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에는 70여 개의 유인도와 무인도가 있다. 산달도는 칠천도, 가조도에 이어 거제에서 세 번째 큰 섬으로, 거제도~한산도 사이 거제만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섬의 북쪽과 동쪽, 서쪽은 거제도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남쪽은 통영 한산도와 추봉도, 용초도가 감싸고 있다.
산달도 건너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거제도와 통영의 섬들
해안선 길이 8.2㎞인 산달도에는 해발 200여m급 봉우리 3개가 솟아 있다. 달이 그 사이로 떠오른다고 하여 삼달이라고 불리다가 약 4백 년 전 정승이 태어난 후부터 산달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거제 법동리와 산달도를 잇는 산달연육교(620m)가 2018년 개통되면서 이제는 배를 타지 않고 가는 섬이 됐다.
정기적으로 미국 FAD로부터 위생점검을 받는 거제만 바다
산달도 앞바다를 포함한 거제만 바다는 미국에 수산물을 수출해, 미국 FDA로부터 정기적인 위생점검을 받는 청정바다다.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한 데다 섬 주위의 풍광이 아름다워 드라이빙 여행지로 이름나 있다.
# 사방이 호수 같은 바다, 드라이빙 여행객·등산객들 자주 찾아
산달도 오션뷰 카페 '산도달도'. 젊은 층에게 인기다
특히 산달도 입구에 자리 잡은 오션뷰 카페 산도달도는 젊은 층에게 인기다. 5층 규모인 카페는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데 층층마다 에메랄드빛 바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카페에 차분히 앉아 바다 건너 펼쳐지는 산그리메를 보면서 멍 때리기를 하거나 데이트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카페는 두 청년이 운영하고 있다.
산달도 해안일주도로에서 바라본 풍경
1982년 개설된 해안일주도로도 인기다. 8km 남짓한 포장도로를 천천히 드라이브하면 10여 분, 바닷바람을 맞으며 살랑살랑 걸으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전마을, 산후마을, 실리마을 등 3곳의 마을에는 쉬었다 가기에 좋은 정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자전거로 한 바퀴 돌기에도 좋고, 달리기에도 좋아 칠천도와 함께 달리기도 인기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해양수산부 '이달의 어촌 안심 여행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산악회도 자주 찾는 산달도 둘레길. 우측은 카페 '산도달도'
둘레길은 예전에 차가 없을 때 마을을 넘나들던 옛길과 당골재산(235m), 뒷들산(217m), 거너재산(209m) 등 3곳의 산을 연결해 놓았다. 작은 섬이지만 아기자기하게 여러 코스를 선택해 걷는 쏠쏠한 재미 때문에 산악회, 혹은 삼삼오오 트레커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뿐만 아니다. 산달도 앞바다에서는 가리비, 멍게, 미역 등이 서식한 데다 멸치, 전어, 문어, 도다리, 돔 등이 잘 잡혀 낚시객들도 꾸준히 몰린다고 한다.
# 당골재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거제만의 환상적인 풍광
산달도는 사방으로 바다가 둘러싸고 있지만 정작 수평선을 보려면 남북으로 섬을 가르는 세 개의 봉우리 중 한 곳에 올라야 한다. 그중에서 확 트인 당골재산 정상의 조망이 으뜸이다.
당골재산 정상에서 본 400~500m급 거제의 산그리메
산달도 트레킹은 카페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작한다. 통상 카페에서 시계 방향으로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진행하는데 산후마을 팔각정(해마루) 지나 바로 우측으로 당골재산 들머리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오르다가, 당골재산 등산로로 접어드는데 정상까지는 700여 m의 거리다. 조금 가파른 경사를 지긋이 오르고 나면 당골재산 정상이다.
거제만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신성시 됐던 당골재산 정상 옆 무당촌 터
이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거제만의 시원한 수평선 너머로 거제도의 계룡산, 선자산, 노자산, 가라산, 망산 등 400~500m급 산봉우리들이 출렁이며 남으로 흘러간다. 쉼터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힌 후 조금 직진하면 무당촌 터다. 예전 무당들이 상주하며 굿판으로 밤을 지새우던 신성한 곳이다.
