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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Oct 02. 2022

충남 홍성 죽도

- 국내 유일의 대나무 숲 둘레길


충남 홍성군의 유일한 섬인 죽도는 천수만 내에 위치하고 있다. 남당항에서 3.7km가량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으로 31가구, 70여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섬 대부분을 자생하는 참대나무가 감싸고 있어 ‘대섬’으로 불려 왔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 지명을 한자 표기화하면서 죽도라 부르게 되었다. 



대나무 숲 둘레길..조용하면서 소슬한 정취 느끼게 해            

          

죽도 풍력발전기

그런데 이 섬마을이 근래 들어 또 하나의 타이틀을 얻었다. 바로 전국 유일의 에너지 자립섬이다. 섬 안에 설치된 태양광·풍력발전 설비로 마을에서 사용하는 전력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없는 그야말로 탄소중립 무공해 청정섬이다.                     

죽도는 몇 년 전만 해도 디젤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공급해 왔다. 그러다 2016년 5월 한화그룹과 충청남도 등이 힘을 합해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무공해 융복합 발전시스템을 준공함에 따라 하루 210kW의 전기를 생산해내고 있다. 죽도 마을의 전기 공급을 거뜬히 책임지는 용량이다. 거기에 최대 900kwh 분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어 태양광이 작동하지 않는 날에도 전기 걱정이 없다.                     

그동안 디젤발전기 운영 비용으로 섬 주민들은 연간 8000만원을 부담했으나 태양광발전 설치 후 ‘0’이 됐다. 죽도 전기의 연료였던 디젤이 사라진 자리에 맑은 공기가 돌아왔다. 디젤 대체로 연간 소나무 4만1000 그루를 아끼고, 약 200톤에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주민들은 아낀 분담금으로 친환경 클린캠핑장 등 관광상품을 개발해 죽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들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홍성군은 지난 2012년부터 ‘찾아가고 싶은 섬 죽도 가꾸기 사업’을 펼쳐왔는데 에너지 자립섬 이후 친환경 캠프장과 낚시공원, 대나무 숲 탐방로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항아리처럼 물을 가둔 천수만 가운데 봉긋하게 떠 있는 섬 


마침, 죽도 출항지인 홍성 남당항에서는 요즘 가을 대하축제가 한창이라기에 친구 부부와 대하도 맛볼 겸 주말에 죽도로 향한다. 여객선(도선)을 타기 위해 남당항에 11시 20분쯤 도착했더니, 아뿔싸 매표소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1시 배를 예약한 후 남당항으로 나와 점심 먹을 곳을 찾는데 드넓은 주차장은 만원이어서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다. 그동안 침체했던 관광 산업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 듯한 느낌이다.                     

대하축제로 붐비는 남당항

여객선을 타기 위해 다시 매표소로 넘어왔는데 그곳 주차장도 차를 주차할 수 없을 정도다. 죽도는 넉넉잡아 2시간 정도면 트레킹을 마칠 수 있어 부담 없이 여행하기에 좋은 섬이다. 게다가 배편이 많고 주꾸미, 우럭, 대하, 바지락 등 해산물을 사계절 맛볼 수 있어 늘 트레커와 낚시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도선을 기다리는 관광객들

주말에는 하루 800~900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다 보니, 여객선을 하루(평일) 왕복 5회에서 10회로 늘려도 관광객을 다 태울 수 없을 때가 많다. 이에 따라 여객선사는 현재 정원 98명에서 200여명까지 탈 수 있는 새 여객선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홍성군서도 내년까지 부잔교를 설치하고, 죽도 여객선 대합실 정비와 방파제 둘레길을 정비해 관광객이 편하게 죽도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남당항을 출항, 15분 정도 후 죽도항에 도착해 방파제를 따라 200여m 직진하면 곧바로 트레킹이 시작된다. 죽도는 12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죽도 서쪽에는 작은 섬 8개가 올망졸망 자리해 마치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봄가을 주말이면 트레커와 낚시객, 캠핑객으로 붐벼           

           

죽도 둘레길은 크게 세 갈래로 조성이 되어 있는데 총 2.7km의 거리다. 1조망쉼터-3조망쉼터-2조망쉼터 순으로 우측으로 섬을 크게 한 바퀴 돌게 되어 있다. 특히 둘레길 곳곳에 초록빛 대나무 숲이 나타나는데 대나무 숲 둘레길은 지금까지 걸어본 섬 트레킹 중 유일하다 할 수 있다.                     

