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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Nov 19. 2018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_두 번째

자신만의 방은 누구나 필요하다

독립인이 되어야지, :)


결혼, 사랑에 대한 글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의견을 들려주셔서 많이 놀랐다. 단순히 나의 재미로 시작한 에세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점에서 나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된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단편적인 기억을 꽉 잡기 위해 글을 쓰는 것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의 생각을 나누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역할이 큰 것 같다.


얼마 전에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였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직장 동료들이 경고를 하였다. 영화를 보려면 혼자 보는 것이 좋다고. 남편과 함께 보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영화를 볼 사람이 옆에 있는 남편밖에 없어(-_-) 동료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함께 영화관에 갔다. 사실 내용은 별 관심 없었고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염정화씨가 나온다는 소리에 이 영활르 보기로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웠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였다.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와 결말은 직접 보시길 추천드리며, 이 영화의 큰 줄기는 어린 시절 친구들이 수십 년이 흐른 뒤 다시 만나 모든 휴대폰의 메시지를 공개하는 게임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자, 우리 지금부터 오는 휴대폰 메시지는 모두 공개하자.”

"..............."

“왜... 싫어? 뭐 숨기는 것 있는 거야?”


그렇게 시작한 문자 공개 게임은 들키지 말아야 비밀까지 모두 들켜버리고 급기야 파국으로 치닿게 된다. 그 영화를 보면서 최근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남편은 회식으로 집에 늦게 들어오고 빨리 잠에 들었다. 남편의 핸드폰을 충전시키려고 콘센트에 꽂는데 순간 남편의 핸드폰이 궁금한 것이었다. 이 사람이 요즘 뭐 하고 사나.. 뭐에 관심이 맞나 등등의 호기심이었다. 그래서 핸드폰을 열고 패턴을 풀으려는 찰나,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 그냥 뒷조사 <?>를 그만두고 충전기를 꽂았다. 핸드폰에 들어있는 여러 정보가 무척이나,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그게 우리 사이에 별로 도움될 것 같지가 않아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 그만 두기로 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결혼을 했다고 달라지진 않는다.



반대로 남편이 내 뒷조사를 한답시고 내 핸드폰을 뒤지면 이건 거의 선전포고 감이다. 하늘을 우러러 남편 외에는 만나는 사람이 전혀 없다. 아마 남편도 내 뒷조사를 한다면 바람났다고 생각해서기 보단 그냥 궁금해서 내 핸드폰을 보고 싶을 수도 있다. 원래 사랑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관심은 곧 호기심이니까. 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이다. 사랑의 불꽃같은 호기심은 인정하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관계가 피곤해진다.


때론 의도적인 독립, 의도적인 거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결혼을 했고, 아무리 가족이 돼도 서로 간의 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면 우리는 '결혼'이라는 제도로 함께하지만 그 이전에 독립된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니까 호기심이 들거든 그 호기심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것이 훨씬 이롭다. 나와 똑같은 관심, 똑같은 생각을 구속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서로가 너무 피곤하다. 갑갑하다. 대신 그 호기심과 관심을 나에게 돌린다면, 내 마음에 돌린다면 훨씬 관계가 유연해진다. 서로에 눈치 보지 않고 의존적이지 않고 그래서 편하고 자유롭다. 


남편의 핸드폰이 궁금하지 않다.

이건 내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를 한 인간으로서 그 자체로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난 호기심 덩어리라 궁금하긴 하지만 -_-;;...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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