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처럼 떠 있는 진도 조도면의 섬들
우리나라에서 섬이 가장 많은 군이 신안군이라면 섬이 가장 많은 면은 조도면이다. 진도군 조도면은 유인도 36개와 무인도 141개로 이뤄져 있다. 푸른 바다 위에 새떼처럼 섬이 떠 있다고 하여 새 ‘조(鳥)’ 자를 쓴다. 이런 조도의 섬들을 육안으로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도리산전망대와 세방낙조전망대다.
상조도의 도리산전망대에 서면 옹기종기 앉아 있는 조도군도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조선항해기’의 저자 ‘바실 홀’ 영국해군 함장은 도리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을 ‘지구의 극치’라고 표현한 바 있다.
조도의 섬 중 해 질 녘의 풍경을 가장 극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세방낙조전망대(진도군 지산면)다. 도리산전망대는 진도항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지만 이곳은 차로 갈 수 있는 진도의 여행 명소다. 세방낙조전망대에서는 북에서 남으로 펼쳐지는 가사군도의 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세방낙조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사군도의 ‘기묘한 섬들’
북쪽 저 멀리 사자 형상을 한 광대도부터 다섯 발가락 형상의 양덕도,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혈도, 손가락 모양의 주지도, 스님 가사(袈裟) 모양의 가사도, 목탁 모양의 불도(佛島) 등이 주석처럼 박혀있다. 잉걸불처럼 붉게 타오르는 일몰 무렵, 기기묘묘한 이들 섬은 마치 극락세계라도 온 듯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사군도에는 전설이 내려온다. 낙조가 잘 보이는 지력산 동백사에 한 스님이 있었다고 한다. 석양 무렵, 노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학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스님도 학들을 따라 지력산으로 날아올랐다. 그런데 수행이 부족해 학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만 바다에 추락하고 말았다.
이때 스님의 장삼(長衫) 위에 걸치는 가사가 떨어진 곳은 가사도(加沙島), 장삼이 떨어진 곳은 장삼도, 바지가 떨어진 곳은 하의도, 상의가 떨어진 곳은 상의도, 발가락이 떨어진 곳은 양덕도, 손가락이 떨어진 곳은 주지도, 심장이 떨어진 곳은 불도(佛島)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사도는 본섬을 포함 6개의 유인도와 10여 개의 무인도로 형성돼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와 인접해 있는 섬으로 면적은 6㎢, 해안선은 25km이다. 하늘에서 본 섬의 모습이 가세(가위)를 닮았다고 하여 ‘가세섬’이라 부르기도 했다.
가사도 출발지는 두 곳인데 목포항과 진도 쉬미항이다. 목포에서 가면 3시간 30분이 걸리고, 쉬미항에서는 1시간이면 닿는다. 쉬미항에서는 하루 3회 여객선이 운항한다.
# ‘살생하면 벌 받는다’는 관념에 따라 어업이 발달하지 않는 섬
쉬미항은 깊은 해만(海灣)으로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다. 8시 출발한 여객선은 아침 햇살을 뒤로하고 가사도로 향한다. 여객선의 물보라 위로 세방낙조전망대에서 보았던 섬들이 하나씩 호출된다. 이들 섬을 하나하나 가슴에 담다 보니, 어느새 가사도항에 도착한다. 항구의 우측으로는 풍력발전기 4대가 돌아가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고, 좌측으로는 트레킹 코스인 가사도 등대가 보인다.
가사도에는 ‘살생을 하면 벌을 받는다’ 거나 ‘어업은 대량 살생이라 좋지 않다’는 관념이 주민들 사이에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가사도 주변은 조기 등 어족자원이 풍부한 어장이지만 예전에 주민들은 살생을 하지 않으려고 타 지역 어선들에게 어장을 맡기고 구경만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업보다는 농업과 톳, 미역 등 해산물 채취가 주업이다.
가사도는 야생화 만발한 봄은 물론 여름철 휴가지로도 좋다. 옛 가사도 학생들이 소풍을 자주갔다는 돌목해변은 아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앞에 펼쳐지는 무인도를 보며 1박 2일 캠핑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섬 이곳저곳을 돌아보려면 차량을 가지고 가면 좋지만, 돌목해변과 등대 그리고 광산을 중심으로 걸어서 트레킹을 하는것도 좋다.
트레킹 코스는 약 7km로 넉넉잡고 3시간이면 충분하다. 나가는 배가 오후 1시와 5시에도 있어, 당일치기 섬 여행이 가능하다.
