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버지와 통화를 할 때면 인사말처럼 듣는 질문이 있다.
"지금 뭐하며 지내노?"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늘 그 자리.
분명 뭔가 하고 있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그래서 우물쭈물 특별한 것 없다고 말씀드리면 또 다른 질문이 날아들어온다.
거친 다그침에 울컥한다.
아니!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다고 서럽게 대답하면,
내 입을 틀어막아버리는 결정적인 한방이 돌아온다.
이젠 뭐라 대꾸할 말이 없다.
속으로 불쌍하고 한심한 나를 다독일 수밖에.
그게 참 웃기다.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가끔 난 충만하게 행복하다.
'무엇을'이라는 뚜렷한 목적 없이,
'왜'라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계속 의미 없는 노력을 하며 느긋하게 바둥거리는,
그런 부조리가 날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