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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r 29. 2017

판을 부숴야 이기는 게임

영화 '미스 슬로운'


당신은,
모든 것을 준비하고,

당신 자신을 무기 삼아

미 의회를 산산조각 냈어요.

미스 슬로운_잡.다.한 영화감상



영화 '미스 슬로운'

'로비의 핵심은 통찰력입니다.'


'히든 해리스 법' (총기규제 강화 법안) 통과를 둘러싼 로비 판에 뛰어든 실력 있는 로비스트 '미스 슬로운'.

그녀는 법안 통과를 주장하는 측에서 설득하고, 회유하고, 협박하는 게임을 시작한다.  큰 로비회사, 막강한 정치권력, 거대한 자금과 맞서 오로지 이기기 위한 판을 짜는 그녀를 이해하려면 통찰력이 필요하다.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고 독선적인 그녀의 방식은 차갑고 악랄해 보이면서도, 어쩌면 모든 것을 홀로 떠안고 가는 쓸쓸한 영웅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자신의 승리만 믿지 않는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아니 이기기 위해서.

어떤 마음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자신의 신념에 따른 그 일이 여태까지 어떤 게임에서 보다도 크게 이기길 원했다. 경력을 모두 걸고 날려버릴 만큼.

넘기 힘든 벽을 오르기 위해 갖은 수단을 썼다. 떳떳하지 못한 방법까지. 그리고 결국엔 견고한 그 벽을 박살내기 위해 스스로 무기가 되었다.


'이 나라는 썩었어요. 양심 있는 의원에게 보상하지 않고 쥐 같은 자들에게 보상하죠.'


청문회에서 마지막 발언을 하고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은 그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퀭한 눈과 앙다문 입술, 섬뜻하기마저 한 그 표정은, 무기가 되어버린 자기 자신과 무너지는 벽 위에서 당황하는 '쥐'같은 권력이 만들어내는 씁쓸한 풍경의 쓴맛이 그대로 묻어나, 한동안, 나도 그녀와 같은 표정이 되어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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