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세상을 담다, 사기
필자는 사기의 언어를 대상으로 박사학위를 했다. 졸업 이후로도 사기를 텍스트 삼아 여러 편의 학술 논문을 썼다. 워낙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고, 그에 대해 쓸 것도 무궁무진하다. 언어, 역사, 문학, 철학 등등 다방면으로 봐야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사기가 위대한 역사서니 꼭 읽으라고 권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또 즐겁기만 한 일도 아니다. 그래도 읽다보면 점점 재미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몇가지 주제를 정해 그를 따라 읽어나가면 더욱 흠이롭게 사기를 읽을 수 있다. 예컨대 초한지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읽는다든지, 공자와 유가를 중심으로 따라간다든지, 또는 주변국의 역사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에게 궁형을 내린 당대의 황제 한무제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접근이다.
사기의 빼어남은 결국 저자 사마천의 언어 구사 능력이 탁월하다는 데에 있다. 즉 문장력이 좋다는 말이다. 이문열이나 김훈 같은 일급 작가들의 문장이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사기에는 사마천의 개성과 글발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그만의 언어로 무장하여 세상과 인간사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하늘과 인간의 관계, 역사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 우정, 복수, 사랑, 각오, 후회 등등 인간의 감정에 대한 사마천의 묘사와 설명은 흥미진진하다. <사기>는 정확한 팩트를 기록한 뒤, 때때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삽입하고, 유머를 섞고, 강렬한 묘사, 반복 등의 수법을 활용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