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은의 <야우기북>
夜雨寄北(야우기북)
李商隱(이상은)
비 내리는 밤, 북쪽으로 보내다
君問歸期未有期 군문귀기미유
그대는 돌아올 날 묻지만 나는 기약할 수 없고
巴山夜雨漲秋池 파산야우창추지
파산의 밤비로 가을 못이 불어나네.
何當共剪西窓燭 하당공전서창촉
언제쯤에는 같이 서창의 촛불 심지 잘라내면서
却話巴山夜雨時 각화파산야우시
파산의 밤비 내리던 때를 말할 수 있을까
시가 최고로 번성했던 당나라 말기의 시인 이상은의 유명한 시다. 일단 제목이 무척 인상적인데, 풀어보면 ‘비오는 밤, 북쪽으로 편지를 부치다’ 라는 의미이다. 일단 비 오는 밤이 주는 감성이 있고, 편지라는 단어 또한 그러하다. 여기서 편지는 물론 연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의 내용이 굉장히 낭만적이고 로맨틱할 것 같지만, 편지를 쓰는 시인의 속사정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 시인 이상은은 수도 장안을 떠나 하급 관료로 멀리 사천성 일대에서 근무를 했던 것 같다. 부인이 있는 장안으로 돌아갈 기약은 없이 벽지에서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삭이며 타양살이를 했던 시인은, 어느 가을 비 오는 밤 부인에게 편지를 쓰다가 멈추고, 이 시를 지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전에 부인이 언제 돌아오냐는 편지를 시인에게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방의 하급 관료로 전전하는 자기가 마음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고, 언제 갈지 모르는 막막함에 쓸쓸했을 것이다. 거기에 가을밤에 비는 내리고 날은 쌀쌀하니 시인의 마음은 쓸쓸하고, 창밖에는 내리는 비에 연못물이 불어나고 이래저래 시인의 마음은 처량하지 않았을까. 그리움과 처량함에 잠을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 언제 돌아가 촛불의 심지를 자르며 지난날을 이야기할까 하고 탄식하는 대목은 그래서 가슴을 찡하고 친다. 촛불의 심지를 자른다는 것은 곧 밤이 되어 다시 불을 켜기 위하여 가위로 촛불의 타다 만 심지를 곧게 자른다는 말이겠는데, 이 말인 즉 집의 안방에서 편안하게 촛불을 켜며 지난 날 파산에서 비오는 말 연못물이 불어나는 것을 보며 당신을 그리워했었노라는 말을 해줄 날이 어서 오기를 고대한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애틋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하다.
대학 때부터 좋아했던 시다, 좋은 시들이 많은데 이 시가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처연한 그리움 같은 정서가 주는 울림 때문이다. 아, 인생이란 게 달콤함보다는 씁쓸함이 훨씬 더 크다는 것, 어느 세대에서나 알게 되는 이치일 텐데, 특히 중년이 되면 훨씬 더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언제나 좋았지만 요즘 더 피부로 와닿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