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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구공오 Mar 03. 2021

웹소설을 거의 1년 가까이 쓰는 중인데요.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글 쓸 때 알면 좋은 것. 

어릴 적에는 문학 중에서도 시에 빠져 사는 걸 좋아했다. 

그냥 글쓰기 자체가 좋았다고 해야 하나. 옛날에 시를 썼던 아버지와 글에 대한 얘기를 종종 하곤 했다. 

아버지께 '왜 지금은 시를 안 써요?'라고 물었는데, 지금은 세상의 때가 많이 타 순수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라 했다. 어릴 적의 난 변해가는 것들에 대한 반항심이 있었기 때문에 난 세상의 때가 묻지 않게 내 순수를 잘 간직하여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양한 글을 쓰는 나도 그 순수함을 못 지켜서일까 펜을 드는 게 점차 무거워진다.


작가란 타이틀을 이름 끝에 다는 게 큰 꿈이었던 난 이제 글을 쓰는 게 무섭다.

그 감정의 큰 이유가 바로 내가 글쓰기 대회를 참가하면서 나를 지키기 위한 허울 좋은 글들을 써내려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이 내 글이 밋밋하다는 걸 듣기 싫어서. 남이 내 글이 좋다고 하는 것을 듣고 싶어서. 결국은 빈 깡통이 요란한 것처럼 그저 알록달록한 포장지에 싸인 아무 맛없는 사탕 같은 글이었다. 


그걸 깨닫고 난 뒤 글을 쓸 땐 내가 초라하던, 반짝거리지 않던 날 것 그대로의 나로 임하려 하지만 여전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평가가 무섭다. 그렇기에 브런치에 글을 기재할 때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고백하는 기분이 든다. 글쓰기를 제일 좋아했던 게 이젠 피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참 안타까웠다. 과연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란 고민에 하나같이 기성작가들은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말 뿐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웹소설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뜬금없는 돌파구였다. 웹소설을 연재 주기가 짧고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에라 모르겠다.’란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뜬금없이 시작한 웹소설이 대박을 쳐 웹소설 작가가 되었다? 이런 걸 바란 걸 마음속에 안 품고 있던 건 아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웹소설을 접해본 적도 없고, 짧은 글만 써오던 내가 웹소설 판에 혜성같이 나타나기엔 정말 무리였다. 그저 웹소설이란 우주 속의 작은 먼지로 둥둥 떠다니면 그나마 다행일 뿐.


솔직히 웹소설 프롤로그를 올리고 나서 반응이 없으면 다시 지우기 일쑤였다. 난 이것 마저도 재능이 없는 걸까 라 망연자실하고 있던 내게 한 웹소설 작가분이 올린 영상의 말이 큰 도움이 되었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들 중 거의 10명 중 1명만이 완결을 내 본 적이 있어요.
나머지는 조회수가 안 나온다면서 때려치우기 일 쑤죠. 


그 말을 듣자마자 정말로 마음 한 구석을 쿡 찌르는 느낌이었다. 그때 마음을 먹었던 게 '난 완결이 목표야. 반응이 없던 있든 간에 그냥 완결만 하자.'였다. 그 뒤로 연재 주기를 정해서 꾸준히 올리려고 노력했다. 당연히 처음엔 쉽지 않았다. 나에게 익숙한 소설과 웹소설의 차이는 엄청 컸기 때문이다. 적응하지 못한 웹소설의 특징을 부여하기엔 이미 글이 무너질 것 같고, 그렇다고 하지 않기엔 이게 과연 웹소설 사이트에 있어도 되는 걸까 란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수많은 고민들에 갈팡질팡하며 겨우 10편을 넘게 써내려 가니 내 웹소설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조금 모였고, 꾸준히 읽고 있는 분들이 계시는구나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턴 왠지 모를 의무감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하지 않아서 내 글을 보고 있는 소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미디어 영상학과를 다니면서 영상을 제작할 때 항상 되새기는 마음이 있다.



‘내가 만든 영상이 누군가의 한정된 삶에서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내주고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자.’ 



꼭 영상이 아니라 내가 창작하는 모든 것들에 해당되는 말이었다. 비록 한 자리 수의 독자들이지만 내 글을 읽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는 만큼 다수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내가 글쓰기의 흥미를 잃었다고 해서 그들의 즐거움을 빼앗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의 다른 일과들을 다 한 뒤 새벽을 쪼개면서 글을 쓰니 100page가 넘는 소설 한 편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드라마틱하게 변한 건 없다. 웹소설 작가로 흥행을 한다 거나. 대박을 쳤다 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그건 후에 일일 수도 아님 소설의 소재로 이용할 수밖에. 


아주 작지만 좋은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더 의미가 적합한 단어들을 알게 되거나 이 넓은 세상에 나와 맞는 사람들이 있구나 이 정도이다. 더 나아가자면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고 결론 내린 나에게 꾸준함 이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한 경험이 나의 꿈에 바로 이어가진 않지만 돌고 돌아 언젠가 다다르고 싶은 곳에 닿게 해 줄 작은 밑거름이 될 거란 것. 타인의 반응이 없는 조용한 나의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견디는 힘이 생겼다는 것. 


이런 걸 보면 참 인생은 아주 사소한 덧없는 것으로 이뤄져 있구나 란 걸 새삼 느낀다. 

마지막으로 웹소설을 1년 넘게 가까이 쓰는 중인데요. 여전히 글 쓰는 게 참 무섭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쓰려고요. 되면 되고, 안되면 말고요.

어떻게 든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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