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이링 로드를 따라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올드 상하이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천재 여류작가 장아이링이다. 영화 <색계>의 원작자로 우리에게도 점차 알려지고 있는데, 중화권에서 장아이링의 지위는 오래전부터 확고하다. 그녀의 글은 올드 상하이 유한계급의 일상과 풍경을 정교하게 묘사하여, 아시아 최대의 도시 올드 상하이에 관한 독보적인 풍경화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 동시에 격변기를 건너는 중국 여성들의 신산스런 삶을 쓸쓸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하여 그녀의 흔적을 한번 따라가 보는 것도 상하이를 감상하는데 하나의 좋은 루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자 우선 정안사로 가자. 정안사는 상하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의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황금색을 뽐내며 도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안사는 삼국시대 오나라 시절 건립된 사찰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정안사를 나와 정안사로를 쭉 건다가 상덕로로 접어들면, 상덕 아파트(常德公寓)라는 낡은 아파트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40년대 장아이링이 살던 아파트다. 1940년대, 20대의 세련되고 고고한 상하이 작가 장아이링이 살던 아파트가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절 장아이링은 유행하는 치파오를 입고 꼿꼿한 걸음으로 정안사로, 상덕로, 그리고 회해로, 복주로, 남경로 등등 상하이의 번화하고 세련된 거리들을 오가곤 했을 것이다. 쇼핑을 하러, 친구를 만나러, 영화를 보러, 혹은 서점에 가기 위해.
상덕 아파트 1층에 자리한 카페는 소위 장아이링 카페라고 불릴만큼 상하이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카페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주인이 장아이링의 먼 친척이라고 하는데, 듣자하니 장아이링의 분위기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카페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맛이 있고, 곳곳에 장아이링의 사진과 그녀의 책이 전시되어 있다. 한번쯤 들러 커피와 함께 장아이링의 흔적을 느끼며 사색에 빠져 봐도 좋을 것 같다.
자 그 다음은 화려하고 세련된, 그리고 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회해중로를 걸어가며 풍경을 감상한다. 곳곳에 근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데, 중국의 국부 손중산의 옛집부터 공관으로 쓰던 건물, 그리고 정부 관료와 외국인들이 살았던 고급 주택과 건물들이 즐비하다. 장아이링은 40년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이 거리와 풍경을 세밀하고 생동감 있게 담아내고 있다.
상하이에 살면서, 올드 상하이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레 장아이링에게 다가갔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90년대 미국에 살고 있던 장아이링에게 편지라도 한번 써봤을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올드 상하이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더 큰 관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의 에세이를 번역하여 두 권의 책으로 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