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34

도연명 <귀원전거>

歸園田居 도연명


1.

少無適俗韻 :(소무적속운) 어려서부터 세속과 맞지 않았고

性本愛丘山 :(성본애구산) 성품은 본시 산언덕을 좋아했는데

誤落塵網中:(오락진망중) 세속의 그물에 잘못 떨어졌었네

一去三十年:(일거삼십년) 순식간에 삼십 년이 지나갔구나

羈鳥戀舊林:(기조연구림)갇힌 새는 옛 숲을 그리워하고,

池魚思故淵:(지어사고연)못 속 고기 옛 연못을 생각하는 법

開荒南野際:(개황남야제)남쪽 황무지나 일구면서

守拙歸園田:(수졸귀원전)소박하게 살러 전원에 돌아왔구나.

方宅十餘畝:(방택십여무)네 모서리 집은 십여 묘이고,

草屋八九間:(초옥팔구간)초가 지붕은 팔구 간 뿐이지만

楡柳蔭後簷:(유류음후첨)느릅 버들 뒷처마 그늘지고,

桃李羅堂前:(도리나당전)복숭아 오얏나무 집 앞에 줄서있네.

曖曖遠人村:(애애원인촌) 어슴프레하니 인가는 멀고

依依墟里煙:(의의허리연) 하늘하늘 동네선 연기 오른다

狗吠深巷中:(구폐심항중) 깊숙한 골목에서 개 짖는 소리

鷄鳴桑樹顚:(계명상수전) 뽕나무 위에서 닭이 우는 소리 들리네

戶庭無塵雜:(호정무진잡) 집안 뜰에는 띠끌 섞이지 않고

虛室有餘閒:(허실유여한) 빈 방은 한가로이 여유스럽다.

久在樊籠裏:(구재번롱리) 오랜기간 새장 속에 있었나보다

復得返自然:(부득반자연) 다시 돌이켜 자연을 얻었구나!


2.

野外罕人事 (야외한인사) 들 밖에는 인간사가 드물고

窮巷寡輪鞅 (궁항과윤앙) 막다른 골목 수레 말이 적다

白日掩荊扉 (백일엄형비) 대낮인데 사립문 닫아 걸고

虛室絶塵想 (허실절진상) 빈 방에 속된 생각 끊겼구나.

時復墟曲中 (시부허곡중) 이따금 굽은 산자락에서

披草共來往 (피초공내왕) 풀을 헤치며 오 가는 이 만나지만

相見無雜言 (상견무잡언) 서로 보아도 별 소리가 없고

但道桑麻長 (단도상마장) 길가에 뽕과 삼만이 자라네.

桑麻日已長 (상마일이장) 뽕과 삼이 날로 자라나고

我土日已廣 (아토일이광) 내 땅도 날로 넓어져가네

常恐霜霰至 (상공상선지) 늘 두려운 서리 싸래기 오니

零落同草莽 (영락동초망) 시들고 떨어쳐 우거진 풀 같다


아시아 전원시의 대명사이자 최고봉, 도연명의 시를 읽고 있으면 과연, 나도 그처럼 모든 걸 훌훌 털고 자연속으로 들어가 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귀거래사>를 살펴보았는데, 이 시 <귀원전거> 또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을만하다. 연작의 형태로 길게 이어지는데, 여기서는 1, 2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1편은 도시의 관직 생활을 털고 고향 시골로 돌아오게 된 배경을 밝히고 있다. 도연명의 귀촌은 소위 은퇴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체질에 맞지 않는 관직 생활은 그를 숨 막히게 했던 것 같다. 모르겠다. 그래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고자 참고 일을 한건지, 그저 입에 풀칠하기 위해 억지로 꾸역꾸역 업무를 맡았던 것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사표를 던진 것이렸다. 물론 그간 재산을 많이 모아 호기롭게 조기 퇴직한 것도 분명 아닐텐데, 도연명은 그저 모든 걸 훌훌 털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향으로 낙향한 것이리라. 2편도 재밌다. 고향으로 돌아와 지내는 일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뭐랄까 만족감이 드러난다. 속세에 찌든 이들과 부대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야 할 필요도 없이, 오롯이 자연에 기대어 살며 나름대로의 충만한 삶이 그에게 만족감을 준 모양이다.

필자도 20년 전 청정자연인 강원도 산속에 작은 별장을 짓고 가끔씩 왔다 갔다 한다. 본래는 부모님이 전원생활을 위해 마련한 것인데, 자연을 좋아하는 나도 덩달아 그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나도 이제 60이 넘고 직업 전선에서 어느 정도 은퇴를 하면, 아들 녀석이랑 계곡에서 낚시도 하고 산에도 다니며, 또한 밭도 일구면서 전원생활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큰 개도 한 두마리 키우고 싶다. 물론 아들과 함께 전원 생활을 한다는 건 나의 바램에 그칠 수 있다. 공부다 취업이다 더 바빠져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뭐, 그럼 혼자서도 좋고, 시간 되는 친구와 함께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전원생활 틈틈이 글도 쓰고, 영화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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