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센티멘탈

상하이 여자들

상하이 사람들은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도시 사람답게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상하이 사람이란 것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 또한 여자들의 지위가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령 40년대 상하이를 대표했던 장아이링의 그 세련되고 도도한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상하이에 살면서 적지 않은 상하이 여성들과 교류하며 느낀, 상하이 여자들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려 한다. 상하이에 입성했을 때 나는 막 서른이었다. 그리고 미혼이었으니 자연스레 상하이 젊은 여성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내가 접해본 상하이 여성들은 주로 20대들이었고 대개는 학생들이었지만 가끔은 직장인도 있었고 이웃에 사는 다양한 연령의 여자들도 있었다.


내가 느낀 상하이 여자들은 대체로 밝고 쾌활했다. 그리고 친절했다. 그리고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스마트하고 또 현실 감각이 뛰어났다. 대개의 중국 여자들이 그렇듯이 상하이 여자들 역시 독립심이 강하고 능동적인 편이었다. 지금은 다들 아기 엄마, 혹은 골드미스가 됐지만 십 몇 년째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정과 의리도 많은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물론 어느 정도 안면이 트이고 꽌시가 쌓인 뒤의 이야기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사과정에 막 입학했을 무렵, 룸메이트 일본인과 학교 교정을 둘러보는데, 학교 곳곳에서 여러 집기류를 펴놓고 팔고 있었다. 그때 거기 한 군데서 아르바이트 삼아 물건을 팔던 십대 여고생은 생글거리는 얼굴로 우리에게 친구가 되자며 말을 걸어왔다. 이후 졸업 때까지 이 꼬마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저히 십대 소녀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여러 면에서 능수능란해서 놀랐다. 상하이 여자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까.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 후배들 또한 굉장히 친절하고 적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가령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판서한 글씨를 못 알아보고 헤메고 있으면 대신 해주기도 하고 가끔은 집에 놀러와 직접 요리를 해주기도 하는 등 학습적인 부분은 물론 생활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웃집에 살던 아주머니, 그리고 방 주인 아주머니들도 살갑고 친절해서 방학 때 귀국할 때마다 대신 세금이며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해주었고 겨울이면 솜이불도 갖다 주는 등 여러 가지 신경을 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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