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퇴사를 위해 입사했나 보다.
아무리 이직을 많이 해도 퇴사는 매번 익숙지 않다.
연인의 이별만큼이나 그 결정과 과정은 고되다.
그럴 만도 한 게 단순히 소속 회사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맺은 인간관계와 애정을 쏟던 업무(또는 애증의)와도 작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지긋지긋하던 사건파일들과도, SNS용 인증샷을 찍던 화장실거울과도, 아침마다 수다를 떨었던 옆 팀 직원과도 작별하는 것이다.
나를 속박하던 직함과 업무와 관계들에게서 벗어날 때의 그 홀가분함! 그러나 동시에 찾아오는 허망함은 무엇이냔 말이다.
여섯 번이나 느낀 그 허탈함은 열여섯 번을 겪더라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으리라.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작을 할 때면, 언제나 그 끝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1-2년을 생각하고 입사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의 부조리함은 ‘그래 이 정도는 전 회사에 비하면 양반이다~‘ 라며 넘어가며 견딘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합리화를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일과 마주했을 때.
결국 이번에도 또 ‘여기는 아니구나’라고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놓아버리기 위해 그렇게 악착같이 잡고 있었나 보다.
결국 퇴사를 위해 입사했나 보다.
하긴.
결국 다음 회사에 가서도 전 연인 언급하든 전회사 이야기를 해댈 내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온다.
우리가 만나긴 만났던 모양이다.
이 회사도 그렇게 전회사들처럼 차곡차곡 줄 세워 기록될 것이다.
그렇게 평생 회자될 것이다.