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구공오 Apr 05. 2021

난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환상을 품고 있는 걸까.

나의 우울 기록.

‘난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환상을 품고 있는 걸까.’



최근에 든 생각이다. 요즘에 왜 이렇게 자존감과 자신감이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차라리 바닥을 마주하여 기더라도 하면 나의 끝이 어디인지 알겠는데. 예전에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던 각각의 무게인 힘듦과 고난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내 자만심에 부풀려지지도 내 경외심에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 사람이 그 짐들을 이고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 난 모든 순간을 순수하게 즐기는 그런 점들이 너무나도 부러워진다. 난 아직도 삶에 환상을 품고 살아서 그런 점들이 낯선 존재로 느껴지는지 알 수 없다.



이 환상을 조금이라도 깨고 싶을 때, 본 한 유튜브 동영상에선 뭐든지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감사 일기를 적고,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세상은 나를 굳이 알아봐 줄 필요가 없고, 사람들은 날 좋게 봐줄 필요가 없고, 난 행복해야 한다는 게 당연시되지 않도록. 모든 게 하루마다 죽고 다시 태어난 거처럼 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와 관계없는 부모님의 싸움의 날카로운 말들에 베이고, 자신의 삶을 원망하고 후회하는 부모의 말에 흔들리고, 좀 더 좋은 삶이, 행복한 삶이 없을까 란 다급함에서 찾은 사람들의 조언은 나와 멀기만 했다.



오죽하면 대학생 익명 게시판에 ‘자존감,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고, 이러다 나도 죽을 것 같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라 올렸을까. 이런 나의 모습을 타인에게 비추는 것 까지도 망설여져 그저 괜찮다고 웃어 보이며 손가락으론 끌어안지 못하는 슬픔을 한 자 한 자 채웠을까. 다행히 몇 분들의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긁힌 시디 소리가 지지직 들리듯 처해진 현실이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다. 예전 어떤 글에 ‘삶은 깨지기 쉬우니 조심히 다뤄야 한다.’란 문장을 좋아한다고 적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다른 의미로 좋아한다. 내 삶은 이미 몇 번 깨져서 되돌릴 수 없으니 나머지라도 형체를 유지했음 하고.



삶은 한 가지의 해석만으로 답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해석들이 한 사회의 시스템 속에 맞물리고 파괴되고 부서지며 그 의미를 되찾아간다. 난 그 다양한 해석들이 본연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속 무참히 길을 잃었다. 길, 방향, 속도라는 단어를 말하는 거부터가 틀렸다. 그냥, 두발로 서서 어디로든 내딛을 용기가 없는 것이다. 내가 삶에 환상을 품은 만큼 실망을 했기에 더 이상 내딛고 싶지 않을 거일 수도. 여전히 끝나지 않는 밤 속에 서있다. 

작가의 이전글 웹소설을 거의 1년 가까이 쓰는 중인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