둘레길을 도는데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한 데다 최고봉이 해방 50m 이내여서 가족이나 연인, 혹은 산악회 동호인들끼리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게다가 쓰 으 윽~ 대숲을 스쳐 온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면 잡다한 상념들이 스르르 사라진다.                     

1조망터쉼터. 만해 한용운 선생의 캐릭터가 있다

1조망쉼터에 오르면 홍성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한용운 선생의 캐릭터가 반긴다. 바다는 사방으로 확 트여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서북쪽에는 멀리 안면도가 병풍처럼 길게 펼쳐져 있고, 그 안쪽에 죽도의 부속섬인 모도(띠섬)와 멍덕도, 오가도가 눈에 들어온다.                     

전도 앞의 낚시터

모자를 엎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전도 앞바다에는 낚시객을 위해 조성된 '낚시공원’이 하얗게 떠있다. 5~11월까지 운영되는 낚시공원은 많은 사람이 동시에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시설로 하루 사용료가 인당 4만원(9~16시)이라 한다.                     

이어 댓잎소리길-독살체험장을 지나는데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가을이 왔음을 말해준다. 죽도 캠핑객을 위한 전망데크와 파도소리길을 지나 3조망쉼터에 오른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트레커 30여명이 기념사진을 찍은 후 우르르 몰려내려온다.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 20%는 민박과 카페 등 운영     

                

3조망터 오름길에 바라본 1조망터

죽도 이장님에 따르면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고 20%가량은 민박과 식당을 운영 중이란다. 2년 전부터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야영장과 매점, 낚시공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수입은 3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농사는 텃밭 정도이며 쪽파를 많이 재배하고 타 작물은 거의 없다.                     

활기 넘치는 죽도마을

현재 거주 주민 대부분은 토박이들로 외지인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섬 이곳저곳을 돌았지만 빈집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죽도 역시 주민의 고령화가 섬의 지속 성장에 큰 걸림돌이지만 사계절 수산자원이 풍부한 데다 관광객이 받쳐주어 여타의 섬들에 비해 활기가 넘쳐보인다.                     

죽도는 기암괴석 등 자연 자연 풍광이 빼어나지 않지만, 순박한 여인처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진 섬이다. 아기자기한 트레일에는 낭만이 스며 있어 시간마저 더디게 흐른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면 더 편안하고 자유로움을 줄 것 같은 그런 섬이어서 마음이 복잡할 때 언제든 불쑥 다시 찾고 싶은 섬이다.  


남당항에서 30여분 거리, '덕숭총림 수덕사'도 가볼 만                     


죽도 트레킹을 마치고 남당항으로 나와서, 30여 분 남짓의 거리에 있는 수덕사로 향한다. 수덕사 대웅전으로 향하는 고즈넉한 길 옆에 선홍빛 상사화가 지고 있다. 그 좌측의 작은 다리를 건너 옛 수덕여관에 들렀더니, 건물은 보수 중이다.                     

이응노 화백이 바위에 새겨놓은 문자적 추상화

그러나 건물 옆 모퉁이에는 이응노 화백이 새겼다는 문자적 추상화 2점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화백이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고 다시 프랑스로 떠나기 전인 1969년 작품이다. 무엇을 그린 거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 화백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며 영고성쇠(榮枯盛衰)의 모습을 표현했다. 여기에 네 모습도 있고, 내 모습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다"고 했다 한다. 


대웅전에 올라 발치 아래로 내려다보니, 노랗게 무르익어가는 가을 들판이 보인다. 얼마 전 가을 태풍들이 생채기를 남기고 지나갔지만 멀리서 본 들판은 풍요롭기만 하다. 마치 우리네 삶이 그러한 것처럼.  




1. 위 치

    o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죽도길 80 


2. 가는 방법

    o 남당항 여객선(도선)터미널 

     - 남당→죽도 : 09:00, (10:00), 11:00, (12:00), 13:00, 14:00, (15:00), 16:00  

     - 죽도→남당 : 09:30, (10:30), 11:30, (12:30), 13:30, 14:30, (15:30), 17:00   

       * (  )는 주말임, 매주 화요일 여객선 휴무

       * 선사 문의 : 물때에 따라, 운항 시간이 다를 수 있으므로 문의 필요

        ☎ (041)631-0103(홍주해운)                     

남당항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낚시, 캠핑

    o 트레킹 코스 (1.7km/2시간)

      : 선착장-제1조망쉼터–댓잎소리길-독살체험장-파도소리길-제3조망쉼터-캠핑장(몽돌해변)-제2조망

        쉼터-마을회관-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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