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안개, 상하이의 안개
앞서 올드 상하이를 파리에 비유한 것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다음으로 하나 더, 개인적으로 상하이를 동양의 런던으로도 비유하고 싶다. 왜 하필 런던인가. 런던은 파리 못지 않은 세계적 도시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의 중심이지기도 하고, 가장 먼저 상하이를 개발한 나라가 영국이기도 하지만, 내가 상하이를 런던에 비유해보고 싶은 것은 그런 배경보다는 기후와 분위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바로 포그와 레인, 즉 안개와 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런던 포그’라는 의류 상표가 있을 만큼 런던하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안개일 텐데, 상하이 또한 안개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런던에는 왜 안개가 자주 끼는가. 런던은 대륙의 서쪽에 위치해 있고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서풍 때문에 안개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안개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한다. 화가 클로드 모네는 안개 낀 런던의 풍경을 너무나 좋아하여 안개 낀 워털루 다리, 국회의사당 등을 화폭에 옮겼다. 철학자 버트런트 러셀은 아예 <런던의 안개>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남기기도 했다.
상하이는 동부 연안의 해안도시다. 동쪽으로는 태평양과 마주하고 있고, 내륙으로는 양자강과 연결되어 있다. 영국에 템즈강이 흐르듯 상하이는 양자강의 지류인 황포강이 시내를 관통한다. 이런 지리적 이유 때문에 상하이 역시 안개가 자주 끼고 비가 자주 내린다. 런던과는 다르게 상하이의 안개를 집중적으로 다룬 예술가는 없지만 아마도 상하이의 안개 역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현재 런던의 안개나 상하이의 안개 속에는 자동차 매연이나 공장 매연 등 각종 유해물질이 존재하겠으나, 한편으로는 도시를 낭만적이고 몽환적으로 채색하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는 황포강을 기준으로 포서와 포동지역으로 나뉜다. 황포강의 서쪽 강변을 와이탄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이 외탄을 따라 십리양장이 펼쳐진다. 이 황포강변에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면 무척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와이탄 주위의 화려한 네온사이를 배경으로 피어오르는 밤안개 역시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방학이 되어 잠시 귀국을 하게 되면 이른 아침 푸동공항을 가기위해 버스나 택시로 늘 황포강을 건넜다. 집에 간다는 설레임은 황포강 위로 피어오르는 안개를 헤치며 더욱 배가되었던 기억이 난다.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안개 낀 황포강을 건너며 나는 상하이의 안녕을 기원했다. 내가 살았던 곳은 상하이 서북부 양포구 지역으로 와이탄에서는 버스로 2, 30분쯤 떨어진 곳이다. 와이탄에서 오각장까지 연결되는 큰 도로인 사평로 위를 수시로 안개가 감싸 안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그 안개를 헤쳐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