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센티멘탈

상하이의 대학들

중국은 전국적으로 590여개의 대학이 있다. 엄청난 수치 같지만 중국 전체의 면적과 인구를 생각해보면 사실 그리 많은 수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대학에 입학한다. 대신 중국은 대학생들을 미래의 인재로서 확실한 대우를 한다. 중남부를 대표하는 도시답게 상하이에도 많은 대학들이 있다. 그 중 내가 살던 상하이의 서북쪽인 홍커우, 양푸 지역에도 여러 대학들이 있다. 우리 서울의 신촌처럼 몇 개의 대학이 오밀조밀 몰려있기도 하다. 그중 복단대학, 재경대학, 동제대학이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며 대학가를 형성하고 있다.


내가 유학한 복단대학은 1905년에 설립되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교문에 들어서면 중국의 여러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모택동 상이 서 있고, 그 주위로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넓은 캠퍼스와 더불어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답게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여러 개 있다. 교문을 나와 길 건너 맞은 편에 도서관이 있고 지금은 다 옮겨갔지만 문과대 행정동이 거기에 있었다. 3년간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으니 정이 많이 들었다. 상하이에 갈 일이 있으면 빼놓지 않고 찾아가보는데, 학교에 가면 옛 추억이 마치 어제처럼 마구마구 떠오른다. 야자수 나무, 강의동, 기숙사, 운동장, 도서관 등등이 참으로 정겹게 다가온다.


복단대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상하이 재경대가 있다. 재경대는 1917년 설립되었고 상경계열이 특화된 대학이다. 유학시절 몇 번 이사를 다녔는데,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이 재경대 정문 바로 맞은 편에 있는 빌라 단지였다. 중국 대학생들은 도서관 뿐 아니라 빈 강의실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는 문화가 있어서 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었다. 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재경대 강의실을 자주 애용하곤 했다.


동제대학은 재경대보다 조금 더 떨어져 있지만 역시 자전거를 타고 충분히 갈수 있는 거리다. 1907년 독일인 의사가 세운 덕문의학당을 토대로 하여 성립, 발전되었기에 독일과 긴밀하게 교류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의학과 건축학 등 이과 계통이 강한 학교다. 역시나 오래된 학교 답게 고풍스럽고 웅장한 분위기가 있는데, 산책 삼아 자전거 타고 자주 가곤 했다.


가장 익숙한 대학들에 대해 좀 얘기했는데, 상하이엔 그밖에도 여러 대학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학교들을 두 군데만 더 말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화동 정법대학이다. 명칭 그대로 법학에 특화된 대학인데, 사실 정법대학은 신중국 이후에 새로 지정된 대학이고 그 전신은 바로 성요한대학(St Johnes Univ)이었다. 성요한 대학은 1879년 서양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중국 최초의 대학이었고 중국 개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유명 작가 임어당도 이 대학을 다녔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대학 답게 고풍스럽고 분위기 있는 오래된 목조 건축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학교 내부로 소주하(오송강)이 지나간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성요한 대학 답게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루소 등의 서구 철학자의 동상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정법대학에 가려면 중산공원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데 그 역시 오래된 공원인지라 넓은 면적과 그 나름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성요한 대학, 소주강, 중산공원 등이 궁금해서 입학한 첫해 가을에 혼자서 찾아가본 뒤 그 풍경과 정취가 좋아 졸업 때까지 여러 번 찾아갔었다.

다음으로 화동 사범대학이다. 특히나 아름다운 캠퍼스로 이름 난 대학인데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풍경을 가지고 있다. 학교 주변은 번화가라 시끄러운데 교정에 딱 들어서는 순간 편안한 느낌을 전해 받을 만큼 잘 꾸며져 있다. 학교 곳곳에 여러 개의 연못과 다리, 정자가 있어서 운치 있고 조경도 잘 되어 있어 학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 제출 한 뒤 심사위원 중 한분이었던 화동사범대 교수님을 찾아뵌 적이 있다. 함께 갔던 중국 동기들과 화동사범대 잔디밭에 앉아 졸업 후 계획 등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도 동기들과도 캠퍼스 참 예쁘다는 말을 주고 받았던 것 같다. 그 세명의 동기 중 한명은 상하이에 남았고 한명은 절강성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가장 어렸던 또 한명은 독일에 가서 교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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