폐쇄, 고립된 섬 살이에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의 무사 귀환과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어린 자식들의 안녕을 빌기 위해 제물을 머리에 이고 이곳까지 올랐을 옛 섬 아낙의 애환이 폐부 깊이 느껴진다.
# '한반도 형상 닮은 바다'와 '산전마을 굴껍데기 성곽'도 인상적
무당촌을 지나자마자 ‘한반도 형상 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보면 이순신 장군의 집무실이 있던 한산도 제승당을 향해 바다는 한반도 형상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다. 바다는 마치 거대한 강줄기가 되어 흘러가는 모양새다.
바다가 한반도 형상으로 비스듬히 누었다는 '한반도 형상 터'
할목재까지는 급경사로 내리막이었다가 뒷들산까지는 V자형으로 다시 오르막이다. 그래서 초급자들에게는 좀 어려운 코스로 느껴진다. 길은 고즈넉하고 소나무들이 많아 육지의 어느 산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뒷들산에서는 실리마을이 보인다. 이곳에서 팔개재까지는 내리막으로 425m의 거리다. 팔개재는 실리마을과 산전마을 내려가는 삼거리이기도 하다. 행여 산행이 힘에 부치면 이곳에서 해안일주도로로 빠지면 된다.
건너재산 오르는 길
팔개재에서 다시 건너재산까지 치고 오르면 정상 못 미쳐 좌측에 전망대가 나온다. 거제도 동망산(291m)과 왕조산(415m), 그리고 통영바다에 여기저기에 떠 있는 장사도와 추봉도, 죽도, 용초도, 구도 등을 볼 수 있다.
건너재산 하산 길에 바라본 산전마을 전경
건너재산 정상에서 20여 분 내려가면 산달도 해안일주도로다. 이곳에서 산전마을로 향하다 보면 여기저기 성곽처럼 쌓인 굴껍데기들이, 이곳이 굴 양식장의 메카임을 말해준다. 굴 종패를 부착하는데 쓰인다는 가리비 껍데기 무더기와 채취한 굴을 가공하는 수산 회사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패각(버린 굴껍데기)을 분쇄하는 장비도 보인다. 산전마을 지나 카페주차장까지는 거의 이런 풍경이다.
# 떠나는 섬에서 돌아오는 섬으로, 산달도는 섬재생 사업의 성공 모델
오늘날 많은 섬들이 소멸위기에 처했지만 산달도는 최근 몇 년 사이 중년층의 귀어가 부쩍 늘고 있다. 5년 전쯤부터 40~50대 20여 명이 이 섬에 자리를 잡았다. 산달도에 귀어한 후 낚시체험을 운영하고 있는 이부곤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다.
마을기업에서 운영하는 산달분교펜션
폐쇄적으로 운영해 오던 어촌계를 정관까지 바꿔 귀어인들에게 문을 연 것이 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또 어업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뗏목과 기중기 등 각종 어구를 별도 비용 없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공동 작업장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다.
활기가 느껴지는 산달도 산전항
이렇게 되자 섬을 떠났던 2세, 3세도 다시 섬으로 돌아오고 있다. 2015년 100여 가구, 210여 명에 불과했던 산달도 주민은 지난해 말 기준 115가구, 240여 명으로 반등했다. 사람이 찾는 섬을 만들기 위한 산달도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폐교한 산달도 분교는 2019년 10월 펜션으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주민들은 마을기업을 만들어 공동으로 펜션을 운영 중이다. 분교 펜션에서는 ‘1박3식 어촌밥상’ 숙박프로그램과 캠핑장, 낚시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산달도 주민들의 또 다른 소득원이 되고 있는 유자밭
1박3식 어촌밥상은 숙박과 푸짐한 제철 해산물 등으로 만든 세끼 식사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8만원이었다가 최근 물가상승으로 9만원으로 인상했지만 인기가 여전하다고 한다. 분교펜션에는 코로나 악재 속에도 지난 4년간 2만3000여 명이 방문했다. 산달도 분교펜션은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전국 최우수 숙박시설에 선정됐다. 이 때문에 현재 산달도는 섬재생 사업의 선진지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