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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Aug 05. 2021

인천 옹진 굴업도

- 시간마저 화석이 된 '한국의 갈라파고스'


사람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섬인가 보다. 우리는 철저히 혼자이고 싶을 때 섬을 찾는다. 고립에서 위안을 얻는다. 고산준령의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라. 섬이 주는 철저한 고립은 아니다. 오히려, 대자연 속에 작아진 자신을 발견하면서 자연과 하나 되는 연대감을 느낀다. 


해무가 많은 굴업도

같은 섬이라 해도 덩치가 큰 섬일수록 섬이 주는 원초적 고립감이 약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굴업도는 언제 가더라도 고립을 자초하기에 아주 좋은 섬이다. 


철저히 혼자되고 싶을 때, 언제든 찾고 싶은 섬 


굴업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90Km, 덕적도에서 남서쪽으로 13km의 거리에 있다. 굴업도란 이름은 섬의 형태가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것처럼 생긴 데서 유래 되었다. 지형은 해발고도 100m 이내의 구릉으로 이뤄져 있으며 면적은 1.75㎢(여의도의 0.6배), 길이 3.8㎞, 해안선 길이 13㎞인 작은 섬이다.                     

굴업도 개머리언덕. 개머리언덕~낭개머리까지 백패커들이 많이 찾는다

폭 40m 길이 800m의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목기미해변과 덕물산(125m), 연평산, 코끼리바위, 토끼섬과 개머리언덕 등 천혜의 자원을 갖춘 이곳을 사람들은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부른다. 굴업도엔 그만큼 태고의 모습이 대부분 남아있기 때문일 것인데 접근이 어려워 오랫동안 육지와 고립된 덕분이다.                     

굴업도 사슴. 예전 이장 댁에서 키우던 사슴이 울타리를 타출하여 지금은 대가족을 이루고 있다

바닷바람이 세월을 깎아 만든 언덕엔 난대성식물과 한대성식물이 공존한다. 사슴들의 천국인 이곳은 국내 최대 송골매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 탓에 백팩커들 사이에선 성지로 통한다.                  

목기미해변 지나 덕물산으로 가는 길 

토질은 가늘고 고운 모래로 된 세사토(細沙土)로 이뤄져 있어 예전에는 고구마와 땅콩을 주로 재배했으며, 소를 방목해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농사와 방목을 그만둔 곳에 수크령(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이 물결치듯 자라면서 백퍼커들이 텐트를 치고 비박하기에 좋은 환경(개머리언덕)을 만들어 놓았다.                     

덕물산에서 바라본 굴업도

고즈넉하던 이 섬에 큰 태풍이 불어온 적이 있다. 1994년 당시 김영삼 정부는 굴업도에 핵폐기장 건설계획을 세웠다. 당시 이 섬에 다섯 가구 정도만 사니까, 반대 세력이 약하고 이주시키기 쉬우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힘이 없었다. 그러나 인근 덕적면 서포1·2리 주민들이 먼저 나서고, 이후 인천대 학생들과 인천시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러한 저항에다, 굴업도 동쪽 바다 밑에 거대한 활성 단층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핵폐기장 건설계획은 철회되기에 이른다. 


굴업도 바다 밑 거대한 해저 골짜기는 여름철이면 찬물이 흘러들어오는 통로가 된다. 여름철이면 찬 바닷물이 수면 위 더운 공기와 만나면서 짙은 안개를 발생시킨다. 짙은 해무로 굴업도행 뱃길이 자주 끊기는 이유다. 


꽃사슴 뛰노는 개머리언덕, 그리고 아스라이 보이는 선단여 


굴업도에 태풍은 또다시 불어온다. 2006년 옹진군으로부터 섬의 98.5%를 사들인 CJ그룹이 이곳에 관광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시끄러워진 것이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결국 골프장 건설이 무산되면서 현재는 주민 10가구가 사는 조용한 섬으로 남아있다. 트레일 곳곳의 ‘사유재산이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발걸음을 주저하게 하기도 한다.                     

굴업도 유일한 마을인 '큰마을'

섬 대부분이 산지로 둘러싸인 데다 나지막한 자연부락(큰마을) 외에 대규모 펜션 등 인공 시설이 없어 1960~1970년대의 시골 풍경이다. 따라서 천혜의 수려한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밤이 되면 섬은 어두워져 은하수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 서해의 바람과 쏟아지는 은하수, 바다로부터의 고립을 택해 개머리언덕을 중심으로 연중 캠핑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연평산 정상에서 바라본 굴업도

굴업도는 섬 두 개가 장수리라는 모래밭(목기미해변)으로 연결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가 장수리에 파시촌이 들어서기도 했었다. 한때 굴업도 바다는 인천의 대표적인 민어 어장이었다. 당시 굴업도는 어업전진기지였다. 파시 때면 수천 척의 어선과 어부들, 상인들 수 만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두 개의 큰 섬을 연결시켜주는 목기미해변. 장승처럼 서 있는 전봇대가 옛 시절을 대변해준다

큰 섬에는 큰마을과 작은마을이, 작은 섬에는 목기미마을이 있었지만 오래전에 목기미마을과 작은마을은 폐촌이 되었고 이제는 큰마을 하나만 남았다. 지금은 두 섬을 연결하는 사구 해안인 장수리 모래톱이 낮아져 만조 때면 한두 시간씩 물에 잠기곤 한다. 그래서 만조 때 밀려왔다가 제자리에 남은 해양쓰레기들의 천국이 되어버렸다. 


굴업도를 트레킹하다 보면 멀리 굴업도-백야도 사이의 앞바다에 커다란 바위 세 덩이가 아스라이 보인다. 해무라도 끼면 더욱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이 바위를 선단여라고 하는데, 이곳에 얽힌 전설이 전해온다.                     

