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중년시대

9화-<묵자>를 읽는 밤

중국어와 중국 문학을 전공하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중국 고전을 많이 읽는 편이다. 가령 제자백가서를 예로 좀 들어보자면, 예전 한창 공부할 때는 <논어>와 <맹자>를 많이 읽었다. 또 그만큼은 아니지만 <노자>와 <장자>도 더러 읽게 된다. 하지만 <묵자>는 사실 예전에 제대로 읽지 못했다. 제자백가서 중 하나로 선진시기의 중요한 문헌이라는 정도로만 인식했지, 마음먹고 정독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묵자>에 대해 관심이 점점 더 생기고 자주 읽고 있다. 그리고 새삼스레 책에 담긴 탁견에 감탄하게 된다.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 건지 묵자의 겸애(兼愛)나 비공(非功) 등의 주장이 새롭게 다가온다. 아닌게 아니라 묵자는 근래 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재조명 되는 분위기가 있다.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겸애라는 것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가는, 잘 정리된 복지의 개념과 비슷한 것 같다. 예전 고대 중국에서 유교가 확고한 지위를 굳힌 이래 묵가의 사상은 오랫동안 잊혀졌고 단절되었다. 그 이유를 두고 흔히 묵가가 유가의 대척점에 섰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분명 그런 지점이 있다. 하지만 묵자의 사상이 유가와 완전히 대치되는 것은 아니다.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상당히 있다. 생각해보면 유가든 묵가든 도가든 법가든 난세 속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했던 각자의 생각들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묵자>의 주장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공리성, 건강한 민중성, 실용성을 중시했던 묵가의 사상이 가슴에 다가온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묵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기가 오늘날 우리사회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가 외쳤던 여러 주장들이 묵직하게 다가오고 우리 자신을,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자고 일어나면 어이없는 사건, 사고가 매일 일어나고 온갖 불합리와 편법이 횡행하며, 극도의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서로 속고 속이는 코미디가 가득한 곳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아닌가. 난세를 올바르고 슬기롭게 살아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고전을 통해 현실을 비쳐보고 또 나름의 답을 구해본다. 그것이 바로 고전이 갖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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