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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Oct 12. 2021

전남 신안 자은도

- 산과 모래, 대파와 ‘뮤지엄파크의 섬'



‘자비롭고 은혜로운 섬’이라는 뜻을 지닌 신안군 자은도(慈恩島)-. 섬 이름치고 무언가 특별하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두사춘이라는 중국의 망명객이 섬 이름을 지었다는 설화가 전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암태도에서 은암대교 지나면 자은도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을 따라 참전한 두사춘은 반역죄에 몰리게 되자 탈출하여 바다에 표류하다가 섬에 도착한다. 처음에 그는 두봉산의 동굴에 은신해 있다가 섬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마을에 안착했다. 그는 자신을 보살펴 준 주민들의 인정에 감동하여 섬 이름을 자은도라 명명해 주었고, 자신이 은신해 있던 두봉산의 동굴은 ‘하늘이 은혜를 베푼 곳’이라는 뜻으로 천혜방(天惠房)이라 불렀다.” 


사학자들은 설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은도란 이름은 임진왜란 이전 ‘세종실록’에서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봉산에서 바라본 자은도 서북쪽 조망

자은도는 그 이름만큼이나 자연풍광이 뛰어난 곳이다. 해발 364m로 다도해상에 오뚝 솟은 두봉산(斗峰山)은 뚜렷한 산세를 일으켜 그 어디에서 봐도 작은 거인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한 지하 10여m를 파 내려가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풍부한 모래는 둔장, 백길, 분계 등 자은도 3대 해변을 위시해 면전, 신성, 양산, 내치, 외기, 신돌 등의 해변을 빚어 놓았다.                     

양산해변

2019년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신안 중부권 5개 읍·면(압해도,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이 육지와 연결되면서 자은도의 가치는 더욱 빛나고 있다. ‘1004뮤지엄파크’와 ‘무한의 다리’ ‘여인송숲’ ‘둔장미술관’ 등 문화적 볼거리가 뒷받침되면서 자은도는 신안 중부의 신흥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암태도 승봉산(356m)과 막상막하 쌍봉을 이루는, 자은도 두봉산(364m)                     


천사대교 건너 암태도 기동 삼거리의 '동백파마머리 벽화'. 팔금도는 좌회전, 자은도는 우회전이다

여수에서 아침 7시 상큼한 햇살을 받으며 남해안고속도로 타고 자은도로 향한다. 압해대교~천사대교, 그리고 암태도와 자은도를 잇는 은암대교를 지나니 손에 잡힐 듯 두봉산이 가까이 다가온다.                      

두봉산은 건너편 암태도 승봉산(가운데)과 함께 신안 중부의 막상막하 쌍봉을 이루고 있다

오전 10시 30분 자은초등학교에 도착해 좌측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두봉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두봉산에는 신비로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먼 옛날 연일 폭우가 쏟아져 온 세상이 물에 잠기는 ‘노아의 방주’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그때 두봉산은 봉우리가 말(斗)만큼 드러났고, 건너편 승봉산은 되(升)만큼 드러났다 하여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이렇듯 두 산은 다도해에서 막상막하의 쌍봉을 이루고 있다.                     

성제봉에서 바라본 둔장해변. 바다 멀리 증도와 임자도가 조망된다

두봉산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육로가 발달 되지 않았던 시절 자은도와 북쪽 증도 사이의 해협은 한반도 남쪽과 중부를 잇는 중요한 항로였다. 고려 우왕 3년(1377년)부터 조선 세종 23년(1441년)까지 이곳에 수군영이 위치했고, 일제 강점기에는 해로를 확보하기 위해 섬 북쪽에 많은 땅굴 진지를 만든 흔적이 남아 있다.                     

성제봉 오르는 나무 계단

연일 계속된 늦더위 탓으로 오전 햇살은 강하고 따갑다. 하지만 임도를 따라 조금 오르니, 숲길이 시작된다. 편안한 등산로는 나무 계단으로 점차 고도를 높여나가고, 그런 길을 한동안 오르자 성제봉(225m)에 도착한다. 성제봉 인근 팔각정에서 잠시 쉬며, 멀리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과 둔장해변을 바라본다.                

정상으로 가는 길의 철제 난간

성제봉에서 면사무소 삼거리까지는 상록난대림의 평탄한 길이다. 하지만 능선 좌우 사이로 펼쳐지는 다도해 조망은 일품이다. 육산 특유의 푸근함으로 이어지던 등산로는 두봉산 정상으로 다가가면서 골산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급작스럽게 고도를 높인다.                     

두봉산 정상

그러나 바윗길은 철제 난간 등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진행이 어렵지 않다. 정상은 통신탑과 나무로 가려져 있으나, 그곳에서 서너 발자국만 벗어나면 사방으로 수반 위의 수석처럼 떠 있는 다도해의 섬들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정상에서 하산로는 유천리와 도명사 방향이 있으나 차량 회수가 유리해 도명사 방향으로 잡는다. 도명사~자은초등학교는 2km 남짓으로 택시를 부를 경우 7000~8000원 정도 나온다.                     

도명사 하산 길 바라본 두봉산 정상

두봉산 산행코스는 약 4.3km로, 찬찬히 걸어도 2시간 30분이면 산행을 완료할 수 있다. 그리 나지막한 산이 아니면서도 신안 중북부의 멋진 다도해 경관을 잘 볼 수 있는 1급 조망권을 갖춘 산이다. 


