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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Oct 23. 2023

[섬여행](96)간밤에 잘 잤느냐...독도

-동해의 끝섬..매년 10월 25일은 '독도의 날

국토의 아픈 손가락, 독도로 향하다

육지에서 멀수록 섬 여행은 쉽지 않다. 백령도가 그렇고 가거도가 그렇고, 독도가 그렇다. 특히 독도는 울릉도에서 출발하기에 날 잡기가 더욱 어렵다. 지난 8월 태풍으로 좌절됐던 독도 여행을 위해 오전 4시 50분 여수에서 출발한다.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10시 20분 출발하는 울릉도행 쾌속선 엘도라도익스프레스호를 타기 위해서다.

쾌속선에서 내리고 있는 독도 방문객들

엘도라도익스프레스호(3158톤급)는 전장 76.7m, 전폭 20.6m로 여객정원 970명을 싣고 울릉도까지 2시간 50분에 주파한다. 평일인데도 선실은 2/3 가량의 승객으로 채워졌다. 중장년층도 많지만 청소년층과 청년층도 상당수 눈에 띈다. 날씨는 맑은데 해상에는 너울성 파도가 심해 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포항에서 울릉도로, 울릉도에서 다시 독도로

오후 1시 40분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해, 렌터카로 저동항으로 이동한다. 저동항에서 쾌속선이 2시 40분에 출발하다 보니 점심하기가 마뜩잖다. 간단히 미역국으로 해결하고, 그리던 독도행 쾌속선에 오른다. 쾌속선이 저동항을 빠져나가자 망망대해다. 파도는 의자들을 짚지 않고 선내에서 이동하기 힘들 정도의 움직임으로 느껴진다.

쾌속선 앞자리에서 바라본 멀리 우측 독도 모습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87.4km의 거리다. 선장은 선내 방송을 통해 “일기가 좋지 않으면 접안을 못 하고 선상에서 구경한 후 되돌아올 수 있다”며 서너 차례 강조한다. 쾌속선 출발 40여분 후부터, 자리를 맨 앞쪽 빈자리로 옮겨, DMZ 경계병처럼 전방 수평선 너머를 뚫어지라고 주시한다. 곧 마주할 독도의 첫 얼굴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잠시 시선을 좌우로 돌렸다가 다시 정면을 주시하는데, 그 순간 저기 오뚝하고 검회색 세모난 독도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독도 동도의 모습

흥분한 모습으로 선실 내부를 둘러본다. 어떤 분들은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독도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목을 거북이처럼 내밀어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어떤 할머니는 검은 비닐봉지에 입을 깊숙이 넣어 멀미로 인한 쓴 물을 연신 토해낸다.

배가 다가설수록 독도는 서도와 동도의 모습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순간, ‘독도 가는 길’이란 아직 여물지 않은 시가 활화산처럼 가슴 밖으로 솟구친다.

독도 가는 길

사방은 하늘 닮은 망망대해 수평선

쾌속선은 독도를 향해

동으로 동으로

선실 맨 앞에 앉아

최전방 초병처럼

수평선 너머를 뚫어져라 주시한다

나이 드신 할머니 멀미약 드시고

검은 비닐봉지에 입을 묻었다가

모로 자리에 드러누울 때

저기, 가물거리며 솟아오른

작은 피라미드 하나

점점 커지는 삼각산 하나

독도야 독도야 외로워 마라

우리가 간다, 우리가 달려간다

간절한 염원이 통한 탓일까. 배는 오후 4시쯤 독도에 도착해 무사히 접안을 마친다. 마치 출발을 기다리는 경주마들처럼 선실의 문이 열리자, 방문객들은 준비한 태극기를 손에 쥐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독도 땅을 밟는다. 독도에서 머무는 20여분 동안, 서도와 동도를 배경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연신 카메라를 눌러댄다.

대한민국 동해 땅끝 표지석

음악가 한돌 씨가 무려 5년간 독도를 넘나들며 작사·작곡했다는 ‘홀로 아리랑’의 선율이 가을 오후, 독도에 울려 퍼진다. 그와 더불어 조선시대부터 오늘까지 독도를 있게 한 안용복 장군, 홍순칠과 독도의용수비대, 최종덕, 조준기, 최훈근, 김성도 그리고 독도경비대! 그들의 숨결들이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