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실연의 달콤함
나이가 좀 드니 최백호의 노래가 귀에 들어온다. 예전엔 그의 노래가 너무 좀 아저씨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가사도 다가오고 멜로디도 들어온다. 이제 나도 40대 중후반의 아저씨가 되어서일까. 하하. 어쨌든 그의 노래 중 특히 인상적인 구절이 하나 있는데,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의 한 대목, 바로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이란 구절이다.
실연의 달콤함? 실연의 달콤함이라니, 아니 어떻게 실연이 달콤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에게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것이 실연일 텐데 말이다. 혹시 반어법인가? 그런데 지금쯤 나이에서 그 구절을 곱씹어보니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나이가 좀 드니 연애니, 실연이니 하는 단어가 참 뭐랄까, 시시하게 느껴지고 영 간지러워진다. 한때는 나 역시 사랑에 모든 것을 건다고 생각했던 때가 분명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게 지금은 그 모든 게 아득하게 느껴지고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잘 느낄 수 없는 젊은 시절 격렬하게 들끓던 그 감정을 달콤하다고 표현한 것이리라. 즉 젊은 날의 순수와 낭만에서 한참 멀어진, 즉 더 이상 그런 것들을 느낄 래야 느낄 수 없는 쓸쓸함과 헛헛함이 담긴 표현이랄까. 조금 더 축약하자면 나이든 남자의 관조적인 시선이랄까. 지나간 시절을 반추하며 생기는 회한이랄까. 대충 그런 정서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아마도 바쁘게 살다보니 감성이 심하게 메말라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혹은 세상의 풍파를 겪어 그만큼 순수함에서 멀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컨대, 살아보니 ‘사랑이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더라’ 뭐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 물론 남녀의 사랑과 이별, 슬픔은 인류의 영원한 주제다. 아직도 수많은 유행가에선 사랑과 이별에 대해 줄기차게 노래하고 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남녀의 애절한 감정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에 좀처럼 감정이입 되지 않는다. 뭘 저렇게 유난들을 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감정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평가절하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결국 다 때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젊음엔 젊음에 맞는 생각과 표현이 있는 것이고, 나이 들어서는 또 그대로의 맛과 멋이 있는 게 아닐까. 실연의 달콤함, 참 재밌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