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이야기25

그들만의 코드, 전고

그들만의 코드, 典故


중국은 사전이 참 발달한 나라다. 이 또한 문자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한자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보조적으로 설명하는 온갖 사전이 나오는 것 같다. 과거 고대 중국에서는 글자를 아는 것 자체가 하나의 권력이었다. 물론 평민이라고 다 까막눈은 아니었을 것이다. 노력해서 문자를 깨우칠 수 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 성어 등등이 이어지고, 작문에 있어서 운을 맞추고 대를 맞추는 등 또 다른 차원의 난코스가 이어진다. 典故도 그중 하나다. 그러니 글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비유컨대 그들만의 리그였던 것이다.

중국 유학시절의 이야기 한 토막, 당시 우리들에겐 서점 순례가 즐겁고도 중요한 일과였는데, 학교 주변에 서점이 워낙 많았으니 어떤 서점에 전공 관련 좋은 책이 들어오면 서로 정보를 나누고 같이 가서 사 모으고, 없으면 주문을 넣곤 했다. 원하던 책을 손에 넣으면 마치 보물을 얻은 듯 기쁘고 든든하던 그 시절, 공부를 합네하며 책을 탐하던 그 시절, 돌아보면 한편으론 꽤 낭만적인 시절이었다. 그때 동료와 함께 구입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전고를 모아놓은 전고사전이었다.

전고란 사전적 정의로 전례와 고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지칭한다. 과거 글자 꽤나 알던 식자들은 시나 문장을 쓸 때 이 전고를 자주 인용했을 터이다. 전고를 적절하게 잘 쓰면 문장이 더 맛갈나고 멋지겠지만, 너무 남용하거나 잘못 쓰면 또 고루한 글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튼 전고를 인용해 쓰고 또 그걸 독해할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즉 전고란 글 꽤나 한다는 이들의 전유물이었을 것이다. 일종의 지적 과시나 유희의 하나로도 활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글자도 익히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고란 비유컨대 그들만의 암호, 코드, 즉 그들만의 리그,처럼 낯설고 생소한 것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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