관광호텔이 들어서는 백길해수욕장과 ‘여인송숲’이 아름다운 분계해수욕장                     


백길해수욕장

면소재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차를 몰고 유각리 백길해변으로 향한다. 백길해변은 양질의 고운 모래가 1.8km 남짓 펼쳐지고, 확 트인 바다 경관도 절경이다. 썰물 때는 백사장이 70m 정도의 너비로 늘어나는데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도 얕아서 해수욕장 입지로는 자은도 최고를 자랑한다. 해변은 캠핑객들로 꽉 차 있다.     

백길해수욕장 뒤에 건설되고 있는 관광시설

이곳 백길해변에는 체류형 관광시설인 533실 규모의 호텔이 지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객실 분양을 시작했고, 2022년 3월 운영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은도 대파밭

백길해변에서 분계해변으로 가다 보면 푸른 대파밭에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는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신안 임자도와 자은도는 전국 대파 생산량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국내에서 제일가는 대파 산지다. 대파 단지를 지나노라면 창문 틈으로 대파 냄새가 스며올 정도다. 모래땅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대파는 게르마늄 함량이 일반 대파에 비해 풍부하고 비타민C, 칼슘, 유기산 등 각종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분계해변의 여인송

자은도 서쪽에 위치한 분계해변은 좌우로 응암산과 우각도가 감싸며 반월형의 해변을 형성하고 있다. 배후에는 조선 시대에 조성했다고 전해지는 아름드리 소나무 100여 그루가 있다. 해풍으로부터 마을과 농경지 등을 보호하려고 섬사람들이 조성한 방풍림으로 우실이라고도 한다.                     

분계해변의 여인송숲

이 숲은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의 ’천년의 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어울림상‘을 수상할 정도로 경관이 수려하다. 그런데 각선미가 뛰어난 여인이 물구나무로 서 있는 듯한 형상의 ’여인송‘은 이 숲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이 여인송이 명물이 되자, 이곳 숲의 이름도 ’여인송숲‘으로 아예 바뀌었다. 


’1004뮤니엄파크‘와 둔장해변 ’무한의 다리‘도 볼만                     


1004뮤지엄파크

’1004뮤지엄파크‘는 분계해변에서 둔장해변으로 가는 길에 위치해 있다. 입장권 한 장(성인 1만원)을 사면 새우란전시관, 세계조개박물관, 1004섬 수석미술관, 신안자생식물센터 등 단지 내 전시관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세계조개박물관

세계조개박물관은 원양어선 선장으로 40여년 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수집한 해남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임양수 관장의 도움으로 설립됐으며, 1004섬 수석미술관은 오랜 세월 파도와 닮은 돌멩이와 자연 수석을 수집해 온 원수칠 관장이 꾸민 공간이라 한다. 


이제는 자은도 북쪽의 둔장해변을 둘러볼 차례다. 둔장해변은 자은도에서 가장 큰 해변으로 2.8km에 달한다. 앞바다에 떠 있는 할미섬과 두리도가 연출하는 바다의 경관이 일품이다. 할미섬과 해변을 이어 조성한 독살의 면적은 약 10만㎡에 달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둔장마을은 어촌체험마을로도 지정되어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둔장해변 '무한의 다리'

이곳에 ’무한의 다리‘가 있다. 2019년 9월 개통한 다리는 폭 2m, 길이 1004m다. 해변에서 ㄱ자 형태로 두리도와 할미섬을 잇는다. 스위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박은선 조각가가 섬의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뜻하는 취지에서 설계를 하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무인도로 가는 다리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한의 다리' 끝 할미도에서 바라본 둔장해변. 가운데 저 너머는 두봉산

해양수산부는 2013년 6월 23일 ’송산-한운-둔장-두모‘를 잇는 12km의 자은도 해넘이길을 ’대한민국 해안누리길‘로 지정했다. 자은도 해넘이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 해수욕장, 어촌체험마을 등을 경유하고,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비교적 평탄한 코스로 되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가벼운 트레킹에 적합하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둔장미술관'

둔장마을에는 지난해 12월 마을회관을 개조해 소규모 미술관으로 개장한 ’둔장미술관‘이 있다. 마을회관은 1970년대 초반 새마을운동이 시작될 때 마을 사람들이 직접 모래를 나르고 벽돌을 쌓아 만든 건축물로 50여년 동안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사용됐던 마을의 중심공간이었다. 그러나 젊은이가 줄고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방치되었던 회관을 마을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마을미술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자은도 고교선착장에서 증도로 하루 4회 운항하는 '슬로시티호'

자은도에서 하루 여행을 마치고 오후 5시 40분 배를 타고 증도로 넘어가려면, 둔장마을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고교선착장으로 가면 된다. 고교선착장에서 증도 왕바위선착장 간에는 하루 평균 4회의 배편이 있다. 배로는 약 15분 거리(4.5km)로, 요금은 성인 1인 1000원, 승용차(준중형 이상) 2000원이다. 전통적으로 이름 난 여행지 증도와 신흥여행지 자은도를 연계, 여행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신안군에서 2016년 8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파격적인 신규 항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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