행차를 가로막고 ‘격쟁’을 올린 흑산도 북쪽 섬 대둔도 출신 김이수다. 격쟁은 임금의 행차 길에 징이나 꽹과리를 치면서 시선을 집중시킨 후 직접 백성들이 민원을 호소하는 방법이다.

흑산도에 유배 온 사람들의 행적이 담긴 사리마을의 유배문화공원.


김이수는 당시 흑산도 주민들이 겪고 있던 가장 큰 폐단인 ‘닥나무’ 세금을 시정하기 위해 관가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한양까지 올라가 직접 격쟁을 울린 용감한 흑산도 백성이었다. 김이수의 노력으로, 1767년부터 약 40여년 동안 개선되지 않던 폐단이 고쳐졌다. 일개 섬마을 사람이 정조 대왕을 움직였다는 것은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로 평가받는다. 

정약전이 머물던 사리마을

손암 정약전(巽庵 丁若銓)은 1807년 신유사옥으로 흑산도로 유배되어 현재 흑산항의 반대쪽인 사리(모래미) 마을에 머물렀다. 그곳에 사촌서당(沙邨書堂)을 짓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면서 대둔도 출신 덕순 장창대(德順 張昌大)의 도움을 받아 물고기마다 세밀하게 관찰한 결과를 자세히 기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玆山魚譜)는 그렇게 탄생했다. 정약전은 흑산(黑山)을 자산(玆山)으로 바꾸려 했다. 둘 다 같은 뜻이지만 흑(黑)에서는 절망과 두려움을. 자(玆)에서는 희미하지만 빛과 희망을 품었던 것 같다, 

정약전의 사촌서당 오르는 길

동생인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풀려난다는 소식을 듣고, 약전은 행여나 찾아올지도 모르는 동생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육지에서 더 가까운 우이도로 거처를 옮긴다. 하지만 그곳에서 뭍으로 나가지 못한 채 유배 생활 16년 만인 1816년 생을 마감한다. 

어린이를 가르치고 '자산어보'를 집필했던 사촌서당

당시 우이도에는 홍어장수 문순득이 있었다. 문순득은 1801년 12월 흑산 홍어를 싣고 영산포로 가던 중 돌풍을 만나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먼 거리의 표류를 하게 된다. 지금의 오키나와와 필리핀에서 표류 생활 후, 중국을 거쳐 3년 2개월 만에 우이도로 돌아왔다. 문순득은 정약전에게 그의 파란만장한 표류담을 들려주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정약전의 ‘표해시말’이다. 서양의 문물을 소개한 표해시말은 깜깜이 조선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문순득은 정약전을 가족처럼 모셨고, 정약전이 우이도에서 사망했을 때는 장례도 극진히 치러주었다. 

면암 최익현 유허비

또한, 흑산도에는 고종 13년(1876) 병자수호조약을 반대하다 귀양 온 면암 최익현(勉菴 崔益鉉) 선생의 발자취가 서린 곳이다. 학자이며 의병장이기도 했던 면암 최익현은 “기봉강산 홍무일월(箕封江山 洪武日月)”이라는 친필을 흑산도 촌리의 손바닥 바위에 새겨 놓았다.


■ 흑산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안 일주도로 관광


상라산 봉화대에서 바라본 12굽이길과 흑산항

예전 흑산도에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샛길들만 있었을 뿐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는 없었다. 총예산 540억원이 투입된 흑산 일주도로는 1984년에 착공해 27년 만인 2010년 3월에 완공됐다. 흑산도 해안을 따라 총길이 25.4㎞, 너비 7m로 건설된 일주도로는 당시 국내 도로공사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을 거쳐 완공된 것이었다. 하루 2.6m, 1년 940m씩 도로를 낸 것인데 해안절벽 등 난공사 구간이 많은 데다 예산 확보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상라산 봉화대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장면. 멀리 홍도가 보인다
12굽이길 오르면 볼 수 있는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예리항에서 출발하는 버스 일주여행은 철새전시관, 진리성황당, 12굽이길을 볼 수 있는 상라산 전망대, 지도바위,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일주도로 준공기념 천사상, 자산 정약전 유적지, 최익현 유허비, 칠형제 바위 등 흑산 여행의 주요 포인트들이 망라되어 있다. 거기에 장도, 다물도, 대둔도, 영산도, 홍도, 우이도 등 흑산군도의 섬들을 두루 조망할 수 있어 흑산 관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해식 구멍이 한반도 형상을 닮았다는 지도바위
일주도로 완공을 기념해 조성된 천사상
천사상 인근에서 바라본 흑산도 최고봉 문암산(405m)

그런데 버스 일주 여행의 단점이 있다. 통상 1시간 10분 내에 종료되는 일주여행은 전망대 1~2곳에서 잠시 하차할 뿐 대부분은 차 안에서 이뤄진다. 그러니 흑산도 여행을 오면서 본인이 담고 싶었던 포토존에서의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는 관광객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조성한 유배문화공원도 지나치는 바람에 정약전의 사촌서당도 촬영할 수 없다. 

