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Jul 27. 2017

아주 오랜만에 치과치료


오래전 충치로 때웠던 부분이 갑자기 부서져 치과에 가게 되었다. 부서진 부분만 다시 때우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구멍을 메우고 이 전체를 덧씌워야 한댄다. 신경치료를 하지 않은 치아라 최소한만 갈고 강도 높은 재질로 씌워야 된대서 가격이 만만찮았다. 그래도 해야지. 할 수밖에..... 

근데 젠장. 치료 후 이가 시리기 시작했다. 멀쩡하던 이가 갑자기 시리고 아프니 치과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일부러 돈 벌려고 잘못 치료한 거 아냐??? 이거 해서 얼마나 남겨먹으려고!!) 애써 참아보려 해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치통이란 게 그리 고통스럽단 걸 처음으로 알았다. 두통, 치통, 생리통엔 게보린~ 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다시 치과로 달려갔다. 잔뜩 인상을 쓰고 들어선 내게 선생님은 얄밉게도 담담한 표정으로 신경치료를 하면 곧바로 괜찮을 거라며, 걱정 말라며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마취 주사를 장전하셨다.(역시 일부러!?!) 치과 침대에 누워 온몸에 경련이 올 정도로 긴장했다. 눈을 가리고, 입을 벌리고, '좀 더 크게 아~'.  


근데 이 신경치료라는 게 신경을 건강하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치아 속에 구멍을 뚫어 신경을 긁어 없애는 거다. '신경 삭제'라 해야 맞겠지.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을 없애버리는 치료. 정말 거짓말 같이 아픔이 사라졌다. 물론 처음 몇 시간은 마취 주사 약기운에 그런 거겠지만, 결국 고통을 뇌로 전달하는 장치를 끊어버림으로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한 거다.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조금 두렵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픔을 느끼지 않는 치아는 살아있는 치아일까. 고통을 좀 더 견뎌내야 했던 건 아닐까. 섣부른 엄살을 부려 내가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내 몸 한 구석을 만들어버렸다.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든다. 내 오른쪽 가장 안쪽 니는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좀비 같은 녀석이 내 입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


역시 치과는 이래저래 두렵다.


치과_잡.다.한 이야기

 

(아, 중간에 어마어마한 비용과 통증 때문에 너무 미웠지만, 그래도 꼼꼼하게 치료해주신 선생님께 감사. 그분도 내 이가 갑자기 시리게 될지 모르셨을게다. 그리고 잔뜩 짜증 섞인 내 표정에 당황도 하셨을 테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랑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