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엔 일 생각 금지. 복잡한 생각 금지. 원초적인 생각만 하자
팀장님과 함께 변호사미팅에 참석했다.
오가는 말은 적은데 머리 굴러가는 소리는 바쁘게 들려온다.
이걸 중점적으로 두면 여러 가지가 깨지고, 저걸 중점적으로 두면 다른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한단다.
커피 향이 참 좋더라.
맛이야 뭐 블랙커피가 다 비슷비슷하지.
무거운 공기의 사무실을 가득 채운 커피 향이 참 잔잔하게 좋더라.
하얀 찻잔에 가지런히 놓아둔 프림과 설탕과 스푼이 참 깔끔하더라.
이따금씩 찻잔을 찻접시에 조심스레 내려놓는 유리 소리가 예쁘더라.
노장 변호사의 여유 있는 느릿느릿한 푸념이 좋더라.
서글서글한 눈빛과 깊은 주름이 그 세월을 말해 주었고, 애송이 같은 젊은 변호사의 노트북 타자 소리는 경쾌했으며,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엔 퇴근 시간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슨 개미떼마냥 지하철 입구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중 우린 두 마리 개미였다.
중요한 일이고, 복잡한 세상이고, 블라블라다.
아까 들은 말들은 회의록에 잡아두었으니, 난 지금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집에 가서 저녁은 뭐 먹지, 치킨이냐, 족발이냐, 아니다 오늘 같은 날은 냉삼이지.' 정도의 가벼운 생각들로 복잡한 블라블라 생각들을 밀어 내 본다.
그렇다 한들 미개하다 욕 할 것 없다.
여기 개미떼에 안 속해 있는 사람 있는가?
아침저녁으로 제시간 맞춰 줄 서 구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그리고 머릿속은 뭐 복잡 어려움 블라블라를 담고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결국 한 마리 개미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도 지하철 개미구멍으로 들어왔다.
잡소리 그만하고 퇴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