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센티멘탈

상하이 기차역

세계 어디를 가나 기차역은 사람들로 붐빈다. 기차는 빠르고 안전하게 사람을 나르는 교통수단이면서 다른 교통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면도 있으니 이용자들은 늘 많게 마련이다. 중국처럼 면적이 큰 나라에서는 특히나 기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노선도 많고 거리도 무척이나 길다. 아는 이들은 다 알겠지만 중국 기차는 대부분 침대칸이 마련되어 있다. 수 십 시간을 달려야 하는 노선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중국도 고속 철도가 완비되며 전 국토를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가격은 완행에 비해 훨씬 비싸지만 속도가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고속 기차는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 중국의 기차역은 항상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중국의 인구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 장소다.


중국 중남부의 최대 도시 상하이 기차역 역시 항상 이용객들로 붐빈다. 상하이의 기차역은 상하이역과 상하이 남부역, 서부역 3군데가 있는데, 세 군데 모두 마찬가지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를 마중하는 사람들, 환송하는 사람들 등등 엄청난 사람들로 늘 만원이다. 공항이 그렇듯 기차역 역시도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되는 장소다. 누군가는 희망과 기쁨을 가지고 상하이로 왔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픈 사연으로 상하이를 찾거나 떠나갈 것이다.

u=2125839283,4041815413&fm=27&gp=0[1].jpg 상하이 기차역


상하이에 살면서 당연히 기차역을 여러 번 이용했다.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 또 다시 상하이로 돌아올 때 기차를 자주 이용했다. 가령 베이징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스무 시간 걸리는 기차를 탔고, 상하이에 놀러 온 가족과 친구들을 대동해 소주나 항저우에 갈 때, 혹은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 무석이나 온주 같은 인근 지역을 놀러갈 때도 기차를 이용했다. 몇 년 전 겨울방학, 학생들을 데리고 중국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가는 기차를 오랜만에 타 보았다. 고속 기차를 타니 예전 20시간 걸리던 시간을 불과 4시간으로 단축시켜 우리를 상하이로 데려다 놓았다. 엄청난 변화로 느껴졌다.

이런 기억도 난다. 유학 시절의 일이다. 어느 봄 날 불현듯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가고 싶어 아무 계획도 목적지도 없이 상하이 기차역에 간 적이 있다. 적당한 곳으로 그냥 하루 이틀 다녀올까 싶었는데, 막상 기차역에 가니 예의 그 엄청난 인파가 역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떠나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린 기분, 그저 피로하고 망연해져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냥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상하이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 하나는 마침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다. 가끔 서로 국제전화를 하며 격려도 하고 소식을 전하며 지냈다. 그 친구를 보러 베이징, 내몽고를 거쳐 모스코바로 들어가는 기차를 타려고 알아보았다. 또 상하이 러시아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비자를 알아보고 함께 공부하는 친한 후배와 같이 가기로 여행 계획까지 짰다. 갈 때는 기차로 가고 올 때는 비행기로 하고, 모스코바에 가면 어딜 가고, 뭘 먹고 등등. 하지만 끝내 기차에 오르지 않았다. 돌아보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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