칠형제 바위. 칠형제를 둔 홀어머니가 큰 태풍이 불어 바닷일을 나가지 못하자 바다로 나간 칠형제가 두 팔을 벌려 파도를 막은 후 7개의 섬으로 굳어버렸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따라서 찬찬히 일주도로를 돌면서 흑산도의 역사문화를 체득하고, 원하는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개인택시를 예약해야 한다. 가이드 역할까지 해주는 개인택시 요금은 6만원이다. 3~4명이 함께 택시를 부른다면 관광버스 1인당 요금 1만8000원과 비슷하다.

북풍이 심하게 불면 뚫린 구멍에서 분수처럼 물이 솟구친다는 머시기 바위
흑산도 하르방 바위

2박 3일의 일정이라면 흑산도를 해상으로 한 바퀴 도는 해상유람선 코스도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관광자원 제1호인 촛대바위와 아침 햇살을 받으면 일곱 가지 색깔로 빛난다는 칠성동굴, 고래바위, 원숭이바위, 공룡섬 등과 같은 절경을 돌아볼 수 있다. 유람선사에서는 관람객이 10~30명 모이면 해상관광을 진행한다고 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며, 요금은 2만8000원이다.


흑산도해상관람유람선 예약 문의(061-275-9115)

흑산항 우측에 정박 중인 해상관광유람선


■ 칠락산서 바라본 흑산항과 흑산군도의 풍광도 일품


칠락산에서 바라본 흑산항. 멀리 희미하게 다물도, 대둔도가 보인다

흑산항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항구다. 예전에 태풍이 불면 많게는 3000~4000척의 배들이 피항했을 정도로 항구가 크다. 흑산항은 진리와 예리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데 칠락산(七樂山, 277m)이 항구를 눈썹 모양으로 감싸고 있다.

가파르지 않아 오르기 좋은 칠락산 등산로

칠락산은 기울기가 비교적 완만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흑산항과 흑산군도 북동쪽의 섬들을 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흑산도 최고봉인 문암산까지 등산 코스가 이어지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등산로가 수월하지 않다고 한다.

칠락산 오르는 길에 바라본 영산도

칠락산에서 동쪽으로 보면 흑산공항 예정지인 대봉산(125m)이 보인다. 흑산군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과 매년 방문하는 30만명의 관광객 편의를 위해 당초 2014~2023년까지  총연장 1200m 규모의 소형공항 건설이 추진돼 왔으나 현재 환경단체의 반대로 주춤한 상태다. 


현재 울릉도에서는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활주로 1,2km급 소형공항이 건설 중이고,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도 공항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서해 최서남단의 흑산공항이 건설된다면 국토균형 발전과 영토수호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칠락산 하산 종점

칠락산 산행 들머리는 흑산항여객터미널에서 천촌리 방향으로 600~700여m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측으로 나온다.

여객선터미널 옆 먹거리 촌


코스 : 흑산여객선터미널~샘골~칠락산~반달동삼거리~흑산면사무소~흑산성당~흑산항여객선터미널(약 6.3km, 2시간 30분 소요)


■ 아침, 흑산항을 따라 걷는 진리해안길도 좋아


진리해안길은 예리 흑산방파제 입구에 있는 ‘흑산도아가씨 동상’에서부터 상라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8km의 코스다. 흑산도의 빼어난 해안 경관과 정약전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자산문화전시관, 진리지석묘군, 흑산 성당 등 역사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흑산도 등대

정약전 선생의 영향 때문인지 흑산항 주변에는 젬마수산, 미카엘수산, 요한수산, 라파엘수산 등 천주교 세례명을 단 상호들이 눈에 자주 띈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자리한 흑산 성당은 1958년 11월 11일 설립되어 낙후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9년 신안군 등록문화재 제759호로 지정됐다.

흑산아가씨 동상

예리, 진리 1구 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마을을 끼고 걷다 보면 박득순 미술관과 최익현 선생이 서당을 열었던 일신당 터를 지나 철새전시관에 다다른다.

배낭기미해변

이어 작은 언덕을 넘으면 신들의 정원이 펼쳐지며, 배낭기미해변을 지나 흑산도의 명물인 12굽이길을 오르면 상라산 정상에 도착한다. 상라산 봉화대는 고대에 국제적 교류 중심 거점항으로 중국 사신이 개경에 닿을 수 있도록 밤에는 빛을 밝혀 해로를 열어주었다 한다.


코스 : 흑산등대~흑산도아가씨 동상~고래공원~흑산여객터미널~흑산면사무소~박득순 미술관~신들의 정원~배낭기미해변~새조각공원~12굽이길~흑산도아가씨 노래비~상라산 정상 (약 8km, 3시간 소요)

목포행 쾌속선


■ 흑산도 여행(1박 2일) 일정표


=첫날=

10 : 30 ~ 11 : 10 홍도 출발~흑산도항여객선터미널 도착(쾌속선)

11 : 10 ~ 13 : 00 흑산도 숙소 도착~점심

13 : 00 ~ 15 : 30 칠락산 트레킹(6.3km, 2시간 30분)

16 : 30 ~ 19 : 00 흑산도 일주도로 관광(개인택시, 2시간 30분)


=둘째 날=

05 : 40 ~ 07 : 30 진리해안길 일부 구간 트레킹

                       (흑산등대~여객선터미널~배낭기미해수욕장) 왕복

09 : 00 ~ 11 : 00 흑산도항 출발~목포항 도착(쾌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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