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33

33 두보 <추흥>

秋興(추흥)


玉露凋傷楓樹林 옥 같은 이슬 맞아 단풍나무 숲 시들고

巫山巫峽氣蕭森 무산의 무협에는 가을 기운 쓸쓸하다

江間波浪兼天湧 강의 물결은 하늘로 솟구치고

塞上風雲接地陰 변방의 바람과 구름은 땅을 덮어 음산하다

叢菊兩開他日淚 국화 떨기 두 차례 피어나니 지난날이 눈물겨워

孤舟一繫故園心 외로운 배는 고향 생각에 묶여있다

寒衣處處催刀尺 겨울옷 준비에 곳곳에서 가위질과 자질을 재촉하고

白帝城高急暮砧 백제성은 높고 저물녘 다듬이질 소리 바쁘기만 하구나


가을이 한복판을 지나 끝자락으로 가고 있다. 곳곳에 단풍이 절정을 이루었고 거리마다 쌓이는 낙엽이 한가득이다. 계절의 변화야 자연스런 섭리지만 늘 이맘때면 뭔가 아쉽고 허전하다. 별로 한거 없이 일년이 또 이렇게 가는 것 같아 아쉽고 새삼스레 쓸쓸하고 고독하기도 하다. 이럴 때 멋진 시가 한편 있으면 위로가 될거 같다. 가을에 어울리는 멋진 한시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두보의 명시 <추흥>이 떠올랐다. 앞서 <춘망>을 짚어보기도 했지만, 그의 시는 마음 편히, 낭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가 아니다. 오늘날로 치면 하이퍼리얼리즘이라 부를수 있을텐데, 그의 작품은 힘없고 배고픈 자들의 퍽퍽한 삶과 고통을 디테일하게 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시 <추흥>은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이 덜하고, 가을에 서서 느끼는 여러 감흥을 비교적 덤덤하게 노래한 시다. 그래서 마음이 덜 무겁다. 물론 그렇다 해도 가을 자체가 주는 쓸쓸함과 두보 시 특유의 묵직함은 피할 수 없다. 고독, 그리움, 쓸쓸함, 어쨌든 좋다. 가을이니까. 특히 장강삼협가의 가을을 가득 담고 있어 더욱 좋다. 이 가을, 크루즈를 타고 장강삼협을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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