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중년시대

7화-11월의 도쿄


앨범을 뒤척이다가 몇 년 전 가족들과 훌쩍 다녀온 도쿄 여행 사진 몇 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때 그랬지, 하며 여러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3, 4년간 매년 가을 무렵에 누나네 가족과 함께 일본, 대만 여행을 좀 다녔다. 짧게 떠났던 그해 11월의 도쿄 여행을 간단하게 스케치해본다. 일단 도쿄가 우리보다 한참 남쪽인 만큼 11월인데도 날씨는 포근한 편이었고, 아직 단풍도 채 들지 않았던 게 인상적이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 어떻게 알차게 돌아볼까 나름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지만 그게 늘 계획대로 따라주는 것도 아닌 바, 편하게 다니자며 이내 마음을 내려놓았다. 숙소로는 우에노쪽의 게스트하우스에서 1일, 이케부쿠로의 료칸에서 이틀을 묵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했는데, 한달 전이었는데도 숙소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엔저로 일본여행이 만만해졌다더니,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인 물가가 서울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몇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도쿄에 도착한 첫날, 먼저 숙소에서 가까운 우에노, 아사쿠사 일대를 둘러보았다. 우에노 공원, 국립박물관, 그리고 센소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나들이 하기에 적당했는데, 우네노 공원의 그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고, 늘 붐비는 센소지와 그 일대는 활기가 넘쳤다. 밤이 되자 또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풍경이 정겨웠다.

그 다음으로는 도쿄 대학과 신주쿠를 둘러보았다. 일본 최고 대학의 분위기가 궁금했고, 신주쿠의 활기와 매력이 또한 궁금했다. 그날 밤, 도쿄 도청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도쿄의 야경은 압권이었다. 남산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도 멋지고, 동방명주에서 바라보는 상하이의 야경도 멋지지만, 도쿄의 야경은 정말 환타스틱 했다.


자, 그 다음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안배, 아키야바라, 긴자일대를 돌면서 온갖 장난감 가게, 애플스토어, 소니스토어, 유니클로 매장 등을 돌았고, 팀을 나누어 가부키 공연을 보기도 했다. 어둠이 내려 불이 밝혀진 긴자거리는 참 화려하고 세련되면서 멋스러웠다. 아이들을 디즈니랜드를 못 데려간 아쉬움에 마지막 날 아쿠아리움을 찾았고,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는 도쿄 역 근처에 위치한 고쿄, 일왕이 살고 있다는 궁전의 뜰을 둘러보았다. 공항 리무진을 놓치고 서둘러 익스프레스를 타고 겨우겨우 비행기 수속 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했다. 뛰느라 힘들었지만 스릴 만점이었다. 하하. 첫날을 제외한 나머지 3일은 비가 오락가락 했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비를 좋아하는 나는 그게 더 운치 있고 좋았다.


짧은 도쿄 여행,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짧기에 더 흥미롭고 애틋한 건지도 모르겠다. 11월의 도쿄, 멋지고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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