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두보 <춘망>

춘망(봄날 멀리 바라보며) 두보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는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이고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성에는 봄이라 초목이 무성하다

感時花濺淚(감시화천루) 시절이 서러워 꽃을 봐도 눈물 흐르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놀란다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봉화가 석 달이나 이어지니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집 소식 듣기가 만금인 양 어렵구나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 흰머리 긁으니 더욱 짧아져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이제는 비녀마저 가누지 못하는구나


시선 이백과 함께 거론되면서 시성으로 불리는 당대 최고의 시인 두보의 시를 읽으려면 어느 정도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한다. 그의 시는 이백의 시처럼 시원하고 낭만적인 기분을 느끼기 어렵다. 왜냐하면 두보는 약자, 돈 없고 빽 없는 민초들의 고통스러운 삶에 포커스를 드리웠기 때문이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하이퍼리얼리즘을 추구했던 것이다.


두보의 많은 명시 중에서 <춘망>을 골라보았다. 이 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시나 무척 다크하다. 전쟁통으로 엉망이 된 조국의 산하를 가슴 아파하고, 떠나온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는 시다. 백발로 변한 머리카락, 그마저도 거의 빠져 비녀도 꽂을 수 없게 된 늙고 지친 시인 자신을 묘사하는 대목은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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