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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Oct 05. 2021

뭐라도 시작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야

내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그림을 그리다가 나는 왜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시간에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으면 즉각적인 행복이 찾아올 수 있고 회사에 남아 일이라도 하면 성과로 보상을 받을 텐데 왜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면 소중한 순간을 붙잡을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 감정을 다른 사람과 함께 느끼고 싶어서, 공감받고 싶고 표현하고 싶어 그리는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공감받고 표현하는 욕구는 본능에 가까운 욕구일지도 모르겠다. 


'이왕이면, 저 멀리 누군가에게도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술관에 갔을 때, 그림책을 볼 때 감정이 전달되는 그림을 볼 때면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 역시 공감이 될 때면 더욱 그렇다. 어느 순간 누구라도 내 그림을 봐주며 감정을 교류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누군가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미소가 지어졌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누군가에게 내 그림을 전달하고 다가가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하고 무언가 만들어나가는 시간은 익숙하였지만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홍보를 해야 할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그림을 많이 그린다 해도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으면 내 생각과 감정을 전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알리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 꽤 진지하게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써니 사이드와 협업으로 만든 식물 이미지


그러다 문득 SNS를 둘러보다 어떤 강아지 영상을 보게 되었다. 작고 토실토실한 강아지는 주인이 오자마자 짧은 다리로 전속력을 다해 주인에게 냉큼 달려갔다. 온몸을 다해 주인이 와서 너무 기쁘다는 표정으로 주인에게 찾아가니 주인 역시 기쁜 얼굴로 강아지를 반기는 장면이었다. 강아지는 온 감정을 다해 표현하고 있었다. 어쩐지 뭐라도 죽을힘을 다해 표현하고 직진하는 강아지를 보니 그 투명한 열정이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이것저것 책상 앞에 앉아 재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온 힘을 다해 죽을 듯이 나를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말해야, 보여줘야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애매모호한 짐작이나 무관심만 남을 뿐이다. 그래서 조금씩 온라인에 내 그림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가장 내게 익숙한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마다 하나씩 그림을 천천히 올렸다. 이것저것 뒤죽박죽으로 올리다 일관성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료, 색감에 집중하면서 나다운 그림을 그려보도록 노력했다. 수많은 그림 중 아! 이건 이 사람이 그렸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나다운 모습에 집중해 나갔다. 그렇게 SNS에 천천히 올리기 시작하니 뜻밖에 협업 제안을 받기 시작했다. 식물 회사, 출판사, 문구 회사, 잡지회사에서 내가 그림을 사용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림을 그릴 땐 그림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어느 순간 그림은 훨훨 날개를 달아 다른 구실을 하고 있었다. 





뭐라도 알리면 그림들이 또 다른 생명력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반경을 넓혀갔다. 공모전에 나가보기도 하고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여해보기도 했다. 내친김에 해외까지 나가보기로 했다. 영국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도 내 그림들을 올려놓고 심사를 받아보기로 한 것이다. 외국 공모전에 나가니 줄지어 영어로 된 메일들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자세히 읽어보다 스팸 메일과 뒤섞여 방치를 하였더니 몇 개월 뒤 내가 최종 본선에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보게 되었다. 집으로 영어로 쓰인 장문의 편지가 배달 왔고 소소한 생각으로 공모전을 나갔을 뿐인데 연말 영어 인터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림을 그릴 땐 이런 일들이 벌어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연결고리를 만들 때조차 공모전 수상, 책 표지, 식물 카드 등을 염두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뭐라도 시도하며 알려 나간 것이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그림을 표현하는 스킬이나 퀄리티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결국 내 그림을 알려나가기 위해서는 뭐라도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큰 그림을 그려놓고 빠르게 실행을 해 나가야 한다. '입소문'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접하고 경험을 해야 그다음 연결고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모전,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독립 책 등 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열려있는 마음으로 초반에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에도 내 작품이 알려지길 바란다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영국, 미국 등지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그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일러스트를 위해 꾸준한 도전이 필요하다. 그렇게 자꾸만 오늘도 알려나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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