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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Mar 01. 2023

경남 통영 장사도

- 동백꽃 흐드러진 그리움의 섬


#이 봄, 붉게 터지는 것이 '선운사 동백' 뿐이랴


떨어져 누운 꽃은

나무의 꽃을 보고


나무의 꽃은

떨어져 누운 꽃을 본다


그대는 내가 되어라

나는 그대가 되리


김초혜 시인의 ‘동백꽃 그리움’이다. 바야흐로 동백의 계절이다. 대지는 기지개를 켜고 남녘의 동백나무들은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을 타서 마신 듯 가지마다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어떤 시인은 동백꽃에 대해 신라의 여승 설요가 환속했다고도 하고, 어떤 시인은 붉게 터지는 것이 선운사 동백꽃만이냐고 묻는다.

그래서일까? 이즈음 거제 지심도와 통영 장사도는 마음 들뜬 이들의 동백꽃 맞이로 분주하다. 동백꽃은 12월에 피기 시작해 봄이 시작되는 3월에 꽃이 진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이름난 동백 군락지가 많지만 장사도 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장사도는 난대림인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가 자생하는데 숲의 80%가 동백나무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봄이면 그야말로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2014년 중국에 한류 바람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와 도민준(김수현 분)의 키스 장면이 전파를 탄 이후 섬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해상공원 까멜리아(Camellia)


장사도 해상공원 입구

장사도는 통영 한산도에 딸린 섬이지만 통영보다 거제에서 가깝다. 통영 유람선터미널에서는 배로 40분 소요되지만 거제에서는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장사도는 거제 망산 자락 앞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동서로 200~400m, 남북으로 1.9Km로 길게 자리하고 있다.

장사도 식물원. 멀리 비진도와 용초도, 한산도가 보인다

섬의 모양새가 뱀처럼 길게 생겼다고 해서 ‘장배미(긴 뱀의 거제 사투리) 섬’이라고도 하고, 누에처럼 길다 하여 ‘늬비(누에의 경상도 사투리) 섬’ 또는 ‘잠사도’로도 불렸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장사도가 되었다고 한다.

장사도에는 1980년대까지 14가구에 80여명의 주민이 살았다. 하지만 주민들이 하나둘씩 섬을 빠져나감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 거주민이 없는 무인도로 전락했다. 비어있던 섬은 사유지가 됐고, 2005년부터 관광 섬 조성사업에 들어가 2011년 ‘장사도 해상공원 까멜리아(Camellia)’로 탄생했다.

죽도초등학교 장사분교터

장사도 해상공원은 폐교와 섬 집을 예전 모습으로 복원하고 20여 개의 코스별 정원과 체험학습,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인공정원처럼 사람의 편리에 따라 나무를 이리저리 옮겨 심지 않고, 옛 주민들이 다녔던 숲길을 그대로 살려 자연미가 스며나도록 정비하고 연결했다. 또한 온실, 공연장, 카페테리아 등도 빈터를 활용해서 지었다.

'별에서 온 그대' 촬영 동백숲

그러다 보니, 외도 보타니아 해상공원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외도 보타니아가 아기자기한 인공정원의 정수라면 장사도는 자연미가 살아 있는 바다정원의 명소다. 거기에 매물도와 소매물도, 비진도, 용초도 등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배후를 이루고 있어 사방의 경치가 일품이다.


#장사도 옛 주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삶의 현장


섬 중앙에는 1968년 개교하여 1991년 폐교될 때까지 어린이들이 꿈을 키웠던 죽도초등학교 장사도 분교 터가 있다. 300여 평의 교정은 교실과 교무실 각각 1칸이고 운동장에는 큰 후박나무가 즐비하다. 1972년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이 학교로 부임해 온 옥미조 선생은 장사도 부흥 운동에 큰 족적을 남겼다.

미인전망대에서 바라본 매물도와 소매물도(좌측 멀리)

그가 부임했을 때 장사도 주민들의 유일한 생업 수단은 미역채취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가난하게 살면서도 돼지나 염소 등 가축을 기르지 않았다. 장사도가 뱀의 형상으로 기(氣)가 센 형국이라 가축을 기르면 죽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민들을 설득하여 흑돼지를 키우고, 주민들과 함께 척박한 황무지를 개간해 고구마와 양파 농사도 지었다.

그러자, 섬 주민들의 소득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당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저축 운동이 장려됐는데 장사도 학생들의 저축률은 목표 대비 무려 6000%를 초과 달성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고 한다. 선생의 활약상은 박정희 대통령에게까지 알려졌는데 박 대통령은 당시 새마을운동 정신과 맞아 떨어진다며 영화를 제작하게 했다. 그 영화가 ‘낙도의 메아리’(유현목 감독)라고 한다.

장사도 작은교회. 1973년 건립되어 한 때 허물어진 교회를 2013년 복원했다

선생은 또 주민들과 함께 선착장을 만들고, 이곳에 교회를 세웠다. 선착장에서 산꼭대기 교회 부지까지 최소한 1천 번 이상 자재를 옮겼다고 한다. 교회 예배당은 1973년 5월에 완공되었는데, 현재 복원된 ‘작은 교회’ 앞에는 당시 교인들이 세운 ‘옥미조 선생’ 공덕비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동백터널, 야외공원장 이색 조각상 ‘하이라이트’


장사도 입구 인어상

장사도에서 섬에 머무는 시간은 2시간으로 입항장과 출항장이 서로 다르다. 전체 둘레길 길이는 2.5km로 알차게 여행을 즐기려면, 안내지도를 따라 1~18번까지 번호순으로 탐방하는 편이 좋다. 배에서 내려서면 바다를 향해 앉아 있는 인어 동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인어 동상을 뒤로하고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붉은 동백꽃들의 환한 얼굴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다.

중앙광장으로 향한다. 해발 108m의 나지막한 섬이지만 가파르게 올라가 조금 숨이 차다. 하지만 능선으로 올라서기만 하면 탁 트인 전망에 마음을 빼앗긴다. 야외공연장에는 오묘한 모습의 머리조각상들이 남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가 자신의 두상을 하나씩 두고 간 것 같다. 조각가 김정명이 브론즈(청동)로 제작한 ‘야외공연장 머리 12’다. 푸른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조각상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야외공원 머리조각상(조각가 김정명 작)

장사도 해상공원에는 수생식물원과 맨발공원, 학습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특히 푸른 바다를 향해 세워진 타원형 온실이 압권이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봄기운이 화사하다. 바람은 신이 났는지 동백꽃 한 송이 한 송이 입 맞추며 춤을 추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포즈를 잡으며 깔깔깔 추임새를 넣는다.




1. 위 치

    o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장사도길 55


2. 가는 방법

    o 통영 유람선터미널(통영시 도남로 269-38, ☎ 문의 055-645-2307)

    o 거제 유람선터미널

      - 장사도가베유람선(거제시 동부면 거제서남로 2269, ☎ 문의 055-637-0070)

      - 장사도근포유람선(거제시 남부면 근포1길 71, ☎ 문의 055-634-5050)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o 트레킹 코스(2Km, 1시간 40분, 초중급)

      : 장사도 입구선착장→중앙광장→장사도분교→무지개다리→승리전망대→온실→섬아기집 →

       동백터널→야외공연장→장미터널→출구선착장

    o 입장료 : 1만 원


4. 제철 별미

    o 제철 맞는 도다리쑥국은 통영과 거제에서 꼭 먹어봐야 할 봄철 별미. 통영 강구안에 있는 대부분

       식당에서 도다리쑥국을 내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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