# 일제강점기 광물자원의 수탈 흔적이 깊은 ‘십자동굴’
가사도는 섬 전체에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당시 조선민보(1920년)는 “조도면 가사도는 大正 9년(1920), 나고야정도소(名古屋整陶所)의 명의로 광업권을 받아 경질도자기 요도를 채굴하고, 명반석으로 알루미나를 채취하는데 가사도 고령토 광산이 풍부한 명반석 광인 것이 발견되었다. 가사도 명반석은 눈에 보인 노출부만으로도 300만톤, 매장을 추산해도 1600만톤은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십자동굴은 일제강점기 규석광산으로 폭 2.5m~3.5m, 높이 1.6m~2.8m, 동서로 170m 길이로 뻗어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박쥐가 날아다니는 진풍경도 접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가사도 광산이 활기를 띠던 시절에는 전남도 내 각지에서 강제동원된 5백여명의 노무자들이 일을 했다고 한다. 이들의 탈주를 막기 위해 경찰 주재소가 설치되기도 했다. 또한 1개 중대 대공포부대도 주둔했는데 지금도 가사도 등대 옆에는 돌담으로 조성된 대공포 방공호 흔적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광물자원의 착취로 황폐화된 국토를 복원하고, 폐광을 활용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2013년 산림청과 진도군이 주도해 ‘가사도 산림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2015년 이후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 에너지를 자급하는 청정 섬의 면모도 갖추었다.
# 100년이 넘은 가사도등대와 섬 처녀의 안타까운 죽음 전해오는 ‘처녀강 전설’
진도와 가사도 사이 해협은 난류와 한류의 영향을 받는 곳이어서, 1년에 안개 끼는 날이 많고 물살이 거세 배가 오가는 데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이런 해상교통의 중심해역에 가사도등대는 1915년 10월 무인등대로 설치됐다. 그러다 1984년 유인등대로 전환되어 목포 방면으로 진입하는 선박과 제주·부산 방면으로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안개가 자욱이 끼는 날이면 비상을 걸어서 종을 치고, 대형 스피커에서 사이렌을 울린다.
2010년 등탑을 교체할 당시 데크와 탐방로 등의 편의시설을 확충하여 해양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대소동도, 소소동도 마도, 불도 등 주변의 무인도를 비롯한 바다 조망이 뛰어나 섬의 대표적 명소로 꼽힌다.
가사도등대와 십자동굴 구경 후, 봉우리 전망대로 오르다 보면 오른쪽 커다란 암벽 아래 깊은 연못이 있다. 일명 처녀강인데 이곳에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가사도 앞 주지도에 사는 한 청년이 가사도 어여쁜 여인에게 반해 매일 밤, 바다를 헤엄쳐와 만났다고 한다. 그러던 중 여인은 임신을 하게 됐으나 청년은 그 사실이 두려워 여인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여인은 매일 청년을 그리워하여 봉우리 정상에 올랐고, 기다리다가 지쳐 내려 오던 중 연못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청년은 괴로워하며 가사도 십자동굴의 입구를 막고 죄를 뉘우쳤다고 한다. 처녀가 목숨을 끊은 연못을 처녀강이라 부르는데 돌목마을 주민에 의하면 이곳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일이 없다고 한다.
1. 주 소
o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리
2. 가는 방법
o 쉬미항 : 소요시간 1시간
- 쉬미항→가사도 : 07:00, 11:30, 16:00(동절기 15:00, 10.1~3.31)
가사도→쉬미항 : 08:10, 13:00, 17:10(동절기 16:10)
☎문의 : 서진도농협 061-542-5383~5
o 목포항↔가사도: 1일 1회, 3시간 30분 소요
☎문의 : 해광운수 061-283-9915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캠핑
o 트레킹(등산) 코스(7km 2시간 30분, 난이도-중급)
가사도 선착장→돌목마을→돌목해변→해안길→가사도등대→십자동굴→처녀강→전망대
→가사도선착장
o 캠핑 : 돌목해변
4. 음식 및 숙박
o 가사도민박(010-5800-5631)
o 새롬민박(010-6616-2407)
o 우리원민박(010-6652-8212)
o 가사도 자연산톳(010-3713-2455)
* 식사 여부 전날 민박집 전화 필요
5.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s://island.haewoon.co.kr/
진도군 관광문화 : https://www.jindo.go.kr/tour/main.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