멀리 우측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3개의 바위섬 '선단여'

옛날 부모를 여윈 어린 남매가 백야도에 살았는데 마녀가 여동생을 납치한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된 오빠는 고기를 잡다가 풍랑을 만나 외딴섬에 들어가게 됐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하늘이 선녀를 보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임을 말해주지만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노한 하늘이 번개를 내리쳐 마녀와 더불어 죽게 만든다. 그 바다에서 3개의 돌기둥이 솟아났는데, 곧 선단여다.



 

시간이 있다고 해서, 쉽게 갈 수 없는 섬                     

덕적도에서 굴업도 가는 '나래호'

굴업도 여행 방법은 비박(백패커)과 민박(트레킹) 2가지가 있다. 백패커들도 민박집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민박집부터 알아봐야 한다. 민박집이 확보되면 ‘가고 싶은 섬’ 사이트에 들어가 ‘인천항 ↔덕적도’ ‘덕적도↔굴업도’를 배편을 예약하면 된다. 덕적도에서 굴업도까지 가는 배는 홀수와 짝숫날 운항 방법이 달라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 홀숫날 가게 되면 1시간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참고하는 게 좋다.                     

코끼리바위

인천항에서 덕적도까지 약 4시간이 걸린다. 오전 8시 30분 또는 9시 10분에 배를 타고 들어가면, 덕적도에서 11시 20분에 굴업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오후 1시 30분경에 굴업도에 도착한다. 굴업도에 선착장에 민박집까지는 민박집 트럭으로 통상 이동하는데 자리가 없어 걸어서 간다면 15분 정도(약 1km) 소요된다.      

썰물일 때 토끼섬 들어가는 길

민박집에서 점심 후 1일차 트레킹을 시작한다. 물때를 보아서 완전 썰물이면 토끼섬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큰마을 출발-목기미해변-덕물산-연평산-코끼리바위-목기미해변-큰마을로 도착한 후 개머리언덕과 굴업도 서쪽 끝인 낭개머리에서 일몰을 보고 오면 좋다. 


2일 차는 새벽에 개머리언덕에 올라 일출을 구경한 후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큰마을해변을 따라 토끼섬 쪽을 다녀오면 굴업도를 제대로 둘러보는 코스가 된다. 토끼섬은 문화재청이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라 한다. 해식동굴 등 기이한 형태의 바위들이 많다. 


현지 상황에 맞게 무리 없는 트레킹 일정 짜는 게 좋아 


또 이곳에는 멸종 위기종 검은머리물떼새와 천연기념물인 황새, 황구렁이, 먹구렁이가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굴업도 토끼섬 일대 해안침식지형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굴업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의 가치가 있는 보존이 시급한 섬으로 여겨진다.                     

굴업도선착장 입구 표지석

다행히 물때가 맞아 토끼섬을 들르면 좋겠지만 물때가 맞지 않더라도 그 근처까지는 다녀올 수 있다. 다만, 출발 전 민박집 주인에게 조언을 구해 배 시간에 늦지 않도록 움직이는 게 좋다. 2일 차 큰마을에서 굴업선착장까지 이동수단도 민박집 트럭이다. 


굴업도 여행은 1박 2일 동안의 여정이나 매뉴얼화 된 코스가 없으므로, 계절에 따라, 물때에 따라, 일기에 따라,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움직이는 게 정답인 듯 하다.  



1) 위 치

   o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리 


2. 가는 방법

  <인천↔덕적도>

   o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인천시 중구 연안부두로 70), 주차비 1만원/1일

     -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출발 ↔ 덕적도(진리) 선착장

     - 고려고속페리, 소요시간(1시간 10분), 쾌속선, 요금 편도(23,750원)

   o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1567-3), 주차비 무료

     - 대부도 출발 ↔ 덕적도(진리) 선착장                     

인천항 여안여객터미널

 <덕적도↔굴업도>

   o 덕적도(진리) 선착장 출발

    - 나래호(홀숫날) : 소요시간(55분), 요금(7,500원)

    - 나래호(짝숫날) : 소요시간(2시간 5분), 요금(7,500원)

     * 나래호는 여름철 주말에는 오전/오후에 2번씩, 그 외의 기간에는 1일/1회 운항한다.

       덕적도에서 출항하는 나래호의 시간에 맞춰서 덕적도로 돌아오는 배편을

       예약해야 한다. 계절별로 출항시간이 조금씩 달라진다. 


  <선박 정보 및 예매방법>

   o 고려고속훼리(1577-2891) 대부해운(032-887-6669)

   o 온라인 예매처 : 가고싶은섬(island.haewoon.co.kr), www.daebuhw.com 


3. 섬에서 즐기기 : 비박, 트레킹

  <비 박>

   o 개머리 언덕, 낭개머리

  <트레킹>

   o 1코스

     - 큰마을 →목 기미해변 → 덕물산 → 연평산 → 코끼리바위 → 목기미해변 → 큰마을

   o 2코스

     - 큰마을 → 통신탑 → 개머리언덕 → 낭개머리(일몰) → 개머리언덕 → 큰마을해변 → 큰마을

   o 3코스

    - 큰마을 → 큰마을해변 → 개머리언덕(일출) → 큰마을해변 → 토끼섬→ 큰마을                     

굴업도 안내도

4) 민박집(편의시설) - 예약 필수

   o 민박집

    - 장할머니 : 032)831-7833, 고씨네민박 : 032)832-2820, 굴업도민박 : 032)832-7100

    - 현아민박 : 032)819-2554, 산장민박 : 032)831-7273 정현민박 : 050-71416-2554

    - 숙이네펜션 : 050-71436-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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