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가운, 학위 수여식
상하이 유학 3년, 드디어 논문답변회가 끝나고 졸업이 확정되었을 때, 그간의 노력과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시원섭섭했다. 이로써 3년간의 상하이 유학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동료들, 후배들의 축하를 많이 받았고 한동안 그런 기분에 취해 지냈다. 상하이 입성 초기에 느꼈던 것이 신선함과 설레임이었다면, 졸업을 앞둔 그때의 기분은 뭔가 복합적인 것이었다.
자, 이제 학교를 떠나기 전 졸업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학부생이 아니니 따로 졸업생 전체가 모여 찍는 절차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가운을 빌려 삼삼오오 찍는 분위기였다. 상하이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어느 날, 함께 동고동락한 동기 형과 가운을 입고 학교 여기저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정문에서 찍고, 3년간 땀을 흘렸던 도서관을 배경으로 찍고, 함께 수업을 들었던 여러 건물 앞에서도 찍었다. 학교 정문 공고란에 박사학위 통과자에 대한 명단이 붙어있었다. 내 이름도 물론 있었다. 그것도 기념이 될 것 같아 빠뜨리지 않고 찍었다. 학교 여기저기를 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니 우리처럼 기념 촬영을 하는 중국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같은 졸업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서로 축하를 건네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크고 무거운 졸업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과연 졸업의 순간이 올까 싶을 만큼 논문 막바지 시간들은 고뇌의 연속이었다. 사진을 찍던 그 날, 새삼 학교가, 상하이가 애틋하게 느껴졌다.
<푸단대 정경>
<학위 수여식>
중국 대학원의 학위 수여는 우리와 좀 다르다. 우리는 학교 차원에서 모든 절차가 이루어지지만, 중국은 교육부 승인 절차를 따로 거치는 관계로 학위 수여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 6월에 졸업하고 7월에 귀국을 했는데 학위수여식은 그러보다 몇 달 뒤엔 10월에 거행되었다. 당시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때였는데 한 이틀 휴강을 하고 참석차 상하이로 떠났다. 여행도 삼을 겸 겸사겸사 부모님과 가족들 모두와 함께 갔다.
학교 근처의 호텔에 짐을 풀고 그날 저녁 상하이 투어에 나섰다. 택시 두 대로 나눠 타고 시내로 나가 와이탄, 예원 등을 둘러보았다. 남경로 쪽의 한 식당에서 한창 살이 올라 맛있는 가을 게요리를 거하게 시켜먹었다. 학위수여식은 다음날 있었다. 아직 과정 중에 있는 친한 후배들이 축하해주러 나왔고, 몇 달 만에 여러 동기들을 다시 만났다. 중국 동기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진 터라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름이 호명되어 단상에 올랐다. 드디어 박사학위 증서를 건네받았다. 단상 아래에서는 가족과 동료들이 연신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날 저녁 지도교수님과 교수님 가족분들을 함께 모시고 함께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도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보람 있는 저녁 시간이었다.
다음날 가족들과 신천지와 임시정부, 그리고 노신공원을 둘러보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 돌아다니기에 쾌적한, 딱 좋은 날씨였다. 몇 달 만에 다시 온 상하이가 참으로 정겹게 느껴졌다.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 후여서 일까.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때 함께 갔던 4살짜리 조카가 벌써 17살이 되었다. 조카는 그때 삼촌이 와이탄에서 사준 여러 장난감들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